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후폭풍, 바른미래發 '정계개편' 가속화하나

김광호

| 2019-04-23 19:07:43

4·3보선 참패와 패스트트랙, '손학규 체제' 흔들리며 분당 위기
'지도부 사퇴' 요구 바른정당계 vs '제3지대론' 국민의당계 내홍
평화당은 정의당과의 교섭단체보단 바른미래와의 연대에 집중

4·3 보궐선거 참패와 패스트트랙 합의안 표결의 후폭풍이 엄습하는 가운데 야권발(發) 정계개편 움직임이 주목을 끈다. 지난 4·3 보선 참패에 이어 23일 의원총회에서 1표 차이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추인되어 내홍에 휩싸인 '제3정당' 바른미래당이 그 발단이다.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23일 탈당을 선언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의 이언주 의원은 23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이 의원총회에서 추인되자마자 "이제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당장은 '단기필마'의 탈당이지만 25일로 예정된 국회 사법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페스트트랙 합의 안건의 표결 결과에 따라 분당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은 보궐선거 패배 이후부터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손학규 체제'에 반기를 들면서 일찌감치 사실상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을 수복한 정의당은 민주평화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했으나 난관에 부딪쳤다. 평화당은 오히려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의 연대를 통한 '제3지대론'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이처럼 군소정당들의 '동상이몽' 속에 야권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여전히 안개정국이다. 다만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야권에 변화가 있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8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도 하태경, 권은희, 이준석 최고위원 3명은 불참했다. [뉴시스]


야권 '변화의 핵(核)' 바른미래, 두 계파간 '이합집산' 조짐


'야권발 정계개편'의 핵심축인 바른미래당의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출신들과 바른정당 출신들 간 이합집산이 점쳐진다.


우선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3.57%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낸 손 대표를 향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사퇴론이 거세다. 바른정당 출신들로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은 "최고위에 불참하겠다"며 최고위원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버티기에 돌입한 손 대표는 "우리 당을 해체하자는 건 어림없는 소리"라며 "극좌‧극우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그리로(민주당·한국당) 가라"고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23일 의총에서도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두 계파가 정면 충돌하면서 파열음을 냈다. 패스트트랙 여부를 둔 갈등 이외에도 공개 여부와 표결 여부 등을 둔 설전도 벌어졌으며, 바른정당 출신 등 합의안에 반대한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중대 결단'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4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총 의석수 29석 중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가결했다.


여기에 바른정당계 일부 보수색이 짙은 인사들이 한국당에 흡수되는 '보수 통합' 가능성까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승민 의원이 최근 "한국당은 변한 게 없다. (한국당과의 통합설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복당설을 일축했지만, 지난 16일 정운천 의원이 한국당 복당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최고위 보이콧'을 주도하는 하태경 의원은 17일 본지에 "현재까지는 보이콧을 철회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 의원은 앞으로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이번 주 내 국민의당 계열 의원들이 지도부 거취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안다"며 "당무 거부를 계속할지 여부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호남계 국민의당 출신들과 평화당의 통합 가능성도 변수다. 박주선·김동철 의원 중심의 호남계는 지도부의 거취보다 평화당과 합당 등 새로운 길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안철수 전 대표로 상징되는 국민의당계에서 점차 독자노선을 확대하고 있는데, 안 전 대표가 돌아올 경우 바른미래가 보수통합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박주선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계개편 회오리 속에서 바른미래당은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관점, 국민적 인식이 커서 이걸 불식하기 위해서는 세를 확장해야 한다"며 "옛날 국민의당에서 같이 했던 분들이 민주평화당에 있고 그분들도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하니 우리 정치권에서 세를 확대하는데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지 않나. 우리에게는 동질성도 있다"고 두당의 합당 혹은 제3정당의 창당에 호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손학규(오른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전에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제3지대' 꿈꾸는 평화당은 정의당 버리고 바른미래에 '올인' 전략


호남지역당이란 인식에 묶여 1%대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평화당도 어떻게든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평화당 내부에서는 당 규모와 지지율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선거를 자체적으로 치르기 어렵다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의원총회에서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사실상 불발된 것도 평화당이 '제3지대'를 염두에 두고 바른미래당과의 연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의당과 연합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정동영 대표는 지난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바른미래당이 내부 정리가 된다면 국민의당 시절 한솥밥을 같이 먹던 분들과는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과 당 대 당 통합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입장을 바꿨다.


특히 바른미래와의 통합에 적극적인 장병완 원내대표는 지난 2월 박주선·김동철 의원과 함께 '한국 정치발전과 제3정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이후에도 식사를 같이하는 등 꾸준히 물밑 접촉을 해왔다.


장 원내대표는 최근 박주선 의원과 평화당 의원들의 회동 결과에 대해 묻자 "이날은 단순히 식사만 하는 자리일 뿐, 신당 창당을 논의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며 "뭔가 구체적으로 합의를 한 것도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다만 "내년 총선에서는 국민들의 '제3지대' 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두 당 모두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야권발 정계개편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키'는 한국당과 평화당 모두에 잠재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집당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할 경우, 한국당의 세가 크게 늘어 여당을 위협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당계가 평화당과의 재결합을 본격 추진하면, 호남 중심의 신당 창설로 야권에 '제3지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에서 촉발될 야권 변화의 바람은 내년 총선은 물론 올해 정국 주도권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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