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맹자왈' 신경전
임혜련
| 2018-11-12 14:24:30
김성태 "예산심의 해달라 하고 주무부처 장관 경질, 국회 무시"
김관영 "박근혜처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않고 10명 임명 강행"
홍영표 "지나치게 엄격한 인사청문, 백지신탁제도 등 완화해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3당 교섭단체대표 정례회동에서 문의장이 맹자(孟子)를 인용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했으나, 3당 원내대표는 설전을 벌이며 '평행선'을 달렸다.
1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과 '경제 투톱'이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주 월요일에 (청와대에서) 여야정협의체를 실컷 잘해놨더니 지난 주말에 조명래 장관을 임명해 버렸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이른바 '경제 투톱'인 김동연-장하성의 동시 경질에 대해서도 "우선순위가 정책실장인데 예산심의 해달라고 예산을 (국회에) 넘겨놓고 주무부처 장관을 이렇게 경질하는 경우를 봤느냐"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가 "김동연 부총리가 (국회에) 다 나와서 예산과 법안을 챙길 것이다"고 답하자 김성태 원내대표는"(경질된) 장수가 무엇을 들고 싸우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여야의 공방에 문 의장은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고 중재에 나섰다.
문 의장은 "국회는 원래 싸워야 하는 곳이고 싸워야 맞다"며 "그러나 그게 막말이 되어선 안 된다. 격조 높은 논리 대 논리 대결을 해야 국회 전체가 격상된다"고 당부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저도 여‧야 협상하면서 그 부분(역지사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민주당과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여러 행보가 역지사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1년6개월 만에,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제대로 채택되지 않고 7번째 장관이 임명됐다. 헌법재판소재판관, KBS사장 등까지 포함하면 10명째 임명강행이다"면서 "민주당이 일방독주라고 평가했던 박근혜 정부도 4년반동안 9명이 임명 강행됐는데 문재인 정부는 벌써 10명 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9월 20일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도 대통령의 임명강행처리가 계속되어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하자고까지 합의했는데, 지난 주말에 환경부장관 임명이 강행됐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5일에 했는데 정확히 5일 만에 무시하고 조 장관 임명 절차를 해버렸다"며 "의장 말대로 품격과 서로 예의를 갖추고 국정 전반에 협치가 이뤄지면 얼마나 좋나. 칼자루를 쥔 사람이 잘해줘야 한다"고 동조했다.
야당의 공격이 이어지자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장관 찾기가 힘들고 찾더라도 인사청문회 제도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어 본인들이 거부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제는 그런 측면에서 인사청문회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며 "이런 엄격한 기준과 인사청문 문화, 무조건 야당은 낙마시켜야 성과로 생각하는 문화, 이것은 솔직히 저희가 여당일 때 그런 문화를 만들었고 저희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주식) 백지신탁제도, 이 제도 때문에 도덕성 검증을 떠나 기업인이 장관이 될 수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저희가 대상자를 찾는 게 제한돼고 기업인은 빼면 (장관후보가) 관료, 교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현실적으로 (제도를) 완화해서 저희가 전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인재라고 해도 장관이 될 수 없다"며 인사청문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문 의장은 이에 "'자모인모'(自侮人侮)라는 말이 있다. 자기 먼저 업신여기면 남이 나를 업신여긴다"면서, "국회는 여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야가 힘을 합쳐야 업신을 안 받는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야가 힘을 합쳐서 제도를 고칠 생각을 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제안했다.
이날 정례회동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주요 법안처리 등 각종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공방이 이어지며 공개회담에서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윤창호법'은 여야가 빨리 처리하기로 했다"며 "이외에는 합의된 게 없다"고 전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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