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세계의 앞날
김문수
| 2018-11-13 13:30:36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는 유지될 전망…국내 사안은 마찰 빚을 수도
공화당 참패 '기원'한 북한·중국·이란 美 적대 세력들 헛물만 켠 듯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美 11월 중간선거가 예상대로 공화당은 상원,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상하 양원을 쥐고 있던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 넘겨 주면서 서막을 내렸다.
1860년대 남북전쟁 이후 실시 된 39차례의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것은 단 3번뿐이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의 패배는 거의 관례였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초 인기는 역대 최악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는 공화당이 ‘과분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특히 공화(코끼리)와 민주(당나귀) 양당이 상하원을 양분, 권력을 분점하면서 상하원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상원(Senate)과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으로 분리되며 저마다 역할도 다르다.
하원 뺏긴 트럼프, 핵심 권한은 상원에
상원은 주(州)마다 2명씩 선출돼 10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미국 부통령이 상원 의장을 겸하기 때문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상원 임기는 6년이며 2년마다 50개 주에서 3분의 1씩 새로 선출한다. 하원과 달리 인구 비례로 구성하지 않고 각주 2명씩 두는 것은 인구가 적은 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상원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연방 행정부에 각종 동의를 하는 기관이다. 상원의 권한은 탄핵의결, 군대 파병, 대법관 등 연방 고위 관료 승인, 미국이 체결하는 조약에 대한 승인권 등의 고유권한을 갖는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상원에서 승리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하원을 제쳐두고 상원 유세에 올인(all-in)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하원은 미국 헌법에 따라 435명으로 구성된다. 개별 의원은 임기 2년으로 지역을 대표한다. 각 주에서 선출하는 하원의원 수는 인구 비례로 정해진다. 캘리포니아주처럼 인구가 많은 주에서는 의원을 53명이나 선출한다.
그러나 사우스타코다주와 버몬트주 등은 인구가 적어 각각 1명을 뽑는다. 하원은 어떤 경우에도 임기 중에 해산되지 않는다. 다만 입법권에서는 하원과 상원이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장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원의 고유권한인 세입징수에 관한 법률안은 먼저 하원에서 제안된다. 따라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를 규정한 '세제 개혁 법안'은 통과가 어려워졌다.
또 하원은 연방 고위 공무원에 대한 탄핵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상원은 탄핵 심판권을 전유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대법관 등 고위공직자에 탄핵도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간선거 결과로 본 무역 및 대내외정책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 구미 유력 매체들은 6일 미 중간선거 결과를 가지고 미국의 정책 사안별로 미칠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공화당 상원 다수당 유지, 민주당 하원 장악
△무역: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협정(USMCA)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 하지만 2019년 상원 비준이 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대중국 강경 무역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대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굽히지 않은 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 올해 초 온건 공화당 하원의원 일부가 무비자 입국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민주당 법안에 찬성했다. 그 숫자가 너무 적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 법안에 서명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경제: 1조5000억 달러 감세를 규정한 공화당의 세제 개혁 법안 통과가 어려워졌다. 공화당이 비(非)국방지출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어려워졌다.
△의료지원: 오바마케어를 후퇴시키려는 공화당의 노력이 어려워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개혁법 이행 실태에 대한 민주당의 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면서 하원이 탄핵 발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착도 견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국방비 지출 반대가 커지고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이견을 보일 것으로 보여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다툼이 예상된다.
목이 빠져라 결과 기다리다 헛물켠 적대 세력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해도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북한과 중국, 이란 등 미국의 적대 세력들은 공화당이 참패하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함으로써 이들 적대 세력 정부는 힘이 빠지게 됐다.
△북한: 민주당의 기본적인 대북정책 기조는 공화당과 맥을 같이한다. 기본적으로 양당은 ‘북한과의 대화’ ‘강력한 한미동맹’ ‘강력한 대북제재와 비핵화 검증’ 등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 혹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를 생각하며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북미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나 추진 과정에 제동을 걸거나 북한 인권문제 등을 부각하면서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현재 민주당 하원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다독이’며 대북정책을 이끌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국 정부는 내심 트럼프 패배를 간절히 기대했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지속 여부 역시 이번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공화당이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무역정책)이 탄력을 받아 중국에 불리할 수 있다.
반대로 공화당이 참패할 경우 대중 공세의 강도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가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헛물만 켠 형국이 됐다.
△이란: 트럼프 행정부가 우선순위로 꼽는 정책이 이란을 고립시키는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전 정부가 체결한 미-이란 핵협정을 파기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0시(현지시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 및 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이란은 자국산 석유 수출이 대폭 줄어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란은 누구보다 공화당이 참패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곤혹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주지사 역시 공화당이 다수
한편 미국 중간선거에서 지방 정부의 행정을 관장하는 주지사 자리를 놓고도 양당이 격렬한 경쟁을 벌였다. 주지사 선거도 공화당이 과반이 넘는 (27)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은 (23) 자리를 확보하면서 과반 목표에는 실패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주지사 50자리 중 36자리가 새로 선출됐다.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번 중간선거는 예상대로 공화와 민주가 상하 양원 권력을 분점했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의 패배가 거의 관례였던 점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초 인기를 감안하면 주지사까지 과반이 넘는 의석을 석권한 공화당이 사실상 승리한 셈이다.
이로써 미국의 대외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원을 거머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2020년 대선까지 국내 정책과 법안을 놓고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져 귀추가 주목된다.
KPI뉴스 / 김문수 · 강혜영 기자 moonsu4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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