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선, 동시다발 파업 초읽기…SK하이닉스도?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8-22 16:36:06

현대차 노조, 25일 찬반투표…쟁의 소모품 구매
HD현대중공업 등 계열 3사, 29일 마지노선 제시
SK하이닉스 노사 성과급 갈등…최태원 "근시안적"

국내 대표 기업들의 생산 현장이 다음달 동시다발적으로 멈춰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6년간 무쟁의를 이어왔으나 올해는 파업에 나설 태세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 3사도 이달 내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당장 내달 초부터 공동 파업에 들어간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또 AI 열풍으로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성과급 갈등 탓에 사상 첫 파업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6월 18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5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20일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 소모품 입찰 공고를 했다. 과거에도 파업을 앞두고 머리띠와 우의 등을 구매하는 절차를 밟은 바 있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열린 17차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위행위 조정을 신청했다. 오는 25일엔 전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모바일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 찬성이 절반을 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갖게 된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으나 이번엔 벼랑 끝에 서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미국발 관세 문제는 세계 모든 자동차 업계가 겪는 일이지만 이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면서 "환율은 오히려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 모든 조건이 현대차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75조23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4조2396억 원으로 5.9% 줄었다. 지난해 말 급등했던 환율이 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은 7조2352억 원으로 7.7% 감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25%였던 미국 관세가 한미 당국 간 협상을 통해 15%로 낮아졌고 환율도 우호적인 수준으로 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과 함께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 4.5일제 도입도 요구안에 담겨 있다. 회사 측은 아직 공식적인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조선 3사 노조는 공동 행동을 결의하고 오는 29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그 때까지 집중적인 교섭을 진행하고 타결되지 않으면 당장 다음달 첫 주부터 공동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월 기본급 13만3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520만 원,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 등을 담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벌였다. 하지만 투표자 중 63.7%가 반대해 잠정안은 부결된 바 있다. 

 

이들 노조는 "현대중공업 1차 의견 접근안 부결은 현장 조합원들이 HD현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얼마나 큰 지 보여 주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자동차와 조선은 국회 본회의에 오는 23일 상정될 예정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이기도 하다. 노사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전날 기아, 한국GM,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포스코, 현대제철 6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원·하청 간 교섭을 촉진해 격차를 줄이고 갈등과 대립 중심의 후진적 노사 관계를 참여와 협력의 수평적 패러다임으로 새롭게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시적인 현장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기업들이 제기하는 쟁점과 우려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고 검토해 매뉴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노사의 교섭은 지난달 말 결렬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되 기본급의 1000%를 상한선으로 해 왔다. 사측은 이를 1700%까지 높이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상한선 없이 영업이익 10%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일어난 것도 성과급 기준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직원들과의 대화하는 행사 자리에서 "(기본급의) 3000%, 5000%까지 늘어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불안이 존재한다"면서 "보상에만 집착하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이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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