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美 8만 기지국' 추진…K-통신장비 수혜 기대 속 '신중론'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2026-10-26 17:30:43
"중국산 배제 기조에 한국 부품사 기회…글로벌 벤더 통한 간접공급 유력"
전문가 "부지 임대와 장비 발주는 별개…실제 대규모 납품은 2027년 이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미국 제4 이동통신 진출을 위해 8만 개 기지국 부지 확보에 나서면서 케이엠더블유, RFHIC, 쏠리드 등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중국산 통신장비 배제 기조 속에 현지 납품 이력이 있는 한국 기업들이 낙수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인프라 부지 확보가 곧바로 부품사 수주로 이어지는 건 아닌 만큼 섣부른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상 이동통신망 구축을 위해 크라운캐슬 등 미국 통신 인프라 기업과 최소 8만 개 기지국 부지에 대한 접근권 확보를 협의 중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인 스타링크에 독자적인 지상망을 결합해 기존 통신 공룡(AT&T, 버라이즌, T모바일)들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8만 개라는 숫자 자체보다 스페이스X가 독자적인 지상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규모 전국망을 깔려면 통신장비가 대거 필요한 데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중국산 규제를 감안하면 한국과 유럽 부품사의 가치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옥외 기지국 구축에 필요한 핵심 부품사와 중계기 업체들이 1차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초기 기지국 구축 단계에서는 무선 신호를 송수신·증폭하는 안테나와 필터, 전력증폭기 제조사가 먼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안테나·필터를 생산하는 케이엠더블유는 삼성전자와 노키아 등 글로벌 장비업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미국 매출(약 77억 원)도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알에프텍 역시 삼성전자의 5G 안테나·필터 1차 협력사로 미국 버라이즌에 장비를 공급 중이다. 기지국용 전력증폭기 반도체를 생산하는 RFHIC는 지난해 미국 맥스리니어와 고효율 전력증폭기를 공동 개발했으며, 삼성전자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핵심 벤더다.
이후 통신망 확장 및 음영 지역 해소 단계에서는 분산안테나시스템(DAS) 등 중계기를 주력으로 하는 쏠리드 등으로 수혜가 이어질 전망이다. 쏠리드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437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뉴욕 지하철 역사와 터널 5G망 확장 사업에 참여한 이력이 있으며, 스페이스X의 부지 협상 대상인 크라운캐슬을 북미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존 납품 이력이 스페이스X 직수주로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이 변수다.
김홍식 연구원은 "크라운캐슬은 철탑과 부지를 제공하는 인프라 사업자일 뿐"이라며 "스페이스X가 크라운캐슬 부지를 임대한다고 해서 그 위에 얹을 통신장비까지 크라운캐슬의 기존 납품사에서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통신사업자는 필터나 증폭기를 개별 구매하기보다 장비사로부터 통합 시스템을 턴키로 공급받는다"며 "국내 부품사가 스페이스X에 직납하기보다는 삼성전자나 에릭슨 등 글로벌 제조사를 거쳐 간접 공급하는 경로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 시점도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신규 사업자인 스페이스X가 전국망을 구축하려면 통신 장비 선정과 기술 검증, 망 연동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가 계획대로 지상망에 착수할 경우 2027년 장비사 선정 및 초기 구축을 거쳐 2028년 이후에야 장비 공급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