밥값 안하는 20대 국회, '무노동 무임금' 적용할 수 없나

김광호

| 2019-06-18 12:05:44

국회 파행 장기화…올해 본회의는 3월 임시국회뿐
시민단체 "국민외면 파행국회, 더이상 못 참겠다"
국회의원 연봉, 전체 직업중 1위…1인당 국민소득 5배

최근 여야 모두 정쟁에만 매몰돼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국회는 '개점휴업'을 넘어 '폐업' 상태를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처리가 시급한 각종 민생 법안과 추경이 뒷전으로 밀려 국민들은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일 안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세비는 꼬박꼬박 진급되고 있어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일각에선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을 상정시키는 사람들도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 손 놓고 지켜보기에는 현 국회의 태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치권 내부에서까지 일 안하는 의원들에 대한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정치개혁공동행동 "무노동 의원들 세비 반납해라"… 국민 81%는 '일하는 국회법' 찬성


올해 들어 여야가 합의해 제대로 국회 본회의를 연 것은 3월 임시국회(3월 7일~4월 5일)뿐이었다. 특히 계류 중인 법률안이 1만4500건에 이르면서, 민생 법안을 돌보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17일 오후 전국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파행 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국회를 향해 △선거제·국회 개혁 단행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수당 반납 △국민소환제 도입 위한 범국민적 논의 시작 등을 요구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 등은 "민생, 개혁 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는데도 국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지 수개월이고, 법정 국회인 6월 국회조차 보름이 넘도록 개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적용 여론을 언급하며 "식물국회로도 모자라 무생물 국회라는 조롱을 자초한 것도 국회의원들 자신"이라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지고 여야 정당이 세비 반납을 스스로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철밥통 국회의원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국민소환제를 포함해 임기 중 국회의원을 견제할 장치에 대한 범국민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회의원 세비 반납 법안인 '일하는 국회법' 제정 찬반 여론 조사(7일, 응답자 501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4.4%P) 결과에서도 찬성 응답이 80.8%, 반대는 10.9%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매우 찬성'이란 응답이 57.0%로 가장 많았으며 '찬성하는 편' 23.8%, '반대하는 편' 6.8%, '매우 반대' 4.1%의 순이었다.


모든 정당 지지층과 이념성향, 지역, 연령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거나 다수였다. 이 가운데, 찬성 여론은 정의당(100.0%)과 더불어민주당(89.0%) 지지층, 30대(92.2%)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데 한국고용정보원의 '2017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평균소득(연봉)이 가장 많은 직업은 국회의원이다. 이 조사에서 국회의원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으로, 성형외과 의사(1억3600만원)와 기업 고위 임원(1억3000만원), 피부과 의사(1억2000만원), 도선사(1억2000만원), 대학 총장 및 학장(1억1000만원)보다 많았다. 


그렇다면 평균소득 1위를 차지한 국회의원 연봉에 대한 일반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알바콜과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3월 18일~26일, 응답자 4215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1.51%P) 결과, 성인남녀 10명 중 8명꼴인 84.3%의 응답자가 국회의원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많은 국민이 성과급 도입(53%), 무보수 제도(65%) 등 국회의원 연봉제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의 최종 활동결과보고서를 살펴봐도,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은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의 5배가 넘는다. 반면 권력구조와 인구 차이는 있지만, 북유럽 선진국들은 자국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의 3배가 채 되지 않는다.


또한 독일·벨기에·프랑스 등 유럽 선진 국가들은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면 가차없이 의정활동비를 삭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월 3회 이상 회의에 불참하면 빠질 때마다 해당 달의 의정활동비의 25%를 빼앗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의 태업을 제재할 수단이 전무하다.

▲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최근 국회 파행이 계속됨에 따라 텅 빈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과 대비된다. [뉴시스]


하승수 "국회의장 결단으로 의원들 내년 연봉부터 삭감해야"


이에 지난 18대 국회부터 의원들의 태업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이 정치권 내부에서 일기 시작했다. 18대 국회에선 심재철(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선 서용교(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이 국회의원 세비 반납법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안은 시간만 끌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제19대 국회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넘기자 세비 13억6000만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에 기부하기도 했다.


제20대 국회 들어 개인 의원들이 서명할 경우엔 세비의 국고 반납이 가능해졌다. 지난 2016년 국민의당은 국회 개원이 법정 기한보다 늦어진 것에 대해 소속 의원 38명의 이틀 치 세비 2872만원을 국회사무처에 반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회성의 세비 반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재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변호사)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8대 국회 이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논의도 안됐다"며 "세비 반납은 개별 의원들의 판단과 양심에 맡겨져 있는 것이고, 액수도 미미한 수준이라 대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비는 수당하고,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그런데 그 액수들이 법률이나 국회규칙에서 국회의장에게 모두 위임해 의장이 정하도록 돼 있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법률로 정하려면 국회에서 통과가 돼야 하지만, 지금처럼 국회가 장기 파행인 경우는 국회의장이 규정을 바꿔서 내년도 연봉을 정할 때 삭감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특히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 20대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되기가 쉽지 않다면 의장이 결단을 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삭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오른쪽부터)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가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에 앞서 국회정상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임시국회 열릴 듯…그러나 한국당 없는 '반쪽 국회' 불가피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이번주 중 국회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여야4당은 17일 바른비래당의 주도하에 의원 98명의 동의를 얻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여전히 국회의 문을 여는 조건으로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관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라는 기존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 16일 '경제청문회' 개최라는 새로운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이에 따라 국회 문이 이번 주 중반인 오는 20일께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를 비롯해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으로 열릴 국회에서 '무노동 무임금'이든, 삭감이든, 반납이든 의원들이 과연 그들의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굳게 닫힌 국회부터 열어 모처럼 밥값 하는 의원들을 볼 수 있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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