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영웅들, 선진국선 어떤 대우 받나

임혜련

| 2019-04-15 14:10:34

미국에선 고액 연봉직…초과근무수당이 기본급 넘어
대한민국 소방관 건강 '적신호'…광범위한 업무상 질병 인정

201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재난을 바탕으로 한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산불 현장의 최전선에서 화마를 잡는 최정예 소방관 '핫샷'의 이야기를 그린다.

▲ '온리 더 브레이브' 메인포스터 [코리아 스크린]


당시 축구장 1100여 개 크기가 넘는 초대형 산불을 잡기 위해 투입된 애리조나 프레스콧 소방서 관할 제7 소방기동대 대원 20명 중 19명은 산불을 진압하던 도중 순직했다.

영화는 나무를 자르고 땅을 파며 경계를 구축해 마지막까지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 노력하던 핫샷의 사명감을 조명한다.

이번 강원도 산불 발생 현장에서도 밤새 화마와 맞서 싸운 한국판 '핫샷' 대원들의 활약이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바로 산불 발생 시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산불 특수진화대이다. 산불 특수진화대는 산불 현장에 1선으로 투입되어 밤새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지만 처우는 열악하다.

전문 장비 없이 방진·방연마스크를 쓰고 산불을 잡아야 하는 작업 환경은 물론, 일당 10만 원에 10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처우도 열악하다. 별도의 성과급이나 퇴직금도 없다.

 

▲ 2018년 7월 28일 한 소방관이 캘리포니아 주 레딩 (Redding) 근처의 클로버 데일로드 (Cloverdale Road)에서 불을 끄고 있다. [뉴시스]

"소방관, 미국에선 고액 연봉직…초과근무수당이 기본급 넘어"

소방관은 선진국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국민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처우는 천양지차다.

대한민국 소방관의 화재진압수당과 위험근무수당은 각각 월 8만 원, 6만 원 밖에 되지 않으며 산불 특수진화대의 경우 일당 10만 원 외에 다른 수당은 일절 지급받지 못한다.

주승용 국회 부의장이 작년에 공개한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현황'(2018년 7월말 기준)을 보면 전국 소방공무원 4256명이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한 채 근무했다. 전체 미지급액은 1497억 원에 달한다.

선진국의 대우는 다르다. 특히 미국에서 소방관은 고액 연봉을 받는 직업으로 분류된다. 미국 주 정부 공무원 가운데 급여수준이 가장 높은 직업도 소방관과 경찰관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17년 주별 소방관 평균 연봉'에 따르면, 가장 연봉이 높은 뉴저지 소방관의 경우 평균 연봉은 7만5880달러(한화 약 8600만 원)에 달한다.

또한 시애틀 지역 주류 언론인 퓨짓사운드 비즈니스 저널(PSBJ)이 2016년 시애틀시 공무원 1만5744명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최고액 연봉자 1위부터 3위 모두 소방관이 차지했다.

1위에 오른 소방국 소속의 슐츠 구역장의 경우 연봉 36만303달러(한화 약 3억8900만 원)를 기록했다.

초과근무수당 역시 한국에 비해 높은 편으로 기본급을 초과해 지급되는 경우도 많다.

2018년 'LA타임즈'가 10만 명의 공무원 연봉을 조사한 결과 LA카운티 소방국의 초과근무 수당(Overtime Pay) 비용은 5년 동안 36% 증가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소방관 수백명이 초과근무 수당만으로 10만 달러(한화 약 1억1390만 원) 이상을 수령했다.

또한 LA카운티 공무원 최고연봉자 100명 가운데 3분의 1은 소방국 직원이었다.

▲ 2019년 1월 11일 뉴욕에서 소방관들이 동료인 스티븐 폴라드 (Stephen Pollard) 소방대원의 장례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소방관 건강 '적신호'…광범위한 업무상 질병 인정"

반면 우리 소방관들은 입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의 급여를 받을 뿐만 아니라 여러 업무상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늘 독성 연기와 발암물질 등에 노출된다. 참혹한 사고 현장을 목격하며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다수의 소방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 등의 정신건강 문제는 물론 난청이나 근골격계 질환, 암 등의 특이 질환에 시달린다.

실제로 소방관 10명 중 6명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2018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특수건강진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소방관 4만3020명 중 62.5%(2만6901명)이 건강이상 소견(요관찰·유소견)을 받았다.

그럼에도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아 치료비를 지원받는 경우는 드물며 업무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법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에선 5년 이상 근무한 소방관에 한해 특정 질환을 모두 공상(공무 중 부상)으로 인정해 주는 공상 추정법(Presumptive Cancer Legislation)을 적용한다. 공상이 아니라고 의심될 경우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입증해야 한다.

특히 미국 33개 주에선 암 질환과 소방대원의 직무 연관성을 인정, 일정 기준을 충족한 소방관은 암 진단 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전역에서 실행될 '소방관 암 등록 법안(Firefighter Cancer Registry Act of 2018)'에 서명했고, 관련 활동을 위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1000만 달러의 예산을 할당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방관을 위한 각종 심리 상담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선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 치료는 물론 소방관으로 구성된 '동료 상담팀'을 만들어 운영한다.

소방대원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더 나은 혜택을 주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뉴멕시코주는 PTSD를 겪는 소방관들에게 의료 보험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 2일 주지사가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뉴멕시코주에서는 PTSD를 소방관의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치료를 보장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일 PTSD를 겪고 있는 소방관과 경찰관 등을 돕기 위해 국가 차원의 상세 계획을 발표했고 4000만 달러(한화 약 45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 지난 4일 고성·속초 등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수천 명이 대피했다. 불길은 잡혔지만 그 자리에 검은 잿더미만 덩그러니 남았다. 몸만 겨우 피한 주민들은 불탄 터전을 보며 망연자실할 뿐이다. [문재원 기자]
 
이 같은 사례들이 소개되며 최근 국내에서도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는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법적으로 정해진 3교대 근무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급여를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 등이 올라오고 있다.

소방관들을 더 이상 사명감에만 의존해 일하는 사람들로 놔둘 일이 아니다. 소방관의 재난 대응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국가가 나서서 선진국에 버금가는 처우와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가고 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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