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기업은 문 닫고 CEO 감옥행?…산재 근절 전면전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8-07 16:41:06

노동부장관 "포스코이앤씨 면허 취소 이행할 것"
현대엔지니어링 4명 사망 사고도 조사 중
경찰, 산재 전담 수사 체계 구축
법무부, 법원에 산재 양형 기준 마련 요청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 운영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강경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솜방망이' 지적을 받아온 형사처벌도 강화되는 방향으로 새로운 틀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산재 근절에 적극 나서면서 산업계 전반에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CBS라디오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 면허 취소는 국토부와 지자체가 조사해 여부를 결정하고 노동부에서는 2명 이상 사망이 됐을 때 건의할 수 있는데 부처 간 협업해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4월 12일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현장에서 고립됐던 노동자를 구조하고 있다. [광명시 제공] 

 

이 대통령은 전날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는 올들어 사망 사고 4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엔 30대 미얀마 노동자가 감전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 회사의 건설 현장 100여 곳에 대한 전수 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전 정부와 다른 강력한 '채찍'을 실행해 일종의 본보기를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 5년간 신규 등록을 할 수 없고 수주 실적도 사라진다. 사실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이미 타격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이날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잇따른 사고 발생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 및 수주 경쟁력 약화, 사고 관련 재시공 비용, 지체 보상금 비용, 공기 단축 비용 등으로 재무적 및 비재무적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재무 및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도 "포스코이앤씨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국내 위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2022년 이후 해외에서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평판 리스크 확대는 수주 경쟁력 및 브랜드 신인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지난 4월 일어난 신안산선 붕괴 사고의 경우 도급액 1조5000억 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업계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상위 10대 기업 중 건설사가 70%를 차지했다. 2022년 1월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대우건설 사업장에서 12명이 사망했다. 또 현대건설 11명, 롯데건설과 DL이앤씨 각 9명, 현대엔지니어링 7명 등이 목숨을 잃었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국토교통부로부터 8개월, 서울시로부터 2개월 등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로 지난 5월 서울시로부터 12개월의 영업정지에 처해졌다.

 

지난 2월 현대엔지니어링의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는 교량 상판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로 4명이 숨진 바 있다.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면허 취소 위기는 포스코이앤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포스코이앤씨 사고 수사를 위해 18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에 전국 산재나 중대재해 사건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계를 설치하고, 전국 시도청 형사기동대엔 전담 수사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전담 수사단 체계' 구축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처벌 강화를 위한 방책도 추진되고 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법원에 지금 양형 기준이 없다. 그래서 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 기준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형 기준은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 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벗어난 판결을 할 경우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지난 2월까지 39건의 기소가 이뤄졌는데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협력사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인 한국제강의 대표가 2023년 말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확정형을 받은 것이 그나마 실형 사례다.

 

더욱이 대기업 CEO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 화재 사고와 관련해 2023년 8월 울산지검이 공장 최고 책임자와 협력업체 대표 등을 기소했지만 에쓰오일 대표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다.

 

당시 불기소결정서는 안전보건 담당 임원이 따로 있었다는 점을 들어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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