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전·현 핵심지도부 2명, 탈세·횡령 의혹…경찰 본격수사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4-08-30 15:09:02

지난 3월 고발장 접수…현재 경기북부경찰청 수사중
재단 돈, 재단 관계자 회사 4곳 투자…편법 증여 제기
지난해 말 기준 투자금 약 100억 원 손실로 처리돼
효정재단 "탈세 없었고 투자계약 적법하게 진행했다"

통일교 재단이 탈세와 횡령 의혹에 휘말렸다. 피고발인중 J모, Y모 씨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최측근이다. J 씨는 한 총재 비서실장, Y 씨는 비서실 부실장 출신이다. 

 

특히 Y 씨는 얼마전까지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 한 총재를 대신해 통일교 자금과 인사권을 쥔 실질 책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탈세와 횡령 의혹 대상인 통일교 산하 효정국제문화재단(이하 효정재단)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의혹의 핵심은 공익법인 효정재단이 기부금 백수십억 원을 고유 목적사업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탈세이자 횡령이라는 게 고발인의 주장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은 기부금 등 수익금을 공익 목적사업에만 써야 한다. 그래야 증여세가 면제된다. 효정재단의 정관상 주요 목적은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지원사업'이다. 

 

발단은 내부 고발이다. 통일교인 최모씨는 지난 3월 전·현직 이사장을 포함, 재단 관계자 1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효정재단이 기부금을 투자한 법인은 모두 재단 임직원이 설립한 회사다. 이 또한 의혹과 관련한 법적 쟁점이다.

 

고발전 통일교 내부에서는 이미 상당한 우려와 경고가 있었다. 통일교 학교법인 선학학원 민 모 국장은 지난 3월 선학학원 이사장에게 보낸 메일에서 "본건은 법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최악의 경우 국세청과 주무관청, 또는 내부고발에 의해 형사고발되거나 언론보도로 이어지는 사태까지 염두하셔야 한다"고 보고했다.

 

▲ 효정국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경기도 가평군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 [홈페이지 캡처]

 

해당 사건은 현재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은 투자금 사용기록 등을 토대로 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30일 KPI뉴스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효정재단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통일교, 청심교회. 효정글로벌통일재단 등 통일교 관계기관으로부터 총 338억 8754만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중 통일교 세계본부 명의의 기부금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56억 6038만 원. 당시 세계본부장은 같은 시기 효정재단 이사장인 Y 씨였다.

 

효정재단은 이렇게 받은 기부금(338억 8754만 원) 중 169억 1321만 원을 △ 스튜디오피치 △ HJ스마트에듀 △ 투맨필름 △ 효정패밀리코퍼레이션 4개 법인에 투자했다. 모두 재단 임직원이 설립한 회사다. 해당 투자는 재단 사업목적에 벗어났고 그래서 탈세, 공금 횡령이라는 게 고발인 최 씨의 주장이다. 

 

스튜디오피치는 효정재단 박 모 사무국장이 2020년 7월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한 영상 제작업체,  HJ스마트에듀는 효정재단 직원 김 모씨가 2020년 9월 자본금 100만 원으로 설립한 교육콘텐트회사, 투맨필름은 2019년 설립된 영화제작업체, 효정패밀리코퍼레이션은 효정재단 최 모 부이사장이 2021년 1월 설립한 키즈카페 운영업체다. 이들 모두 피고발인 명단에 올랐다.

 

자금흐름엔 누락과 모순도 눈에 띈다. 스튜디오피치에는 법인 설립(2020년 7월 28일) 전부터 자금(운영비)이 지급된 것으로 되어 있다. 효정재단은 2020년 5~9월 운영비 명목으로 스튜디오피치에 3억 4200만 원을 지급했다고 국세청 공시자료에 신고했다. 5월부터라면 법인 설립 두 달 전이다. 그러면서도 재단은 월별 수입, 지출 명세에는 5, 6월에 지출된 내역이 0원이라고 공시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감사보고서엔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5억5000만 원이 이체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최씨는 "효정재단의 2021년 공익법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HJ스마트에듀는 5억4835만 원, 효정패밀리코퍼레이션은 6807만 원이 투자금 지급 내역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부 투자계약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확인해보니 공시에 상당 부분이 누락됐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법인 4곳에 대한 투자금 중 3분의 2 가량은 회수가 힘들게 됐다. 효정재단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은 2022년, 2023년 투자 손실금(손상차손)을 각각 9억 5700만 원, 90억 3500만 원이라고 밝혔다. 합치면 99억 9200만 원이다.

 

최씨는 "투자계약서에 투자금 손실분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것은 애초 투자금 회수 의지가 없었다는 뜻"이라면서 "흐지부지 손실금으로 처리한 부분 역시 공금 횡령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세무법인 대표는 "공익법인 부실 투자를 막기 위해서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공인회계사도 "특수관계자가 대표로 있는 법인에 투자된 돈이 특별한 이유 없이 손실 처리됐다면 배임·횡령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투자 대상이 재단의 공익 활동에 부합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특수관계자 여부다. 고발인측은 재단 관계자들이 이들 회사를 설립하거나 대표로 있었기에 특수관계자 거래라고 주장한다. 재단은 "자금을 집행한 회사 4곳 모두 재단 임직원이 보유한 지분이 30% 미만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상증세법 상 법인과 재단이 특수관계자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증세법 시행령 12조에는 재단 관계자가 법인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할 경우에만 특수관계자로 본다. 

 

그렇다고 논란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국세기본법 등에는 '법인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포괄적으로 특수관계자로 본다. 최 씨는 "지분만 30% 밑으로 낮춰 문제가 될 소지를 피하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감사보고서에도 "효정패밀리 대표가 최○○씨로 효정재단 부이사장이어서 내부자 거래임"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청심국제연수원 인테리어 공사 목적으로 통일교 관계사 선원건설에 지급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최씨는 "2019년 선원건설 감사보고서 도급공사 내역에는 청심국제연수원 본관동 리모델링 공사 금액으로 미수금이 28억 2700만 원으로 기재돼 있는 반면, 효정재단 미지급금에는 8억7000만 원으로 적혀 있다"며 공사금 부풀리기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효정재단은 수사당국에 탈세 등 위법 행위는 없었으며 투자 계약은 사업 타당성 및 현황을 검토한 후 절차에 맞춰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PI뉴스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재단에 전화를 걸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복잡한 사건이어서 사실관계 확인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KPI뉴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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