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카자흐에 빌려준 2500만弗 채권회수 또 막혔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6-05-28 13:34:49

AIFC 법원 "관할권 없다"…ICC 중재판정 집행 신청 기각
나프토가즈·가스프롬 판결과 정반대…같은 법원서 상충 해석

포스코가 카자흐스탄 국영기관에 빌려준 2500만 달러(약 340억 원)를 돌려받기 위해 현지 법원에 낸 집행 신청이 또다시 기각됐다.

 

27일 러시아 경제 일간지 코메르산트(Kommersant)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법원의 루퍼트 잭슨 판사는 이날 포스코(Posco Co. Ltd.)의 중재판정 집행 신청을 각하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전경. [포스코그룹]

 

포스코는 2013년 7월 카자흐스탄 광업·야금 분야 국가 연구기관인 국립광물복합처리센터에 2500만 달러를 대출했으나 채무자가 기한 내 상환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를 신청해 중재지를 스위스 취리히로 지정했다. 그렇게 2022년 10월 중재판정부로부터 원리금 반환 명령을 받아냈다. 

 

하지만 다음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ICC 중재판정부의 원리금 반환 명령을 근거로 카자흐스탄 알마티 법원을 통한 집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이번에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법원에 재차 집행 신청을 냈다가 다시 기각된 것이다. 

 

AIFC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 설립된 국제금융 특구다. 외국 투자자 유치를 위해 카자흐스탄 일반 법원과 별도로 운영되는 독립 법원을 두고 있다. 재판은 영국 법률 체계를 적용한다.

 

잭슨 판사는 AIFC 설립법 제13·14조를 근거로 이 법원의 관할권은 △AIFC 회원 간 분쟁 △AIFC 내 활동과 관련된 분쟁 △당사자 합의로 회부된 분쟁 등 세 가지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포스코 사건은 이 세 가지 요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게 현지 재판부의 판단이다. 포스코는 AIFC 설립 법률 중 '중재판정 집행' 관련 조항을 근거로 "이 법원이 외부 중재판정도 집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잭슨 판사는 해당 조항이 AIFC 내부 중재기구에서 내린 판정에만 적용되며 포스코 사건처럼 스위스에서 진행된 외부 중재판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잭슨 판사는 외국 중재판정의 카자흐스탄 내 집행은 AIFC 법원이 아닌 카자흐스탄 국가 법원이 담당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은 AIFC 관할권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는 시점에 나왔다. 같은 AIFC 법원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즈가 러시아 가스프롬을 상대로 받아낸 14억 달러 규모의 국제중재판정을 인정하고, 카자흐스탄 내 가스프롬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같은 법원에서 일주일 새 외국 중재판정 집행 가능 여부에 대해 상반된 판단이 나온 셈이다. 

 

잭슨 판사는 판결문에서 가스프롬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논의를 인지하고 있으나 "오로지 법률적 쟁점만을 토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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