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제②] 오세훈이 불붙인 집값, '소방 대책' 진행 중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2-18 17:08:57
吳 "부동산 침체 가능성" 토허제 해제했다 사과
거래량은 급감…"트리거 있으면 호가 낮아질 것"
대통령실 "가격 안정 정책 준비 다 돼 있다"
전문가 "이젠 종합책 필요" vs "정부 개입 역효과"
부동산 안정은 역대 정권마다 난제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기에 집값이 크게 올라 전체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6개월 임기에도 그런 기시감이 어른거렸다.
다만 불난 집에 입주한 것처럼, 이미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타오르는 상황에서 취임해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속하고 강도 높은 대응책으로 불길이 다소 잦아들기도 했지만 한 번 시작된 상승 열기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간 정책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강도와 종합성 면에서 부족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또 다른 진화책을 준비하고 있다.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던 이 대통령의 '부동산 대전(大戰)'은 진행형이다.
집값,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라 올 초부터 과열
18일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지수(2022년 1월=100 기준)는 지난해 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2.84% 상승했다.
2020년 13.06%, 2021년 16.40%의 급등 이후 2022년 -2.96%, 2023년 -6.28%로 하락세를 타던 서울 아파트값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꺾였던 집값이 고개를 쳐든 것에는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등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말 12·3 계엄 사태가 터져 집값이 움츠러들 것으로 보였는데, 올 들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지수 상승률은 예상을 깨고 오히려 각각 3%대로 올라섰다. 3, 4, 5월 각각 4.12%, 5.32%, 6.00%로 점증하더니 대선이 있었던 6월엔 7.38%까지 치솟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집값 책임론에서 비껴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14일 시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 참석해 "특단의 시기에 선택됐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의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거래 시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매수할 수 없도록 하는 핵심 규제의 빗장이 풀릴 것이란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다. 당시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이 지난 2∼3개월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침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토허제 해제를 실행에 옮겼으나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불과 35일만에 다시 원상복구시켰다. 오 시장은 "심려를 끼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토허제는 되돌렸지만 한 번 터진 물꼬는 계속 집값을 끌어올렸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출범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첫 번째로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6·27 대책'이다. 타이밍이 예상치 못한 시기인 데다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 내용으로 '역대 최강', '극약 처방' 등 반응이 나왔다.
정부는 두 번째로 '9·7 대책'을 제시하며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고 세 번째인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묶는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이 역시 '전대미문'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단기적 찬물 효과…이제 종합대책 필요"
서울 아파트 매매 지수는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8.15%까지 올랐다가 8월 7.83%, 9월 7.77%로 숨고르기를 했다. 정책이 일종의 찬물 역할을 한 것으로 보였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10·15 대책' 직후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 상승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보다 넓은 지역에 대해 토허제를 포함한 규제 지역 설정을 통해 과거 정부의 핀셋 규제와 달리 풍선효과를 억제하려고 한 것이다. 특히 이미 규제 강화 방안들이 완비된 상황에서 토허제를 포함한 넓은 지역에 대해 지정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지수 상승률은 10월 8.80%, 11월엔 10.35%까지 더 높아졌다. 정부 대책의 강도가 낮지 않았지만 시장이 이를 뚫고 올라간 양상이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것은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팔려고 내놓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는 향후 일종의 트리거(기폭제)가 작동되면 호가가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9월과 10월에 각각 8641건, 8501건에 이르렀으나 11월에 3017건으로 대폭 줄었고 이달 들어서는 991건에 그치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의 매수우위지수도 서울에선 지난 10월 95.5에서 11월 75.2로 크게 낮아졌다.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을수록 그 반대다. 매도자가 많아질수록 가격은 떨어진다.
정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적 준비는 다 돼 있다"고 밝혔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도 "10·15 대책은 너무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강했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정도였다"며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고 보기엔 이르다"면서 "그동안은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가 급하게 내놓은 단기 대응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공급과 보유세까지 포함한 수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수 '이광수 복덕방' 대표(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집값 상승 배경에는 이전 정부의 부양책, 특히 가장 큰 원인은 오세훈 시장이었다"면서 "이재명 정부가 원인 제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한 의지만 갖고 있다면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며 "더 싸게 집을 내놓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드는 종합적 대책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반면 정부 개입이 성급했고 되레 역효과를 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연달아 대책을 내놓으면서 뭔가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도 대책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정부가 당황하고 있구나. 그만큼 올라가는 힘이 세구나'하고 느꼈다"며 "그런 심리를 꺾어야 하는데 핵심을 잘못 짚은 것 같다"고 쓴소리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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