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에 쏠리는 이유는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11-04 16:31:06

원리금보장상품 비중, DB형 94%·DC형 65%
"수익률 높이기보다 손실 리스크 더 두려워해"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연금이 사전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산정되는 구조다. 회사가 직접 운용하며 이익과 손실은 회사에 귀속된다. 운용 수익이 높으면 회사의 납입 부담이 줄고, 손실이 나면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DC형은 근로자 개개인이 운용하며 성과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돈이 달라진다.

 

▲ 자료=전국은행연합회 

 

DC형에 비해 DB형은 유독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높다. 4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올해 9월 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총 72조3848억 원이다.

 

이 가운데 원리금보장상품 적립금은 67조9595억 원, 원리금비보장상품은 4조4253억 원이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93.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원리금비보장상품은 6.1%에 불과하다.

 

5대 은행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총 65조473억 원이다. 이 중 원리금보장상품 적립금은 42조442억 원, 원리금비보장상품은 23조31억 원이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은 64.6%로 원리금비보장상품(35.4%)의 1.8배 수준이다.

 

퇴직연금 전체적으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DB형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은 91.9%다. 원리금비보장상품 비중(8.1%)의 10배가 넘는다.

 

반면 DC형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은 67.0%로 원리금비보장상품(33.0%)의 2배 수준이다.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게 수익률에 유리한 건 아니다. 9월 말 기준 5대 은행 DB형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20.2~22.5%다. 원리금비보장상품 수익률은 28.0~44.7%다.

 

그럼에도 DB형에서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압도적인 이유는 운용 담당자의 성과 보상보다 손실에 대한 책임 부담이 큰 조직 문화가 지목된다. 수익이 높으면 회사에는 이익인데, 담당자는 손실 책임을 더 의식한다는 얘기다.

 

한상용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내 적립금운용위원회 등 DB형 퇴직연금 운용 지시를 내리는 부서는 손실이 나서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는 "해당 부서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큰 이익을 냈을 때 얻게 되는 인센티브보다 손실을 냈을 때 받는 책임 추궁이 더 무겁다"며 "따라서 적립금 대부분을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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