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26년만에 그린벨트 환경평가 개편 착수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7-30 16:07:35
대안 시뮬레이션, 법령 개정안 마련 방침
개발 불가 1·2등급지 기준이 초점
경실련 "어떤 명분으로도 해제 안돼"
국토교통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조정의 주된 근거가 되는 환경평가 제도를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제도 시행 후 26년이 지나 그간 변화를 반영해 대안을 찾겠다는 취지인데, 구역 해제의 폭을 넓히는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30일 조달청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개발제한구역 환경평가 개선 방안 연구' 입찰 공고를 냈으나 한 곳만 응찰해 유찰되자 최근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난,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입찰 특례 고시에 따라 단일 응찰일 경우 재공고 입찰을 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사업금액은 8억 원으로 정부 연구 용역 중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개발제한구역 운영의 근간을 바꾸는 토대가 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전문적이고 방대한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 배경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환경평가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경과해 보전해야 할 환경가치 및 평가체계 등에 대한 현 시점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환경 관련 데이터에 기반해 실증적으로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제한구역의 도시계획적 측면 및 환경가치의 보전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경평가의 합리적 개선 방안 모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통해 환경평가 지표와 등급 산정 방식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도출하려 한다. 또 여러 대안별 시뮬레이션을 시행하고 현재 환경평가 결과 간 차이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토대로 개발제한구역 환경평가 개선방안과 법령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에는 조정 또는 해제의 첫 번째 기준으로 환경평가를 두고 있다. 평가 결과 보존가치가 낮게 나타나고 도시용지의 적절한 공급이 필요한 지역이다.
환경평가는 표고, 경사도, 식물상, 농업적성도, 임업적성도, 수질의 6개 지표로 해서 5개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1·2등급지는 원칙적으로 해제 지역에서 배제된다. 1970년대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에 대해 김대중 정부가 대규모 조정에 나서면서 그 기준으로 도입된 것이 환경평가다.
지난해 11월 말 윤석열 정부는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주된 과제 중 하나로 개발제한구역을 지목했다. 환경평가에 대해서는 천연·자연림의 수령이 늘어남에 따라 1·2등급지가 지속 확산되고 있다고 봤다. 수령 10년 이하 천연림으로 구성된 3등급지가 10년이 지나면 2등급지로 승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목 성장 기간을 고려한 환경평가 등급 조정안을 규제 완화책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토부의 이번 연구는 이를 본격 실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평가 개편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 쟁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환경등급평가를 위한 표고, 경사도 등 6개의 지표는 변화 없이 계속 사용되어 왔다"면서 "현행 지표는 생태 현황과 연관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고 짚었다.
앞서 2020년 당시 유재성 한국국토정보공사 선임연구원은 "환경평가가 개발제한구역 조정을 위한 과학적 도구로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성장 관리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도시계획 수단과 환경평가 제도가 결합해 개발제한구역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환경평가 방법 면에서 "(도입) 당시 반영할 수 없었던 항목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거나 생태적 환경을 측정하는 다른 평가 수단을 통해 환경평가를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윤석열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리풀, 고양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4개 지구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비수도권에 한해 1·2등급지도 대체지 선정을 조건으로 해제하는 국가·지역전략사업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도권의 추가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벨트를 해소해서라도 신도시 만들어 계속 공급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일리가 있다"면서도 "지방 입장에서 보면 목마르다고 소금물 계속 마시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방 균형 발전과 지속적 성장 발전 전략 측면에서 검토해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경실련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정부는 보전 가치가 높은 그린벨트에 대해 어떠한 개발 명분으로도 해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하고 일관된 원칙을 확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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