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김병기는 왜 국정원에서 잘렸나?
김당
dangk@kpinews.kr | 2018-07-18 13:23:22
UPI뉴스는 지난주에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 갑) 아들이 국정원의 신입공채에서 탈락한 이유는 기무부대 장교로 근무할 때의 사생활 문제 때문(http://kpinews.kr/news/newsview.php?ncode=1065570052686944)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몇몇 지인들이 기자에게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 의원이 왜 국정원을 상대로 소송을 했는지, 그의 아들이 신원조사에서 탈락한 '사생활'의 내용은 뭔지를 물어왔다.
사생활은 말 그대로 사생활이다. 미투(#MeToo) 같은 공인에 대한 사회고발이 벌어지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한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이다. 다만, 김병기 의원이 왜 과거에 국정원을 상대로 소송을 했는지는 공적인 관심사이다. 이에 대해서는 언론도 보도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김 의원은 인사처장(3급) 시절인 2009년에 국정원에서 해임되었다. 이후 해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4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이로 인해 국정원이 자신에 대한 보복으로 2014년 신입공채에 응시한 아들을 신원조사에서 탈락시켰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물론 2016년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의 일이다.
그는 최근 국정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지자 '신판 연좌제'니 '아픈 가정사'니 하면서 신원조사 탈락이 국정원의 보복인 것처럼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연좌제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는 보복임을 입증하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그가 왜 국정원에서 해직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인사팀장 시절에 직원 인사기록을 변조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해직되었다.
영-호남 출신자 '지역 할당' 비율 맞추려고 출생지 변조
국정원 조직은 크게 △지휘직할 부서 △실무 부서 △지원 부서로 분류된다. 지휘 직할 부서는 감찰실, 비서실, 특보관 등 부장의 지휘를 뒷받침하는 참모 부서이다. 실무 부서는 1·2·3차장 산하의 대공정보, 대공수사, 보안방첩, 해외정보, 해외공작, 북한정보, 대북전략 등 국정원의 주업무를 수행하는 근간 조직이다. 신문사나 방송사에 비유하면, 편집-보도국이다. 지원 부서는 말 그대로 실무 부서를 지원하는 기획조정실, 총무관리국, 정보관리실 등이 해당된다.
정보기관은 보안을 위해서 '차단의 원칙'이 작동한다. 쉽게 말해서 각 부서는 다른 부서가 하는 일을 모르게 되어 있다. 특히 비밀공작 파트는 같은 부서라고 해도, 일반 부처의 과(課)에 해당하는 처(處)만 달라도 다른 처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돼 있다.
특히 보안이 생명인 비밀공작에서 활동 보안(operational security)은 '최소 인원 지득의 원칙(The Rule of Need-to-Know)'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한다. 즉, 민감한 정보일수록 한 조각이라도 그것을 알아야 하는 구체적인 필요성이 있는 사람만 그 정보에 한정해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인사처장(3급) 출신이다. 처장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상당한 고위직으로 아는데 일반 중앙부처의 과장급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소령 시절에 중앙정보부 인사과장을 했다. 군사정부 시절 현역군인들이 중정 파견 근무를 하던 시절이어서 가능했다.
국정원에서 인사나 예산은 지원 부서 업무다. 국정원 본연의 임무(정보·수사·공작)를 수행하는 실무 부서가 아닌 지원 파트 근무자는 대부분 지원 파트에서만 근무하다가 퇴직한다. 근무 평점이 좋거나 운이 좋으면 말년에 본부나 지역의 2급 부서장으로 퇴임한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에 인사팀장(일반 부처의 계장)으로서 서동만 기조실장이 주도한 국정원 개혁 T/F팀의 일원이었다. 이후 인사처장(일반 부처 과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원세훈 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과거 인사 실무자로서 인사기록을 변조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직원 인사에서 영호남 출신자의 '지역 할당' 비율을 맞추려고 인사 대상자의 출생지까지 변조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전말은 다음과 같다.
4급 승진자 영남 60.9% vs 호남 8.6%로 벌어지자 기록 변조
2007년 12월 국정원 김병기 인사팀장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한테서 "대통령 선거 전에 모든 인사를 끝내되 4급 승진은 영호남 출신을 각각 40% 미만과 20%대 비율로 하라"는 인사 지침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 승진 대상자를 취합한 결과, 1순위 승진 대상자 46명 가운데 영남과 호남 출신이 각각 60.9%, 8.6%로 나타났다. 그러자 김 팀장은 각 부서별로 재조정 작업을 벌였다. 말이 재조정이지 사후 합리화를 위한 '끼워 맞추기'였다.
김병기 팀장은 조정한 승진안을 김만복 원장에게 보고하면서 "인사 자료에 문ㅇㅇ씨의 호적상 출생지가 '경북'으로 돼 있지만, 실제 출생지는 '전남'"이라고 알렸고, 김 원장은 문씨의 출생지를 전남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앞선 인사에서도 경북 출신이란 이유로 승진에서 탈락했던 문씨는 출생지가 전남으로 바뀌면서 4급으로 승진했다. 호적상 출생지가 '경북'이지만 '전남' 출신 할당으로 승진한 셈이다.
승진 인사 다음날 김 팀장은 당시 안광복 기조실장에게 문씨의 출생지 처리 방향을 의논했는데, 기조실장은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호적상 출생지를 기준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팀장은 문씨의 출생지를 다시 '경북'으로 변경해야 했다. 결국 승진 인사 때는 출신지를 '전남'으로 할당해 놓고, 인사가 끝난 뒤에는 다시 원래대로 '경북' 출신으로 기록을 변조한 것이다.
이런 기록 변경은 2009년 2월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문제가 됐다. 국정원 고등징계위원회는 김만복 원장의 지시를 받아 처리한 김 팀장의 행위가 '형법 제227조 공전자기록(국가·공공기관의 전자기록) 변작'과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그를 파면했다. 나중에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해임으로 변경했지만, 김 팀장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2011년 5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인사자료를 함부로 수정한 것으로 보아 김 팀장에 대한 해임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정보기관 특성상 국정원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만큼, 김 팀장에 대한 해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김만복-김병기는 '영남 우대 호남 배제' 차별인사 장본인
김병기 팀장의 행정소송에서 드러난 중요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김만복 원장이 "5급에서 4급 승진자의 영-호남 출신 비율을 각각 40% 미만과 20%대 비율로 하라"는 인사지침을 내려 승진 대상자를 취합한 결과, 1순위 승진 대상자 46명 가운데 영-호남 출신이 각각 60.9%, 8.6%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정원이 내부적으로 영-호남 출신 지역 할당비율을 2 대 1로 정하고 있음에도 4급 1순위 승진 대상자 비율은 60.9% 대 8.6%, 즉 7 대 1로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경북' 출신 승진자를 '전남' 출신으로 공전자기록을 변조하고 2순위 승진 대상자를 1순위로 재조정해야 겨우 할당 비율을 맞출 수 있을 지경이 된 것이다. 이는 김만복 원장 시절에 영남 출신 직원들이 진급-보직 관리에서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주요보직자 출신지 비교
구분
2000년
2005년
전체 부서장(32명)
영남 7명(21.9%), 호남 10명(31.3%), 충청 5명(15.6%), 서울경기 5명, 강원제주이북 5명
영남 15명(46.8%), 호남 7명(21.8%), 충청 8명(25%), 서울경기 2명(6.3%), 기타 0(0%)
핵심보직 간부(8개)
영남 0명, 호남 2명, 서울 2명, 충청 2명, 강원 2명
영남 6명(75%), 호남 2명(25%)
*주 - ①문민정부까지 영남지역이 독식하여 비교·분석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비교대상에서 제외함 ②전체 주요 간부 중 전입된 파견직 및 참여정부 신설 부서장, 기조실장, 원장 및 1.2.3차장 제외 ③2005년 기준으로 신설 부서장 및 정무직 기조실장을 포함하면 특정 지역 출신이 거의 50% 정도를 차지하게 됨
위의 [표]에서 보듯,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의 국정원 주요 보직자 통계를 비교하면,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김만복 원장 시절에 인사 차별이 심했다. 김만복 원장은 부산경남(양산 기장) 출신이고, 그의 지시를 받아 인사기록을 변조한 김병기 인사팀장도 경남 사천 출신이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국정원에서 공전자 기록까지 변조해가며 '영남 우대 호남 배제'의 차별인사를 수행한 장본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 자신이 영입한 인사 중에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 두 사람을 콕 집어 당선시켜 달라며 이렇게 호소했다(대구 출신인 조응천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가까운 사이였지만,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고 박근혜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김병기 전 인사처장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경희대 국민윤리과를 졸업하고 국정원에 입사했다).
"조응천 후보는 청와대에서 강직하게 일하다 고초를 겪었습니다. 김병기 후보 역시 국정원에서 우직하게 일하다 시련을 겪었습니다. 둘 다 정권에 찍힌 사람들입니다. 권력기관들이 뭔 장난을 칠지도 걱정이고, 혹여 떨어지면 가만 둘까도 걱정입니다. 두 사람을 꼭 살려주십시오. 두 사람이 당선되면 이 정권을 가장 장 알고 이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이 선거에서 떨어지면 '친정'(국정원-청와대)에서 가만두지 않을테니 살려주는 셈치고 당선시켜 달라는 간곡한 호소였다. 문재인 대표의 간곡한 호소 덕분인지 몰라도, 두 사람이 당선은 되었지만, 박근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회의원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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