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모주 기관 사전배정 허용…6~10개월 매도 제한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2026-11-03 14:50:35
금융위원회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를 도입한다.
배정 물량을 6~10개월간 나눠 의무보유하도록 해 상장 직후 기관의 매도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 수요를 조사하는 길도 열리면서 공모가 산정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금융위는 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관련 법률에서 위임한 세부 기준을 정한 것으로, 이달 중 공포돼 오는 1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코너스톤투자자는 공모주 중 기관투자자 몫 일부를 상장 전에 사전 배정받고 장기간 보유를 약속하는 투자자다. 기존에는 주관사가 희망 공모가를 제시한 뒤 기관 수요예측과 배정을 진행했지만, 새 제도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에 물량을 먼저 배정할 수 있다.
대신 배정받은 주식을 바로 팔 수 없다. 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나머지 20%는 10개월 동안 보호예수해야 한다. 의무보유가 한꺼번에 끝나면 매도 물량이 특정 시점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제 시점을 나눴다. 시행령은 보호예수 기간을 6개월 이상 12개월 이하로 정하고, 구체적인 비율은 하위 규정에서 정하도록 했다.
사전배정 비중도 제한된다. 일반청약자와 우리사주조합, 하이일드펀드·코스닥벤처펀드 등 정책펀드 몫을 제외한 일반 기관투자자 물량이 기준이다. 이 가운데 코스피는 코너스톤투자자 전체에 최대 20%, 한 기관에 최대 10%를 배정할 수 있다. 코스닥은 전체 30%, 개별 20%까지 허용한다.
이를 전체 공모주 물량으로 환산하면 코스피는 코너스톤투자자 전체에 최대 10%가 배정될 수 있다. 코스닥은 기존 기관 배정 구조에 따라 전체 공모주 중 4.5~10.5%에 해당한다. 코스닥은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정책펀드 배정 몫이 커 코스피보다 한도를 높게 잡았다. 개인청약자 배정분을 사전배정 물량으로 돌리는 구조는 아니다.
참여 기관은 청약하려는 공모주 금액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이나 위탁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장기간 매도하지 못하는 동안 주가가 변동하더라도 투자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과는 계약할 수 없으며, 사전배정의 대가로 직간접적인 이익을 주고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공모가 산정 절차도 달라진다. 주관사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공개하기 전부터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투자자에게 매입 희망가격과 물량을 물어볼 수 있다. 종전에는 공모가 범위를 먼저 정한 뒤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이제는 범위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기관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모든 기관이 사전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일임업자는 총 위탁재산이 30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현행 수요예측에서 등록 후 2년이 지난 업체에 적용하는 50억 원 완화 기준은 인정하지 않는다. 금융투자협회는 기업가치 평가 능력과 미공개정보 관리 역량을 확인하는 추가 요건도 마련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기 전 기업 실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아직 공시되지 않은 자료를 전달하는 만큼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정보 제공 시점과 상대방, 내용을 기록·관리해야 한다. 비밀유지계약을 어기고 제3자가 정보를 이용하도록 하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이 공모가 산정에 시장 수요를 반영하고 상장 초기 매도 쏠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의무보유는 정해진 물량의 매도를 일정 기간 미루는 장치여서 공모주 가격 하락 자체를 막는 제도는 아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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