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관 지명자 캐버노 '성폭행 청문회'를 보고

김문수

| 2018-09-28 13:35:11

여론의 향배도 변수…美변호사협회, 인준 연기 요구
28일 법사위 표결, 10월 2일 상원 본회의 표결 추진

27일 야근 근무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해 CNN, FOX 등 미국 뉴스 채널을 번갈아 돌려보면서 청문회 현장 내용을 스케치했다.

 

▲ 미 공화당이 27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 청문회를 마친 뒤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을 예정대로 처리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캐버노의 인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이날 미국 정가는 하루 종일 미 상원 법사위에서 열린 캐버노 성폭행 기도 여부 관련 청문회로 술렁거렸다. 증언에 나선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는 열띤 공방을 벌이는 민주-공화 법사위원들의 모습과 달리 시종 담담한 자세로 위원들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했다.

 

포드 교수는 "브렛 캐버노가 대법관에 지명된 것을 보고 내가 겪었던 일을 알리는 것이 나의 사회적 의무라고 느꼈다"며 "여성으로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이 시민으로서의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나의 작은 의무라고 생각하고 증언대에 섰다"고 밝혔다.

 

포드 교수는 여성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장서 성폭행 위협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고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 공격했던 사람이 캐버노란 점을 100%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는 포드 교수의 진술 후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증언은 포드의 요청에 따라 수십명만이 방청할 수 있는 작은 방에서 진행됐으며, 포드가 진술하는 동안에 캐버노는 방 안에 함께 있을 수 없도록 했다.

 

이어 브렛 캐버노(53)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캐버노는 자신에게 제기된 '미투'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내내 화난 어조로 "나에 대한 인준 청문회는 국가적 수치"라고 강하게 항변했고,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듯 자주 울먹이기까지 했다.

 

▲ 미 상원 법사위에서 증언하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포드 교수(왼쪽)와 가해자로 지목받고 증언대에 선 브랫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뉴시스]

캐버노 지명자는 이날 상원 법사위에 출석, 모두발언을 통해 "내 가족과 내 이름은 잔인하고 거짓된 무고로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짓밟혔다"면서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신들은 최종 표결에서 나를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나 스스로 그만두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절대로"라고 말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이날 1982년 자신의 달력을 증거로 제출했다. 포드 교수와 함께한 파티가 없었으며 성폭력 역시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캐버노 지명자는 "나는 고등학생 시절과 그 이후의 수년 동안 성관계나 어떠한 그 비슷한 일도 하지 않았다"고 그날의 성폭행 공격을 단호히 부정했다.

이에 대해 몇몇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민주당에 의해 습격당했다"며 "포드 교수의 증언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그러나 포드 교수는 "나는 완전히 독립된 개인이며 그 누구의 노리개도 아니다"라며 "내가 앞에 나서기로 한 동기는 캐버노의 행동이 얼마나 내 인생에 피해를 줬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팽팽한 논란 속에 종일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과거 성폭행 기도 여부를 놓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가 막을 내렸다.

 

청문회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상원 인준 절차가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공화당은 밀고 나가기로 결정해 귀추가 주목된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The Hill)'은 이날 "공화당이 청문회를 마친 뒤 비공개회의를 열고 예정대로 28일 오전 캐버노 인준안을 놓고 법사위 표결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평가나 민주당에 휘둘리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존 코닌 상원의원은 "캐버노 인준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다음달 1일 인준안을 상원 본회의에 회부해 전체 토론을 거친 뒤 다음날인 2일 상원 본회의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이탈표 없이 표대결이 실시된다면 의원수가 많은 공화당이 산술적으로 유리하다. 상원 법사위는 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이며 상원 전체에선 총 100명 중 51명이 공화당 소속이다. 

하지만 공화당에게도 내심 불안한 구석이 있다. 다름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애리조나주 출신 제프 플레이크 의원이다. 플레이크 의원은 이날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플레이크 의원 외에도 수전 콜린스 의원과 리사 머코스키 의원의 마음도 27일 현재까지 불투명하다고 '더 힐'이 보도했다. 머코스키 위원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질문에 "집에 가서 저녁식사하면서 청문회가 어땠었는지 되짚어보며 고민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공화당의 입장에선 내부 이탈표 단속뿐 아니라 청문회 이후 달라지고 있는 여론의 향배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여서 국민여론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청문회가 끝난 뒤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절차는 성폭행 미수 혐의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연기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상원 법사위 청문회를 TV채널을 통해 밤새 시청하면서 곰곰히 우리의 정치 현실을 떠올려보았다. 미국은 이미 35년전 어린 소녀 소년 시절에 일어난 사건을 두고도 미 정가가 술렁거릴 만큼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우리는 불과 엊그제 일어난 생생한 '미투 사건'이나 정치인의 '불륜 의혹'도 청문회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못하는 현실이 그저 부끄럽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KPI뉴스 / 김문수 기자 moonsu4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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