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이 뿌린 '종교 분쟁'의 불씨…그 여파는?
남궁소정
| 2019-06-12 09:09:18
黃, 보수색 뚜렷한 한기총 등과 밀착
기독교 편향 정책으로 이어질까 우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교 행사에서 불교 예법을 따르지 않은 것을 두고 대한불교 조계종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부딪쳤다. 조계종은 황 대표를 향해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기총은 "불교 지휘부가 좌파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두 종교의 대립은 지난 5월 28일 황 대표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황 대표의 언행은 계속해서 개신교 편향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불쏘시개만 있으면 '종교 분쟁'의 불씨가 언제든지 타오를 분위기다. 이에 황 대표의 '종교적 언행'과 그의 언행이 가져온 파장을 살펴봤다.
부처님오신날 두손 아래로 모아…교회 내분까지
황 대표를 둘러싼 종교 갈등의 발단은 지난 5월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그의 태도였다. 황 대표는 법요식 내내 합장도 반배도 안했다. 행사 내내 두 손을 아래로 모으고 있었다.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에서 이름이 호명되자 손사래를 쳤다.
이에 지난달 22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다음날 보수극우 성향 개신교를 대표하는 한기총이 "종교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고 강요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중도보수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조계종의 비판에 대해 "월권이자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사태가 '종교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황 대표는 지난 5월 28일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그로 인한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 대표는 정치 입문 이후 지옥이나 천국, 악한 세력이나 천사 같은 종교적 용어로 현 정부를 비난해왔다. 민생투어대장정을 마치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장은 지옥과 같았고 시민들은 살려달라고 절규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와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지옥의 구원자를 자처할 것이라면 종파를 창설하라"라고 공박했다.
황 대표의 종교적 편향성은 교회 내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기총 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5일과 8일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시국선언문 및 성명을 발표했다. 11일에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연말까지만 (청와대에) 있고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청와대 앞에서 캠프를 치고 1인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에 한기총 소속 일부 교단 목사들은 전 목사가 한기총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회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1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모든 언론이 전 목사의 비상식적 발언을 무시해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내에서 전 목사를 비판하는 논평이나 발언도 찾아볼 수가 없다.
교회 내분으로 이어진 이 사태 배경에는 한기총이 본래 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황 대표와 전 목사의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한기총 회장인 전광훈 목사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전 회장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급기야 황 대표가 전광훈 목사에게 장관직을 제안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황 대표는 현재 정치적 혹은 종교적 성향에 비판적인 진보적 기독교단체와는 만나지 않고 있다.
황 대표가 촉발한 종교 갈등은 결국 특정 신앙을 가진 정치인이 어떤 태도로 정치활동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란으로 귀결된다. 황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검사 생활을 할 때도 야간 신학대를 다녔고, 어릴 때부터 다녔던 목동 성일교회에선 전도사를 지냈다. 대구고검장 시절에는 ‘대구기독CEO클럽’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 편향정책 우려도
일각에서는 정치인에게도 신앙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정훈 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기독교) 예배에 참석한 불교 정치인에게 '아멘~' 하지 않았다고 무례라고 비난하실 생각이냐"며 "강요가 바로 무례이자 인권침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대중정치인으로서 다른 종교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불자 모임 정각회의 명예회장인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한국당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계속 제기되는 황 대표의 종교 편향 논란으로 불교 성향 지지자가 한국당에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황 대표와 같은 기독교인이고 불자들의 반발을 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는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불심 끌어안기에 나선 점은 황 대표와 차별되는 행보다.
그는 주요 사찰을 방문할 때 반드시 합장하고 참배하는 모습을 보였고, 불교계 인사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연화심'이라는 법명까지 받으며 불교 행사에 많이 참여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장로 대통령'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라며 "5대 종단 지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밀접한 교류를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황 대표의 행보는 조금 다르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한국 교회 연합기관들이 모여 있는 종로 5가를 찾을 때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을 가리지 않고 방문한 반면, 황 대표는 교단연합 기관 중 진보성향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중도보수 성향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은 방문하지 않고 있다.
그의 종교관이 이처럼 확고하다보니, 자칫 보수 기독교 편향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선을 위한 외연 확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대표의 향후 종교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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