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대출 받아 집 사자"…'위장 이혼·미혼'까지 성행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7-05 11:49:38
"혼인신고 미루거나 위장 이혼 후 대출받아…은행서 권유하기도"
집값 상승, 신생아특례대출 출시,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 완화 등으로 올 들어 정책금융을 활용해 집을 사는 청년·신혼부부가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한 '위장 미혼', '위장 이혼'까지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매수자 중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이 42.8%에 달했다. 4월(35.0%)보다 7.8%포인트 오른 수치로 지난 2021년 10월(41.2%) 이후 2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40%를 웃돌았다.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이 상승한 배경으로는 집갑 오름세와 정책금융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0% 올라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145주 만에 상승폭이 가장 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자꾸 오르니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집을 산 사람과 전세 2년 만 더 사는 걸 택한 사람 사이에 자산 격차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는 걸 목격한 청년·신혼부부들은 주택 매수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지난 1월 말 신생아특례대출을 내놓고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하면서 청년·신혼부부가 저리로 주택 매수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졌다. 자연히 정책금융을 끌어다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최저 1%대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시 후 5개월 사이 약 6조 원의 신청액을 기록했다. 지난 1~5월 은행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17조5200억 원) 중 디딤돌·버팀목대출 규모가 14조2000억 원으로 81.1%를 차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딤돌대출 규모가 버팀목대출의 3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책금융이 유리하다보니 이를 확보하려고 편법까지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편법은 주로 디딤돌대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이가 있으면 신생아특례대출을 받으면 된다"며 "소득 요건도 부부 합산 1억3000만 원까지 허용되고 곧 2억 원으로 완화될 예정이라 별로 문제시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없는 부부가 디딤돌대출을 이용하려 할 때는 소득 요건이 걸릴 수 있다. 디딤돌대출도 최저 연 2%대라 요즘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일반적인 주담대보다 규제가 훨씬 약하다.
문제는 소득 요건. 정부가 지난해 10월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을 8500만 원으로 1500만 원 늘렸지만 여전히 이 수준을 넘는 부부가 다수다. 이를 편법으로 극복하려는 것이다.
A 씨(36·남)는 같은 직장의 B 씨(31·여)와 지난 4월 화촉을 밝혔다. 부부는 최근 집값이 상승세이므로 전셋집을 구하지 말고 바로 집을 사기로 했다. A 씨 연 소득이 1억 원이 넘어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에 걸리자 일부러 혼인신고를 늦췄다.
B 씨 연 소득은 약 5500만 원인데 디딤돌대출은 1인 가구의 경우 소득 요건이 6000만 원인 점을 이용한 것이다. 부부는 결혼식 후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위장 미혼을 통해 디딤돌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신혼부부에게 위장 미혼을 통해 디딤돌대출을 받으라고 권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상당히 성행하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부 C 씨(35·남)와 D(33·여) 씨는 이미 혼인신고를 한 상태지만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기로 했다. C 씨 연 소득이 약 1억5000만 원이지만 D 씨는 전업주부임을 이용한 편법이었다. 위장 이혼 후 D 씨 명의로 디딤돌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요새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려고 위장 이혼을 하는 부부도 있는 등 흔한 일"며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대부분 위장 이혼을 거리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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