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박원순 "행정과 정치는 하나, 황교안 스스로 책임져야"
오다인
| 2019-03-20 13:41:19
"황교안, 박근혜 정부 최고위 공직자로서 책임 다하지 않아"
"제로페이, 소상공인에게 도움 되면 관변이라도 해야 할 것"
참새만한 몸집으로 8000㎞를 나는 새. 넓적부리도요는 박원순 서울시장(62)의 명함에 새겨져 있다. 박 시장도 멀리 걸어왔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를 거쳐 행정가로, 정치인으로 7년 넘게 공직에 재임 중이다. 이제 문재인 정권의 뒤를 이을 대권 후보를 논할 때 그의 이름은 빠지는 법이 없다.
명망에 걸맞게 '정치 근육'이 단단해진 걸까. 박 시장의 답변엔 자신감이 넘쳤다. 민감한 질문에도 피하거나 에두르지 않는다. 청년수당에 대한 일부 야당의원의 비판에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라고 받아쳤다. "근거 없는 비판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다"면서. 역점사업인 '제로페이'에 대해서도 "신용카드보다 이게 한 수 위"라며 "이미 대세"라고 호언했다.
대권주자급으로 떠오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직설했다.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박 시장이 뿜어내는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가 믿고 기대는 '집단지성의 힘'인 듯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하는 일은 대부분 시민과의 협치를 통해 추진된다"면서 "시민과의 협치는 집단지성의 힘이다. 전 세계 역사가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박 시장에게 "행정과 정치는 하나"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UPI뉴스〉와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인터뷰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탄핵부정·태블릿PC 조작 의혹 등 용납 안돼
"행정과 정치는 구별되지 않는 하나다." 박 시장은 "현안에 대해 행정가로서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의견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황교안 대표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다.
박 시장은 "행정이든 정치든 시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의 미래를 헤쳐나가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정책적으로 문제가 많았고 황 대표는 이 때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총리를 지냈기 때문에 최고위 공직자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 대표의 '탄핵 부정' 발언과 '태블릿PC 조작'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사법 과정,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합의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황 대표가 '5·18 망언' 징계를 놓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서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평가는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피와 눈물의 희생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국가가 여야 일치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고 희생자 묘역을 국립묘지로 지정한 것인데 이를 근저에서부터 뒤엎는 듯한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청년수당 비판할 자유 있지만, 포퓰리즘 아냐
박 시장은 2017년 3월 펴낸 저서 <박원순, 생각의 출마>에서 "정권교체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지만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꿈과 열망마저 접을 수는 없다"고 썼다. 박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중앙정부까지 논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도시부터 잘해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3포, 5포, N포 세대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가슴 아프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분명히 취해야 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지난달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관련해 "대통령 때문에 경제가 파탄이 나서 죽을 지경인데 서울시장까지 속 썩이지 말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는 "비판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면서 웃어넘겼다. 박 시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든 비판할 자유는 있지만, 청년에 대한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사실주의)이다. 현장에 나가서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보라. 청년의 입장이 어떤지 들어야 한다. 서울시의 모든 정책은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고 청년에 대한 정책도 청년들이 만든 것이다.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이런 기반 위에 서 있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추진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청년수당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3~6개월 동안 매월 50만 원을 지급한다. 이 제도는 시행 하루 만에 보건복지부가 "사회보장기본법상 '조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권취소 처분을 내려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재개해 올해로 4년째 지급되고 있다. 구직 활동과 관련한 직간접 비용으로 광범위하게 쓸 수 있어 청년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꿋꿋하다. "청년층은 가장 고통받는 세대가 되는 중"이라면서 "작은 수당이지만 청년수당을 확대할 생각이고 청년들이 정책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시장 직속의 기구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의 작은 실험들을 비롯해 정부 여당에서도 청년들의 어려운 상황을 잘 듣고 실천해 나가면 이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어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결론 낸 것처럼 미세먼지는 재앙이자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세먼지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중국을 추궁한다고 해도 중국의 협조를 받아내기가 어려우므로 실질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울시는 노후 경유차 단속과 폐차, 지하철 무료화 등을 통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 왔다. 지난달 15일부터 전면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서울시가 유도해낸 성과다. 현재 인공강우, 플라스마를 이용한 미세먼지 제거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일본 도쿄를 포함한 아시아 13개 도시와 동북아 대기 질 개선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자매도시인 중국 베이징과 미세먼지 저감 방안을 통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초미세먼지의 원인인 이산화질소가 대부분 난방에서 나오는 데 착안, 중국 산둥성의 난방 기술을 바꿔나가기로 합의한 것이 일례다.
박 시장은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꾸준하게 해나가면 효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무엇보다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서 종합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사람 중심의 '서울 10년 혁명'
박 시장은 지난해 3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삶을 바꾸는 서울 10년 혁명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1년의 성과에 대해 그는 "다 만족하진 않는다"고 했다. "아쉽고 좀더 다르게 했으면 좋았으리라는 성찰도 한다"고 부연했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임기를 시작, 이후 선거에서도 내리 당선됐다. 2014년 6월 제6회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56.12%로 재선된 데 이어 2018년 6월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득표율 52.79%를 기록하며 3선에 성공했다. 3선이 확실시된 때 박 시장은 "언제나 시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라는 시민 여러분의 위대한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정책을 시행하면 다른 지방정부에도 모두 영향을 미치고 중앙정부까지 미치기 마련"이라면서 "협치적인 관점에서 과거 하드웨어 토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사람 중심의 시정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14년 2기 시정을 시작하면서 서울시를 사람 중심의 '사람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임 시장들은 대규모 토목 공사와 전시 행정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박 시장은 이와 다른 시정을 펼쳤다는 평가가 따른다. 서울시는 시민 참여와 도시 재생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일본 도쿄, 독일 함부르크를 제치고 2018년 '도시 행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세계 10대 도시를 꼽으면 대부분 서울이 포함된다"면서 "연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와 컨벤션이 530여 건에 달한다"고 했다. 하루에 2건꼴로 열리는 셈이다. 그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 지수 역시 싱가포르, 브뤼셀에 이어 서울이 3위에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민생과 복지에 대한 성과는 미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가 들이는 공에 비해 제로페이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박 시장은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다"면서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신용카드가 정착될 때까지 기업들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생각해보라"면서 제로페이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박 시장은 "최근 몇 달 새 제로페이의 기능이 대폭 개선됐고 인센티브 확대 방안도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관이 주도하는 '관변 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데 서울시가 안 할 이유가 없다. 관변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은 시민 비판 먹고 사는 것
서울시가 내놓은 광화문 광장의 새 설계안에 쏟아진 비판에 관해서는 "정책은 시민의 비판을 먹고 사는 것"이라면서 '서울로7017'을 예로 들었다. 박 시장은 "서울로7017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 상인들,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다"면서 "지금은 시민이 걸어 다니는 수목원으로 개선 1년 만에 1000만 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만큼 상인들의 우려와 비판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일관되게 '공유도시'를 표방해왔지만 2013년 우버를 고발한 사건은 모순이 아니냐고 묻자 "공유경제를 실현하면서 기존의 업계도 살릴 방안을 고민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택시는 7만 대, 택시기사의 가족까지 더하면 20만 명이 넘는 시민의 삶의 문제이고 동시에 공유 시스템은 도도한 물결처럼 오고 있는데, 이 두 가지 큰 문제는 일도양단의 답을 취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경제와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저출생'을 꼽았다. 대책으로 서울시는 '우리동네 키움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동네 키움센터'는 학교를 마친 후 갈 곳 없는 아이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일로 인해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는 부모에게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 사업이다.
박 시장은 "아이들이 미래에 살기 좋은 나라와 도시를 만들면 출생률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면서 "사회의 현실과 구조로 인해 아이가 있는 직장 여성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어 퇴사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초등(만 6~12세) 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동네 키움센터'를 올해 94곳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온마을 돌봄체계 구축 기본계획'을 지난 6일 발표했다. '우리동네 키움센터'는 2022년까지 400곳으로 확충될 전망이다.
박 시장은 "이런 정책들은 처음 시작할 때 '21세기 대도시에서 가능한 일이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보편화했다"면서 "마을공동체 사업은 서울시의 가장 빛나는 성과 중 하나"라고 했다.
KPI뉴스 / 오다인·김이현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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