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후보 4명 중 3명 동반사퇴

김이현

| 2018-09-26 13:50:03

선거 이틀 전 공동 사퇴…원행 스님 단독 후보
"선거운동 과정 불합리"…사실상 원행 스님 겨냥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한 후보 4명 중 3명이 후보직 동반 사퇴를 선언했다.

 

▲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혜총·원행·정우·일면 스님. [뉴시스]


혜총(73)·정우·일면(71) 스님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선거 운동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후보직을 공동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가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종단 파행은 물론이거니와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 되어 불일(佛日)은 빛을 잃고 법륜(法輪)은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처럼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이번 제36대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세 명의 후보들은 사실상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이 원행 스님을 지지하는 선거 판도가 사퇴 이유임을 시사했다.

혜총 스님은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선거는 불교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수모를 겪게 될 것"이라며 "종단이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체육관 선거를 하고 있는데 직선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행 스님은 훌륭한 분이지만 설정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모신 분"이라며 "종단과 나라를 위한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 스님은 "선거가 진흙탕이면 연꽃을 피우고 시궁창이면 물꼬를 트고자 했다"며 "그러나 제도권이 특정세력의 지시, 지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면 스님은 목 건강이 좋지 않아서 따로 발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4파전으로 예상됐던 이번 선거는 세 후보가 공동 사퇴함에 따라 원행 스님 단독 후보로 치러지게 됐다. 단독 후보일 경우 선거인단 과반수의 찬성이면 당선된다.

다음은 공동기자회견 전문이다.

 

36대 총무원장후보를 사퇴하면서

 

존경하는 종정예하, 원로대종사, 그리고 제방의 수행납자와 사부대중 여러분,

 

지금 온 국민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전쟁 없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러나, 종단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부 스님들의 도덕성 문제로 인해 청정한 수행공동체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국민과 종도로부터 신뢰를 잃는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저희들은 비승가적인 선거문화의 고리를 끊고 국민과 종도로부터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며 미래불교의 희망을 열기 위한 원력으로 이번 선거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하였습니다.

 

만약 이번 제 36대 총무원장 선거가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종단파행은 물론이거나와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 되어 불일은 빛을 잃고 법륜은 멈추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이처럼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이번 제36대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저희 후보들이 사퇴하는 깊은 뜻을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며, 특히 지금까지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사부대중에게 깊은 감사와 참회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선거문화가 개선되고, 일부 기득권 세력들의 적폐가 청산되어서, 여법한 종단으로 거듭나기를 사부대중과 함께 간절히 염원합니다.


불기 2562(2018)년 9월26일

 

제36대 총무원장 후보

 

기호 1번 혜총·기호3번 정우·기호4번 일면 합장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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