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등장할 '왕의 길' 경복궁과 아리랑의 특별한 인연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6-03-17 16:29:10

BTS, 21일 복귀 공연에서 '왕의 길' 활용 전망
경복궁 중건 공사, 아리랑 역사에서 중요 국면
이 공사 계기로 아리랑 발생설 또는 변이·확산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복귀 공연을 한다. 공연 명칭은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3년 5개월 만에 BTS 전 구성원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세계적 관심 대상인 이번 행사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공연에 활용되는 공간인 광화문광장 일대와 공연 명칭의 일부인 아리랑(ARIRANG)의 특별한 관계다. 'ARIRANG'은 공연 전날 발매되는 BTS 정규 5집 앨범 명칭이기도 하다. 

 

▲ 방탄소년단의 서울 광화문광장 공연을 엿새 앞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BTS 공연 관련 광고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BTS 구성원들은 이번 공연에서 경복궁 안 근정문에서 출발해 흥례문,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을 거쳐 광화문 앞 월대를 지나 무대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왕의 길'은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앞마당의 세 갈래 길 중 가운데에 있는 어도(御道)를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국왕만 이 길로 다닐 수 있었다.

현존하는 경복궁은 조선 제26대 국왕 고종(재위 1863~1907년) 때 다시 지은 것이다. 1395년 창건된 최초의 경복궁은 1592년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사라졌다. 1865년 경복궁 중건 공사가 시작되는데, 바로 이 공사가 아리랑의 역사에서 중요한 국면으로 꼽힌다.

경복궁 중건 공사와 아리랑의 관련성에 대한 주장은 큰 틀에서 두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발생설이고 다른 하나는 변이·확산설이다.

발생설은 이 공사 때 아리랑이 생겨났다는 주장으로 '아리랑(我離娘)'설, '아이롱(我耳聾)'설 등이 있다. 발음의 유사성과 한자 뜻풀이를 결합하는 것이 기본 설명 방식이다. 예컨대 '아이롱'설은 공사에 필요한 원납전을 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한 백성들이 '내(我) 귀(耳)가 어둡다(聾)'며 '아이롱'이라고 한 것이 아리랑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본다.

경복궁 중건 공사 때 발생설은 통설이라기보다는 여러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아리랑의 유래에 대해서는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의 부인 알영에서 기원했다는 설부터 경복궁 중건 공사 때 발생설까지 다양한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변이·확산설은 기존에 특정 지방에서 그 지역 주민들이 부르던 아리랑 계통의 향토 민요가 경복궁 중건 공사를 계기로 서울 일대에서 널리 불리며 형태가 바뀌어 전국으로 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이 공사에 동원된 사람들이 다시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노래도 자연스럽게 확산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중건 공사 초기에 경복궁 일대는 거대한 문화 공연장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경복궁 중건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인 '경복궁영건일기'에 당시 공사장 일대 풍경이 묘사돼 있다.

이에 따르면 공사장은 일하는 사람들의 영차 소리로 진동했다. 그와 함께 작업을 독려하는 북소리 등도 울려 퍼졌다. 일꾼들이 고된 노동을 감내하도록 하기 위해 동원된 풍물패, 광대, 악공, 소리꾼 등의 공연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공사장 안팎에서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춤판 주변에서는 술과 음식을 팔았고 엿장수 등이 모여들었다. 적잖은 주민들도 구경하러 왔다.

일꾼들이 부역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때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일꾼들이 들고 온 수천 개의 깃발이 거리에 휘날렸다. 그 뒤에서는 무동이 춤추는 가운데 각종 악기 소리로 요란했다. 구경꾼이 길가를 메웠고 도성은 들썩들썩했다.

이러한 풍경은 당시 공사장 일대가 각지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자기 지역 민요를 목청껏 부르고 다른 지역 노래를 접하면서 자연스레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음을 말해준다. 아리랑 계통 노래의 변이·확산에 적합한 조건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각지에서 올라온 노래 중 특히 강원도의 아리랑 계통 민요가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뗏목으로 엮은 다량의 강원도 목재를 남한강 수운을 이용해 서울로 수송해야 했던 것과 관련된 현상으로 얘기된다. 그 과정에서 주요 뗏목 출발지인 정선 지역 사람들이 서울에 많이 올라왔고, 이들에 의해 강원도의 아리랑 계통 민요가 서울·경기 지역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 2023년 10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 방탄소년단 구성원들이 공연일인 21일 경복궁 안에서 출발해 '왕의 길'(어도)과 이 월대를 지나 무대에 오르는 퍼포먼스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경복궁 중건 공사를 계기로 발생 혹은 변이·확산됐다고 얘기되는 아리랑은 1890년대에 궁중에서도 불렸다. 유학자 황현은 '매천야록'의 1894년 초 부분에 고종이 밤마다 전등을 켜놓고 광대들을 불러 아리랑 타령을 연주하게 했고 이를 전담한 대신은 광대들에게 상으로 금은을 주게 했다고 썼다. 동학농민군이 썩은 정치에 분노해 봉기한 시기의 경복궁 풍경이다.

그 후 아리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6년 영화 '아리랑'(감독 나운규)의 탄생이다. 그해 4월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 서거, 6·10만세운동에 이어 10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수많은 한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경복궁 중건 공사 후 아리랑의 위상 변화가 이렇게 정리돼 있다. "강원도의 향토 민요였던 아리랑 계통 노래가 서울·경기 지역에 전해지고,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으로 거듭나면서 한민족의 민요를 대표하는 악곡이 되었다. 그리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리랑계 악곡을 생성하는 전기를 마련하였으며, 수많은 아리랑계 악곡의 모곡이 되기도 하였다."

BTS 복귀 공연은 아리랑 역사에서 중요한 국면으로 여겨지는 경복궁 중건 공사와 직결된 공간에서, 영화 '아리랑' 탄생 100주년에, 명칭에 아리랑을 포함한 상태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공연이 아리랑 역사에서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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