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비규제 완화에도… 현대·기아 "하이브리드 확대 차질 없다"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 2026-09-29 15:17:58
법안 아닌 '소비자 선호'가 핵심… 내연기관서 HEV로 옮겨가는 美시장
"엔진·하이브리드·전기차 다 잘하는 현대차·기아에 유연한 기회"
미국이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북미에서 하이브리드차(HEV) 확대에 나선 현대차·기아의 전략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연비 기준이 낮아지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EV)나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를 늘려 평균 연비를 강제로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이미 미국 소비자의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에 맞춰 차종 확대를 추진해 온 만큼, 기존 전략 자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8일(현지시간)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을 완화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은 2022년부터 2031년형 승용차와 경트럭의 전체 평균 연비 목표치를 갤런당 34.9마일(리터당 약 14.7㎞)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 목표였던 갤런당 49.3마일(리터당 약 21㎞)보다 14.4마일 낮아진 수치다. 미 교통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2031년형 신차 1대당 기술·규제 대응 비용이 평균 약 1,289달러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CAFE는 완성차 업체가 판매하는 전체 차량의 평균 연비를 일정 수준 이상 맞추도록 하는 제도다. 기준이 높을수록 업체들은 고연비 차량과 전동화(하이브리드·전기차) 차량의 판매 비중을 늘려 전체 평균치를 올려야 한다. 반대로 기준이 낮아지면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내연기관차를 포함해 차종별 판매 구성을 조절할 여지가 커진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의 강한 연비 규정은 완성차 업체의 EV 생산 확대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규제 완화가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에 직접적인 '제도적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비 규제가 완화되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를 무리하게 강화해야 할 제도적 이유가 줄어든다"며 "내연기관 쪽에서 조금 더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는 이미 시장 수요에 기반한 북미 하이브리드 확대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8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오는 2030년까지 북미 HEV 라인업을 10종 이상으로 늘리고, 전체 판매에서 HEV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북미 판매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배경으로도 현지의 높은 하이브리드 수요를 꼽았다.
기아 역시 지역별 전동화 전환 속도에 맞춰 HEV와 내연기관 라인업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HEV 라인업을 13종으로 늘리고 연간 HEV 판매를 11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에서는 순수전기차를 제외한 일반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를 포함한 'xHEV'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44%로 높인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연비 규제 자체보다 미국 시장 내 소비자의 실제 수요 변화가 HEV 전략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규제 완화로 HEV를 늘려야 할 법적 유인은 낮아졌지만, EV로의 급격한 전환에 부담을 느끼는 미국 시장에서 HEV가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내연기관 수요가 HEV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흐름에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픽업트럭 등 대형 차종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 특성을 언급하며 "순수 전기차로 한 번에 전환하는 것보다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이 기술적·수요 측면에서 용이하다"며 "기존 내연기관 수요를 HEV가 흡수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라인업을 모두 갖춘 현대차·기아의 포트폴리오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특정 파워트레인에 편중되지 않고 실제 현지 수요에 맞춰 생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다.
송선재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시장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번 연비 규제 완화가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전동화 전환이 지나치게 장기 지연될 경우,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의 전기차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성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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