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한동훈 전 대표님, 사람 보호가 우선입니다"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5-12-03 14:33:53
"새벽 배송 노동, 강요된 선택에 가까운 구조적 문제"
"조금 편리한 사회보다 사람 존중받는 사회 지향해야"
"새벽 배송 편리함 떠받치는 사회 불평등 구조 봐야"
새벽 배송 규제 문제가 논란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10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0~5시 배송 제한을 제안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이 발단이었다.
새벽 배송 제한이 아닌 전면 금지로 내용이 와전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노조 제안 당월 쿠팡에서 새벽 배송 업무를 하던 택배 기사가 퇴근한 뒤 쓰러져 숨진 사실이 지난 1일 뒤늦게 확인됐다.
KPI뉴스는 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새벽 배송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물품 분류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달 '일당 19만 원, 그 뒤에 있는 진짜 이야기'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
ㅡ쿠팡 등의 새벽 배송이 논란이다. '국민 일상에서 필수 서비스가 된 새벽 배송을 제한하면 소비자 편익이 침해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편익이라는 게 누군가의 안전을 갈아 넣어 만든 편리함 아닌가. 그것을 일상의 필수 서비스라고 부르는 건 과하다. 생활의 필수가 돼야 할 것은 새벽 배송이 아니라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다. 우리가 이를 먼저 논의하기 전에 '소비자 편익이 침해된다'면서 소비자와 노동자를 적대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ㅡ'새벽 배송 제한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당사자가 돈을 더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택했다'는 의견도 있다.
"선택지가 넉넉한 사람의 '자발적 선택'과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의 '자발적 선택'은 전혀 다르다. 후자는 자발성이 아니라 강요된 선택에 가깝다. 새벽 배송 노동은 주거비, 물가, 교육비 등이 계속 상승하는 속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얘기하는데, 같은 헌법 안에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도 담겨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위험과 과로, 야간 노동을 감수할 자유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ㅡ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새벽 배송이 금지되면 (중략) 새벽 장보기가 필수가 된 2000만 국민의 일상생활, 새벽 배송으로 돈을 버는 택배 기사들의 삶이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가 언급한 2000만 국민은 새벽 배송이 없던 시절에도 평범하게 잘 사셨다. 망가진 건 오히려 밤새 일하느라 건강은 물론 목숨까지 잃는 노동자들의 삶이다.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 않나.
노동자들이 한밤중에 일하고 쓰러지는데도 국민 편익이라는 말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인가. 새벽 배송이 아니라 노동자 건강을 지키는 나라가 국민 전체의 삶을 지켜줄 것이다. 정치는 조금 편리한 사회보다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해야 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는 말씀을 한 전 대표에게 드리고 싶다."
ㅡ새벽 배송 제한 문제에는 과로사와 노동자 건강권, 소비자 편익 등 여러 쟁점이 얽혀 있다. 한국 정치권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나.
"여러 가지가 얽힌 복합적인 사안일수록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가장 약한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것, 편의를 말하기 전에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이들의 희생을 보는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고 지속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는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눈치를 보는 데 머물러 있는 것 같다."
ㅡ새벽 배송에 대한 이용자들의 높은 만족도는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이 만연한 사회 구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한 불편한 진실이다. 스마트폰으로 밤 11시 59분까지 주문하면 아침에 문 앞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건 누군가 그 시간에 못 쉬고 뛰면서 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조를 빼고 만족도를 말하는 것은 결과만 보고 과정은 모르는 척하는 것 아닐까.
그간 우리 사회는 값싸고 빠른 서비스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이젠 그 뒤에 과로로 인한 산재, 노동자의 삶을 부수는 심야 장시간 노동이 자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가 누군가의 희생에 기댄 것임을 모른 척하면 안 된다.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도 마치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처럼 말하는 건 정치도,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새벽 배송의 편리가 아니라 그 편리함을 떠받치고 있는 사회 구조의 불평등과 취약성이다."
ㅡ노동자와 소비자, 노동자와 노동자 간 대립 구도가 부각되면서 쿠팡을 비롯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스템 개선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 대립 구도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가리고 본질을 흐리는 프레임이다. 노동자의 시간, 체력, 안전을 갈아 넣어 만든 편리함을 아무렇지 않게 이용해온 기업이 책임지게 하는 게 맞다. 과로사나 산재가 발생했을 때 기업에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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