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보궐선거, 민주-정의 '단일화' 가능할까
김광호
| 2019-01-21 17:48:44
여론조사 한국당 후보 1위에 '민주-정의 단일화' 급부상
정의 "민주당 양보해야"…민주 "단일화 필요하나 후보 반발"
오는 4월 3일 재보궐 선거 실시가 확정된 곳은 1월 17일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 2곳(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 통영시·고성군)과 기초의회 선거구 3곳이다.
통영·고성은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상실했고, 창원 성산은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인한 것이다. 이 중에서 창원 성산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범진보 후보 단일화론이 나오는 이유는 이 지역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창원성산은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 강세지역인 PK(부산·경남)에서 권영길·노회찬 전 의원 등 진보정당 의원을 배출하며 경남의 '진보 1번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역대 창원성산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매번 진통을 겪었다. 단일화 과정은 민주노총 조합원 투표 방식으로 진행해왔는데,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의 경우 통합진보당·진보신당에서 단일화에 실패해 각각 후보를 내면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승리했다. 당시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의 표를 합치면 강 후보보다 많았다.
이후 진보진영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노회찬 의원과 손석형 전 경남도의원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의석 탈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이 지역은 진보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여소야대 국회에서 범진보연대가 지속될지와 함께 내년 총선의 범진보후보 단일화 여부도 가늠해볼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여론조사서 한국당 강기윤 후보 1위, '정의-민중' 단일화 논의 시작돼
현재 창원 성산 선거구에는 민주당 권민호(62) 창원성산구 지역위원장과 한승태(58) 전 한주무역 대표, 한국당 강기윤(58) 전 의원, 정의당 여영국(54) 전 경남도의원, 민중당 손석형(60) 전 경남도의원, 이재환(38)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뛰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들 중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2~3일 실시한 창원 성산구 후보자 선호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기윤 예비후보가 26.1%, 여영국 위원장이 20.7%로 강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5.4%p 앞섰다. 다음으로 권민호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13.7%, 손석형 민중당 위원장 13.2%로 3위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였다.
또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여영국 위원장이 23.9%로 가장 높았고 권민호 위원장(16.8%), 손석형 위원장(15.0%), 문성현 위원장(13.1%) 순위로 3명이 오차범위 내에서 2위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일 2일간 휴대전화가상번호(100%)를 통해 ARS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 응답률은 9.3%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의 강기윤 후보가 1위에 오르자 위기를 느낀 진보진영은 정의당과 민중당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범진보진영은 정의당·민중당 경남도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경남진보원탁회의'를 결성해, 지난 11일 소위원회를 꾸려 후보단일화 대상과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해찬·우상호 단일화 필요성 언급…후보 반발과 당내 이견부터 해결해야
일부에서는 정의당과 민중당 후보 단일화뿐만 아니라 그 범위를 민주당 후보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단일화 목소리가 서서히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 후 진행한 오찬간담회에서 "후보가 난립한 상태에선 단일화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단일화를 안하면 그 지역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의당은 자기들 몫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지역이 꾸준히 단일화를 해서 한국당 쪽에 안내주다가 19대 때 단일화가 안돼 저쪽에서 당선됐다"고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당 우상호 의원도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창원 성산 지역구는 정의당에게 양보하고, 민주당은 통영고성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창원성산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며 일찌감찌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을 예비후보로 내고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후보를 낸 뒤 정의당과 민중당 등 범진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미 당내에 권민호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한승태 전 한주무역 대표가 출마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당 측에서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을 통해 단일화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 여영국 후보측은 15일 단일화 관련 인터뷰 요청에 "4·3 보궐선거는 질 수 없는 숙명의 선거로, 노회찬 의원의 남은 임기를 반드시 정의당이 맡아야 한다"며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얘기가 나왔듯이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양보하는 게 도리에 맞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반면 민주당 권민호 위원장은 전화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는 당 차원의 문제다. 지금 시점에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유권자들에게 저의 장점을 잘 알려 지지를 얻겠다"고 선거에 완주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당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진다면 어떤 결과든 따르겠다"며 단일화 수용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러한 진보진영의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한국당 강기윤 전 의원은 "집권 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단일화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날을 세웠다. 강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선 노회찬 의원에게 야권연대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여당이 야당 후보와 단일화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창원 성산구민들의 민심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후보단일화 문제는 정의당과 민주당 후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고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탓에 보수후보에게 의석을 빼앗긴 전례가 있어 당 차원에서 교통정리를 해준다면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단일화 문제를 일단락 짓기 위해 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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