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의 땅' 압구정 수주전 개막…2구역 입찰 시작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5-06-18 16:54:19

2구역 공사비 2조7500억, 9월말 시공사 선정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연결통로 제시
삼성물산, 5대 시중은행과 파트너십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시공사 입찰이 시작됐다. 전체적으로 14조 원 규모에 이르는 최대 재건축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건설업계 양강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사활을 걸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1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문을 냈다. 입찰 마감은 오는 8월 11일까지이며 시공사 선정 총회는 9월 말 열릴 예정이다. 입찰을 희망하는 건설사는 보증금 1000억 원을 입찰제안서 접수 전까지 전액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3.3㎡당 공사비는 1150만 원, 총 공사비는 2조7488억 원으로 책정됐다.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도급은 불가하다.

 

압구정현대 아파트 9차, 11차, 12차를 재건축하는 압구정2구역은 지하 5층 최고 65층의 14개 동으로, 기존 1924가구를 2571가구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 압구정 재건축 단지 조감도. [서울시 제공]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총 25개 단지를 6개 구역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이 중 2~5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정비계획이 확정된 2구역 먼저 시공사 선정에 나선 것이다. 4구역도 이르면 올해 말쯤 정비계획 변경안 심의를 마치고 시공사 찾기에 들어가고, 3구역과 5구역은 내년 초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이고, 6구역은 재건축 방향에 대한 의견 통합 과정을 거치고 있어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6구역 중 한양7차 아파트만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확정된 2구역(2571가구), 3구역(5175가구), 4구역(1722가구), 5구역(1540가구)만 하더라도 1만1008가구가 된다. 1구역과 6구역을 합한 기존 가구수가 2구역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압구정 재건축 구역은 모두 1만3500여 가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인 추정 사업비는 1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구역 외에 3구역(6조 원), 4구역(2조 원 이하), 5구역(2조 원 이하), 6구역(1조 원 내외) 등으로 파악된다. 1구역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사업 규모는 5구역과 비슷하다.

 

2구역은 이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쟁으로 윤곽이 잡힌 분위기다. 지난 1월 한남4구역을 따낸 삼성물산의 굳히기냐, 현대건설의 설욕전이냐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 들어 정비사업 부문에서 삼성물산이 5조213억 원의 수주액을 올리며 독주를 하고 있는 반면, 현대건설은 3조2339억 원에 그쳐 포스코이앤씨(3조4328억 원)에도 뒤지고 있다. 

 

양사 대표들의 자존심 대결로도 비친다. 삼성물산을 5년간 이끌어온 오세철 대표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 수장이 된 이한우 대표는 서울대 건축공학과 선후배 사이다.

 

입찰 공고 전부터 물밑 경쟁은 뜨거웠다. 강남구청은 최근 2구역 수주전이 가열되자, 서울 지역 지자체 최초로 '홍보룰'을 만들기도 했다. '금품 제공 금지' '삼진아웃제' '불시 점검' 등 조건을 제시했다.
 

공격적인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압구정재건축영업팀을 신설하고, 현대아파트 명칭을 상표로 출원했다. '압구정 현대'와 '압구정 現代',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압구정 現代아파트' 등 한글 및 한자를 혼용한 상표다. 준공 수십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익숙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또 단지에서 인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지하철역을 한 번에 갈 수 있는 연결통로를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현대그룹 차원에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이번에도 금융 카드를 앞세웠다.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내 5대 시중은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함께 한다. 

 

협약을 맺은 은행들은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사업비 대출·이주비 대출·중도금 대출을 포함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조달 컨설팅, 금융 주선 등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또 영국의 유명 건축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손잡고 2구역 설계에 나섰다. 세계적 건축 거장 노만 포스터가 이끄는 곳이다.
 

양사의 경쟁은 2구역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3구역은 사업비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혈전이 예상된다. 한남4구역(1조5000억 원)과 압구정 2구역(2조7488억 원)을 합친 규모보다 크다. 
 

4구역과 5구역에는 양사 외에 GS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건설사가 싹쓸이한다면 대규모 통합 단지가 등장할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시장 전체의 분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경합 결과에 따라 업계 서열이 다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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