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범용 MLCC 일부 단종…삼성전기보다 대만 업체가 웃나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 2026-09-11 17:55:17

일부 범용·레거시 MLCC 단종…AI 서버 수요에 고부가 제품 집중
삼성전기 "MLCC 수요 타이트"…증권가 "대만·중화권 수혜 가능성"

일본 기업 무라타 제작소는 글로벌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MLCC는 현재 인공지능(AI) 서버용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무라타가 일부 범용·레거시 MLCC 제품의 EOL(단종)을 추진하며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능력 재편에 나섰다. 무라타의 재편이 삼성전기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올지 업계에 관심을 끈다.

 

▲ 무라타와 삼성전기. [챗GPT 생성]

 

11일 대만 경제매체 궁상스바오(工商時報·CTEE)에 따르면 무라타는 범용·차량용·RF용 등 9개 MLCC 제품군의 일부 품번에 대해 단종(EOL)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즉각적인 생산 중단이 아니다. 고객사의 단종 승인 여부 회신 기한은 오는 2027년 12월 31일까지다. 이때까지 별도의 회신이 없으면 승인한 것으로 간주된다. 최종 주문 접수일은 2028년 3월 31일, 마지막 출하일은 2029년 3월 31일이다. 고객사들이 대체 제품을 검증하고 공급처를 변경할 수 있도록 2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무라타는 고객사에 보낸 공지에서 단종 이유를 "MLCC 공급을 안정화하고 지원 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다른 품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확대할 제품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무라타가 생산 효율이 낮은 대형·저용량 품번을 정리하고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소형·고용량 MLCC의 생산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가 끌어올린 고부가 MLCC 수요


MLCC는 전자제품 내부에서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주요 부품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가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전압 변동과 전기적 잡음을 줄여준다. 

 

AI 서버에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력관리 회로가 밀집돼 있어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MLCC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고성능 GPU를 다수 장착한 AI 서버에 일반 서버보다 10배 안팎 많은 MLCC가 들어갈 수 있다고 추산한다. 실제 탑재량은 GPU 수와 서버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요구되는 성능도 다르다.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범용 MLCC는 상대적으로 생산이 쉽고 가격도 낮다. 반면 AI 서버용 제품은 작은 크기에도 큰 용량을 구현하면서 급격한 전력 변동과 높은 작동 온도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제조 난도가 높고 가격도 범용 제품보다 비싸다.

 

AI 서버용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생산능력은 제한돼 있다. 무라타가 수익성과 생산 효율이 낮은 일부 품번을 정리하는 것도 고부가 제품에 생산 여력을 우선 배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삼성전기 수혜 가능성은 제한적


무라타가 일부 범용 제품에서 물러나면서 삼성전기가 대체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라타와 삼성전기는 각각 글로벌 MLCC 시장 1위와 2위 업체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개별 경쟁사의 제품 단종보다는 AI 서버를 중심으로 MLCC 시장 전반의 수요가 증가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현재 AI 서버 등 수요 확대로 MLCC 수요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라며 "시장 수요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라타가 단종하는 범용 제품의 주문이 삼성전기로 곧바로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기도 한정된 생산능력을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우선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MLCC 1위 기업인 무라타는 서버용 MLCC 위주로 대응하고 있다"며 "생산능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범용 MLCC를 줄일 수밖에 없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기도 MLCC 선두 기업인 만큼 서버용 비중을 늘리기 위해 범용 제품을 줄이는 상태"라며 "무라타가 단종시킨 범용 제품 수요는 삼성전기보다 대만과 중화권의 후발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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