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빠, 완전 히트야 히트"…장시호-이재용의 질긴 악연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4-05-10 17:01:28
張, 김영철 검사에게 이재용 프로포폴 투약 사실 제보
"삼성은 너무 획기적인 거라서 金에 전화해 말했다"
국정농단 1심 李 징역 5년 선고에 張 증언 결정적 역할
"오빠, 완전 히트야 히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조카 장시호 씨는 2020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김영철 검사에게 제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KPI뉴스와 통화(2023년11월8일)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해당 통화에서 장 씨는 "삼성(이 회장 프로포폴 투약)은 너무 획기적인 거라 제가 전화해 (김 검사에게)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 씨와 이 회장의 인연은 모질다. 장 씨는 지인 A와의 통화에서 이 회장을 "따뜻한 분"이라고 언급하는 등 존경과 감사의 심경을 내비치지만 둘의 인연은 악연에 가깝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때마다 장 씨는 그 중심에 있었다.
2020년 10월 상황도 비슷하다. 당시 김 검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수사를 책임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서 특별공판2팀장으로 있었다.
장 씨는 왜 이러한 사실을 김 검사에게 알려줬을까. 장 씨는 이 회장 프로포폴 투약 사실이 김 검사 사건 수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가 A와의 통화에서 "(이 회장의)굉장히 크나큰 핸디캡을 알고 있다"고 하거나, "(이 회장을 수사, 기소한) 검찰 입장에서 땡큐지"라고 말한 대목이 이런 시각을 보여준다.
이 건 장 씨만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장 씨는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실을 알려주자 김 검사가 '(이 회장 투약 사실은) 내가 맡은 재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KPI뉴스가 입수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장 씨는 2020년 10월 20일 A와의 통화에서 "CCTV(폐쇄회로TV)를 돌렸는데 JY(이재용 회장 지칭)가 나온 거야. 딱 나랑. (경찰이) 압수수색 들어갔는데 이재용이 그 전날 온 거지"라며 이 회장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당시 또다른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장 씨 제보 내용이 김 검사 수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그로부터 약 5개월 후인 2021년 3월 10일 MBC는 경찰이 연예인 상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심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CCTV 자료에서 이 회장을 발견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실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보도 다음 날 장 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그때 내가 김스타(장 씨가 김 검사를 부르는 별칭)한테 얘기했더니 마약수사과에서 알고 있더라고(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41차례나 의료 외 목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2021년 6월 이 회장을 벌금 5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경기남부경찰청이 이 회장의 추가 투약을 파악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공소장을 변경했다. 장 씨가 확인한 사실은 이 추가 투약으로 추정된다.
그해 10월12일 검찰은 이 회장에게 벌금 7000만 원을 구형했고, 같은 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부(장영채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하고 1702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판결문에는 장 씨가 언급했던 프로포폴 추가 투약이 '불리한 정상'으로 담겼다.
검찰과 이 회장 모두 항소를 하지 않으면서 해당 사건은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재판에서 이 회장은 "피부과 치료와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의사의 처방을 따른 것"이라며 "프로포폴을 투약하려는 목적으로 내원하거나 처방 없이 투약하지는 않은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 간 질긴 악연의 시작은 국정농단 수사다. 이 회장은 2017년 8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문에는 장 씨 이름이 20차례 등장할 정도로 장 씨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장 씨는 국정농단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특검팀은 장 씨 진술을 통해 삼성이 최 씨와의 관련성에서 영재센터에 후원금 16억2800만 원을 줬다고 보고 뇌물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5년 7월 영재센터를 설립한 인물이 바로 장 씨다. 영재센터 뇌물 건은 수많은 혐의 중 하나였지만, 이후 재판 내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영재센터 뇌물 혐의는 2018년 2월 5일 무죄로 뒤집혔다. 이 회장은 이날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하지만 2019년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를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영재센터 뇌물 혐의는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용 말 구입 대금 34억여만원 등과 함께 유죄로 최종 인정됐다.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온 2021년 1월 18일, 장 씨는 이 회장과 악연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 씨는 당일 지인 A씨와 통화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삼성에서 너무 열 받아서 사람 시켜서 나 죽이러 오는 거 아니겠지? 갑자기 나 혼자 있는 게 무서워졌다"며 두려움을 토로했다.
KPI뉴스 / 전혁수·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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