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빌리려다 보험료 210만원만 지출"…정책자금 컨설팅의 덫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2026-09-18 17:04:40

운영자금 5000만원 구하려다…대출 불발에 보험료 210만원 부담
컨설팅 수수료 대신 종신보험 권유…구두 약속에 적발도 어려워
당국 경고에도 유사 영업…취소 기간 지나도 피해구제 길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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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식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지형국(43·가명) 씨는 올해 4월 운영자금 5000만 원을 마련하려 정책자금 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직원 급여를 지급할 돈도 부족했던 그에게 업체가 제안한 것은 월 보험료 70만 원짜리 종신보험이었다. 지 씨는 별도의 컨설팅 수수료를 내는 대신 보험에 가입하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공인특화자금 대출 신청을 도와주겠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대출 지원에 관한 설명은 구두로 이어졌다. 지원 내용이나 대출이 불발됐을 때의 처리 방안을 담은 문서는 받지 못했지만, 자금 마련이 급했던 지 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업체 안내를 따라 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땐 이미 보험료 210만 원을 납부한 상태였다. 보험 가입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담당자는 대출과 보험은 별도 계약이라고 말했다.


지 씨는 "직원 급여 줄 돈이 부족해서 상담받았는데 매달 나가는 돈만 더 생겼다"며 "대출이 안 나와도 보험은 남는다고 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정책자금 대출 지원을 내세워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모집수수료 일부를 컨설팅 대가로 나누는 영업 구조. [챗GPT 생성·업계 GA 설명 재구성]

 

소공인특화자금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제조업을 하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소공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정책자금 대출이다. 사업 운영이나 설비 도입 등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정책자금 상담이 보험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일부 컨설팅 업체와 보험 판매조직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컨설팅 업체가 자금이 필요한 사업자를 모아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에게 연결하면, 설계사는 이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보험계약이 체결되면 보험사는 판매 대가인 모집수수료를 지급한다. 일부 연계 영업에서는 이 수수료를 컨설팅 업체 측과 나눠 고객에게 직접 받을 상담 비용을 대신한다. 컨설팅 업체는 보험 판매 수익으로 대가를 충당하고, 설계사는 보험에 가입할 고객을 확보하는 구조다.


한 GA 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의 모집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아 이런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며 "컨설팅 업체가 고객에게 직접 수임료를 받는 대신 보험 수수료를 분배받는 방식으로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떠안는 것은 장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다. 종신보험은 사망을 평생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 초기에 해지하면 돌려받는 돈이 납입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 있다. 대출을 기대하고 가입했더라도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보험료 지출만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대출 지원 약속이 공식 기록에 남지 않으면 판매 과정의 문제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이 관계자는 "대출 조건이나 정책자금 지원 약속은 보험 청약 서류나 공식 녹취에 남지 않고 구두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도 대출 승인을 위해 협조하다 보니 해피콜 단계에서 사실을 숨기면 실시간 적발은 어렵다"고 전했다. 해피콜은 가입 후 중요사항을 설명받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지 씨의 보험 가입을 담당한 모집인이 소속된 GA 측은 "정책자금 컨설팅 수수료를 대신해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것은 당사가 승인한 영업 방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취소 요구에 별도 계약이라고만 안내한 대응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납입보험료 210만 원의 반환 방안을 보험사와 협의하고 분쟁 처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액 반환을 GA가 단독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불발 자체보다 보험 가입 당시의 설명과 권유 내용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한덕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대출 신청을 도와주겠다는 약속과 반드시 받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구별해야 한다"며 "보험 가입이 대출 승인에 유리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안내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나 부당권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계약 취소나 피해구제를 요구할 수 있다. 약관이나 계약자 보관용 청약서를 받지 못하거나 약관의 중요내용을 설명받지 못한 경우 등에 계약 성립일부터 3개월 이내 취소를 요구하는 제도가 '품질보증해지'다. 보험료를 세 번 납부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는 없다.


전 교수는 기간이 지났더라도 요건에 따라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하거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약을 끝내는 것과 이미 낸 보험료 전액을 돌려받는 것은 별개다.


금융당국도 관련 영업의 위법 소지를 경고해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23일 정책대출 신청 대행 과정의 보험 가입 요구 등이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 금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구속성 행위와 미등록 대출 모집 관련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한화라이프랩과 신한금융플러스 등 보험사 자회사 GA를 대상으로 정책자금 대출과 연계한 보험 영업에 관한 검사에도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정책자금 지원을 내세워 불필요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관련 영업의 위반 사항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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