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함께 해주신 이재명 대표님"…몸 낮추며 野에 손내밀어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3-10-31 15:28:35

작년 시정연설 때와 달리 野 먼저 호명하며 예우
野 의원에 먼저 악수 청해…李와는 세차례 손잡아
사전환담선 李와 만나 "오랜만입니다"…李 미소만
상임위원장단 오찬 "많은 얘기해 취임 후 가장 기쁜 날"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국회를 찾아 연설을 하는 동안 보인 모습은 지난해 시정연설 때와 사뭇 달랐다. 야당을 향해 손을 내밀고 협조를 구하는 '겸손 자세'가 두드러졌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맨 뒷줄에 있던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순서로 악수했다.

 

윤 대통령이 손을 건네자 상당수 민주당 의원은 일어나 악수했다. 친명 성향의 이형석 의원은 앞만 응시하고 있다가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고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노룩 악수'인 셈이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아예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았다. 홍정민·이동주 의원은 앉은 채로 악수했고 문정복 의원은 등을 돌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시작하며 이 대표 등 여야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민생과 국가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국회부의장님,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고 한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옆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당명은 ‘민주당-정의당-국민의힘’ 순이었다.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깬 것이다.


이 대표를 직접 거명하며 인사를 건넨 것도 다소 생소했다. 민주당이 '보이콧'을 한 작년 시정연설에선 윤 대통령이 야당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또 올해 연설에선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지 않았다. 국무회의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을 혹평한 것과는 비교된다.

 

윤 대통령이 예산 정국을 앞두고 이 대표와 거대 야당 협력을 얻기 위해 자세를 낮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연설 후 퇴장하면서 본회의장 통로를 돌아 여야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대표와는 입장때처럼 또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국회 접견장에서 약 20분간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 이 대표 등 여야 대표 등과 사전환담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5부요인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이 대표와 공식 석상에서 대면해 소통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정부 기념식 등에서 이 대표와 조우해 짧게 인사 정도만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2분쯤 김 의장과 함께 국회 접견실에 들어서며 미리 대기하던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정의당 이정미, 국민의힘 김기현, 이 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짧게 악수했다. 이 대표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별도 답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환담 모두발언에서 "자리를 만들어준 의장님께 감사하다. 여야, 정부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저희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데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국회가 요청하는 자료를 충실하게 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내가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원내대표, 또 5부 요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문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사전 환담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민생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연설 후엔 여야 원내대표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사랑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최한 국회 상임위원장, 정당 원내대표 오찬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접견실에서 진행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회는 오늘로 3번째 왔지만, 우리 상임위원장들과 다 같이 있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정부의 국정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 이런 것에 대해서 좀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김진표 의장은 "오늘 간담회가 우리 국민에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뜻깊은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야당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요구한 데 대해 "깊이 인정하고 실천하겠다"며 "여야가 지금까지는 오월동주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가는 동주공제의 관계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우리 의원님들과 또 많은 얘기를 하게 돼 저도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이 아까 간담회 때 하신 말씀은 제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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