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라방'…허위·과장광고 판쳐도 속수무책인 까닭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12-15 14:03:46

방송 화면은 번지르르, 실물은 딴판
거짓·과장, 지나친 소비자 유인多
방송 심의 받지 않아 사실상 규제 없어
공정위 "전자상거래법 엄정 적용할 것"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파는 라이브 커머스, 이른바 '라방(라이브방송)'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나 규제가 미비한 탓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뜻하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이커머스(E-Commerce)를 합한 말이다.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양방향 온라인 쇼핑 채널을 뜻한다. 빅테크 플랫폼인 네이버·카카오와 TV홈쇼핑, 백화점, 이커머스 기업들이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있다.

 

▲ 라이브 커머스 소비자 보호 제도를 논의하는 소비자권익포럼이 1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경애 기자]

 

정윤성 미래소비자행동 사무총장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소비자권익포럼에서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9월) 소비자센터에 접수된 라이브 커머스 상담 건수와 사례를 발표했다.

 

상담 건수는 2020년 15건, 2021년 49건, 지난해 173건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하게 늘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182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가을 라방에서 소고기를 구매한 A 씨는 방송과 실물 간 차이가 지나치다며 불만을 표했다. 방송에선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연한 육질, 단백한 맛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제품을 받아서 먹어보니 고무처럼 질기고 고기 맛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여름 라방에서 이동식 에어컨을 구매한 B 씨도 판매자가 허위 표현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토로했다. '주방과 거실, 안방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쇼호스트의 말을 믿고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실내 사용이 불가했다는 얘기다. 

 

소비자 C 씨는 지난 8월 라방에서 면도기를 구매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으로 구성된 사은품 행사에 당첨됐다. 그런데 사은품은 마우스만 배송됐고 사은품 제공 업체도 돌연 변경됐다. 관련 안내는 없었다. 판매자 측은 업체 사정으로 사은품 등이 변경됐다는 입장만 전했다고 한다. 

 

정 사무총장은 약 한달 간(10월17일~11월22일) 12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6개 품목 224개 방송)을 대상으로 실시한 라방 모니터링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라방의 멘트 중 △최고나 최대, 제일, 유일 등 근거 없이 우수하다는 표현 △객관적 근거 없이 경쟁 상품을 비방하는 표현 △사실이 아닌데도 과장되면서 거짓된 표현과 장면 △방송 중에만 포인트, 사은품, 가격 할인 등을 제공한다고 강조한 점 등이 문제시됐다.

 

정 사무총장은 "특히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선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사업자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확인을 위해선 여러 번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 정윤성 미래소비자행동 사무총장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권익포럼에서 라이브 커머스 상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애 기자]

 

라이브 커머스 소비자 피해 건수가 증가하는 배경으로는 느슨한 규제와 감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행법상 라방은 문서가 아닌 영상인데도 TV홈쇼핑과 달리 통신으로 간주돼 전자상거래법의 규제를 받을뿐 방송 내용 심의는 받지 않는다. 보다 엄격한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아 '규제는 없는 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우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지금 현 정부에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연대 책임을 물리자고 얘기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사업자들이 자정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제2의 소셜 커머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라이브 커머스를 방송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봤다. 그는 "방송이 가진 영향력과 공공재로서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라방은 인터넷상의 적극적인 판매 방식일뿐 방송법 규제 모델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지연 한국소비자원 부연구위원도 "최근 소상공인들이 라방을 판로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TV홈쇼핑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라이브 커머스에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방송법상 규제를 참고하되 라이브 커머스 특징에 초점을 둔 규제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라방 특성상 향후 있을 소비자 분쟁 해결을 위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판매영상을 일정 기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영상 보존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2012년부터 10년 넘게 계류돼 있다.

 

신 부연구위원은 "중국에선 라방 영상을 생방송 종료일로부터 3년 이상 보관하는 의무를 플랫폼에 부여한다"며 "보관한 영상을 열람하기 용이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신지연 한국소비자원 부연구위원(왼쪽)과 원준희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거래정책과 사무관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권익포럼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애 기자]

 

최소한의 책임만 부담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신이 통신 판매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하고 판매자 정보를 제공할 의무만 부담한다.

 

정민지 법무법인 다담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 가격 상승 문제, 신규 시장 진입자·중소 입점 사업자 배제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지만 플랫폼들이 중개로 이윤을 취득하는 만큼 소비자 피해 책임을 함께 부담하도록 하는 것을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준희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거래정책과 사무관은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동영상 송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결국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며 "표시광고법과 약관법의 규율 범위 내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에선 앞으로도 소비자 피해 예방에 기여하기 위해 소관 법령 위반 여부를 지속 감시하고 적발된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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