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있을까?
김광호
| 2019-03-12 21:22:55
'우리' 116회, '국민' 54회, '생각' 43회, '경제' 41회 순
북한, 정책, 미세먼지 등 文정권 비판 단어도 자주 언급
탄핵 부정·태블릿PC 조작 가능성 등 '문제적 발언' 우려
'황교안호'가 출범한 지 2주가량 지났다.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유효득표의 50%(6만8천713표)를 득표하며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대표에게는 '보수 재건'과 '당내 통합'이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황 대표는 취임 이후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과도 만남을 가지면서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말과 행보를 보면 그의 향후 정국 구상과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 2월 27일 취임 수락 연설부터 3월 6일까지 8일간 황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연석회의, 특위, 세미나, 접견, 간담회 등 발언을 모두 취합해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했다.
워드 클라우드는 글에서 여러 번 반복된 키워드를 추출해 빈도수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보여주는 기법이다. 이를 위해 웹사이트 젤리랩을 통해 단어(형태소)별로 분류한 뒤 빈도수로 정렬해 황 대표가 자주 쓰는 말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황교안 뇌구조는 "우리, 국민, 생각, 경제, 정당, 일"
본지가 분석한 황 대표의 8일치 발언은 총 글자수 1만5천249자, 낱말 4천980개, 원고지 103장 분량이다. 이 중 '있다' '없다' 등의 무의미한 단어와 '그리고' 등의 접속사 등을 제외하고 10번 이상 반복된 단어들로 분석이 이뤄졌다. 그 결과 최다 언급된 단어는 '우리'(116회)였으며 '국민'(54회), '생각'(43회), '경제'(41회), '정당'(37회), '일'(34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먼저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된 배경은 그가 한국당에 입당한 직후부터 줄곧 주장해온 '통합'과 '화합'에서 찾을 수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15일 입당 신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부터 '통합'을 한국당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통합'을 10회 언급했으며, '화합'도 3회 거론했다. 또한 통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9회), 함께(7회)라는 단어를 수 차례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당대표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통합'에 대한 직접 언급은 다소 줄었으나, 당의 구성원 개인이 아닌 '우리'를 강조함으로써 당내 통합과 우파 및 보수 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에 이어 두세 번째로 많이 언급된 '국민'과 '생각'이라는 단어에서는 한국당이 앞으로 국민들의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한 그의 고심이 엿보인다.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가 네 번째로 많이 언급된 '경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경제난에 있다. 황 대표는 이점을 지적함으로써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함과 동시에 자신과 한국당의 '능력'을 국민에 소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무능력으로 초래된 경제난을 자신과 한국당이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정당'과 '일'이란 단어를 30회 이상 계속 반복한 것도 일하는 한국당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회 이상 언급된 단어들로는 '여러분'(29회), '상황·함께'(25회), '만들다'(23회), '나가다·정권'(22회), '대통령'(21회), '자유한국당·북한·정책·미세먼지·노력'(20회) 등이 있다.
이들 중 '여러분, 함께, 만들다, 나가다, 노력'은 앞서 '우리'와 같이 통합의 메시지를 담아 한국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긍정적 의미들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권, 대통령, 북한, 정책, 미세먼지'는 현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부정적 메시지들이다. 10회 이상 언급된 단어들 중에서도 문제(19회), 정부(17회), 나라(16회), 과제(14회), 걱정·민생 안보·핵(11회) 등 정부·여당을 향한 부정적인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요즘 가장 국민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미세먼지'는 '경제' 키워드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다. 북한 이슈도 최근 열렸던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황 대표의 '공격 포인트'다. 문재인 정부의 약점이 될만한 키워드들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비판함으로써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반사이익으로 한국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취임 이전과 달리 통합을 적극적으로 부르짖기보다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이어가면서 국민의 눈길이 자신과 한국당을 향하게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내년 총선 승리는 물론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의도들이 그의 입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적 언행' 탓에 곤욕 치르기도…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 제기돼
그러나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과거부터 계속돼온 '문제적 언행' 탓에 향후 정치적 입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과거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고 밝혀 구설에 오른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에 동의할 수 없다거나, 태블릿 PC의 조작 가능성에 동조하는 등 잇따른 구설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한 황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태극기 부대'를 의식한 반헌법적·반민주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황 대표를 향한 일반 국민의 싸늘한 시선은 전대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전대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목할 것은 황 대표가 당원 선거인단 득표에서는 55.3%를 획득했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 득표에선 37.7%를 얻는 데 그쳐, 중도개혁 보수를 표방한 오세훈 후보(50.2%)에게 크게 뒤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선과정에서 보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애매모호한 입장이나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에 동조한 발언 등이 민심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중도 확장성에 의심을 품는 국민이 많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입당 44일만에 제1야당의 수장이 된 '정치 신인' 황 대표가 한국당을 순탄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좀더 신중한 언행과 발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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