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김성룡 성폭행 의혹 조사하며 '2차 가해'
권라영
| 2018-10-23 11:44:30
코세기·프로기사 223명 보고서 재작성 요구
한국기원이 지난 4월 16일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성 질문을 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헝가리 출신 코세기 디아나 기사는 윤리위의 보고서 재작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경향신문은 한국기원이 지난 6월 1일 작성한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각계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올해 초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코세기 기사에게 윤리위가 사건에 대해 질의한 내용이 담겨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윤리위는 "김성룡씨가 진술인(코세기 기사)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춤을 진하게 추면서 호감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윤리위는 또 "진술인이 친구가 오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라고도 질문했다.
이는 성폭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2차 가해성 질문이다.
윤리위는 코세기 기사가 '피해자다움'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은 것. 코세기 기사는 "일이 발생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친구 두 명을 따라다닌 것이고 친구들이 김 전 9단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 같아 같이 있었다"고 답했다.
윤리위는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이라며 코세기 기사가 당시 입었던 옷차림도 문제 삼았다. 코세기 기사가 "당시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자 윤리위는 "디아나가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윤리위는 이같이 부적절한 질문을 여러 차례 한 뒤 "진술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김성룡 측 주장이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다"며 "김성룡이 디아나를 집으로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자다가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나 성관계를 했는지, 준강간이 성립되는지는 미확인됐다"고 결론 내렸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코세기 기사는 "질의서와 보고서는 김 전 9단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김 전 9단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리위가 보고서를 재작성해야 한다. 현 위원들을 차기 윤리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료 프로기사 223명도 코세기 기사의 주장에 동의하며 보고서 재작성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보고서에 대한 지적은 들어 알고 있다"며 "재작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기원은 김성룡 전 9단이 한국기원 소속기사 내규 제3조 '전문기사의 의무' 3항에 명시된 '본원의 명예와 전문기사로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으며, 7월 10일 김 전 9단의 제명을 확정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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