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들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 촉구"
오다인
| 2018-11-13 15:45:14
"형사 절차 진행과 별개로 법관 탄핵소추 진행"
현직 판사들이 '사법농단' 의혹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입장이 법원 내부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경환 지원장과 박찬석 부장판사, 권형관·박노을·이영제·이인경 판사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지난 9일 대구지법 법관대표에게 재판 독립 침해행위자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를 제안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매년 4월 둘째 주 월요일 및 11월 넷째 주 월요일에 개최되는 전국 각급 법원 판사 회의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법원장 견제를 취지로 상설화됐다. 올해 두번째 회의는 오는 19일 열린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형사 절차 종료가 요원하고, 형사 절차에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 행위에 포섭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랜 고민 끝에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자에 대한 국회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30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직 법관 6명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순일(59·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서울고법 이민걸(57·연수원 17기)·이규진(56·연수원 18기) 부장판사, 울산지법 정다주(42·연수원 31기), 창원지법 박상언(41·연수원 32기), 마산지원 김민수(42·연수원 32기) 부장판사 등이다.
헌법은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법관이 탄핵당한 사례는 아직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특정 재판에 관해 당사자가 아닌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적으로 회동해 재판의 진행 방향에 관해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 준 행위', '특정 재판에 관해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방향의 판결 주문을 요구하거나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 등이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순수한 의도의 조언이 아니라 법원의 위상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나 행정부와의 원활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면서 특정 사건의 재판에 관해 조언이나 요청을 하는 것은 어떠한 선의의 의도나 명분을 갖다 대더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사법부 스스로 자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태에 대해 형사 절차의 진행과는 별개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후 교정 절차인 탄핵 절차 진행을 촉구해야만 한다"고 했다.
'사법농단' 의혹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사법부를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에 대한 법관들의 최소한의 실천적인 의무"라는 것이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사법부 스스로의 노력 없이 검찰 같은 외부조직의 도움을 받아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것은 법관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외면하는 방관자적인 처신이라고 생각된다"며 "법관 탄핵 발의 안건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그에 따라 채택돼 결의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제안이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회의 당일 법관대표 10명 이상이 현장에서 발의하고, 출석 법관대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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