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공익기여에 경제적 보상"…네이버 만든 권혁일의 담대한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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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5-12-11 11:30:48

기부는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 환경보호,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한몫하려해도 공익적 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변명 같지만 이게 보통 사람들의 사정이다. 그런데, 20년 동안 잘 작동해온 기부 플랫폼의 경험 밑천에다 블록체인과 코인 기술을 버무려 대한민국을 세계최초의 공익가치 금융시스템 국가로 변신시키자는 거대한 제안이 나왔다. 지난 3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개최한 '토종 블록체인 산업경쟁력 강화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권혁일 해피빈 명예이사장이 발표한 차세대 기부 플랫폼 '기브파이(GiveFy)'와 원화(KRW) 연동 스테이블코인 '케이빈(K-Bean)' 구축전략에서다. 권 이사장은 네이버 공동창업자로, 2005년 사용자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디지털 활동을 '콩'이라는 가상재화로 바꾸어 현금 없이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 온라인 자선 모델을 처음 만든 이다. 그의 해피빈은 약 1200만 명이 8000여 공익단체에 총 3000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20년 누적 기록을 남겼다. 이번에 권 이사장은 해피빈을 단순한 온라인 기부 포탈에서 성큼 더 나아가, 국가행정과 문화예술 산업의 블록체인 토큰경제 시스템으로 확장하자는 담대한 제안을 했다.

 

▲ 공익적 행동과 경제적 보상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이로써 바람직한 실천이 경제적 가치로 되돌아오는 능동형 공공선(公共善) 사회를 이루고, 한국의 경쟁력 있는 K-콘텐츠 수익이 코인결제로 국내로 선순환하는 디지털 원화패권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구상은 국내 행정과 금융 체계에 블록체인 토큰형 화폐 도입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과연 이를 이해하고 동의할 것인가, 사회 지도층도 과감한 혁신에 나설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빅 싱킹(Big Thinking)이라 찬반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CDMA와 안드로이드를 우리가 놓쳤던 과거의 실수를 되새기며 언제까지 남의 플랫폼에 얹혀 갈 것인지 묻고 있다. 우리도 세계최초의 국산 플랫폼으로 글로벌 표준 선도국가가 될 수 있으며, 블록체인 토종 토큰 K-Bean이 그 한 예라는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플랫폼 FSD가 국내 시장에 풀리면서 현대자동차 위기론이 대두되는 시점에 생각해볼만한 화두다.

세상에 없던 차세대 기부 플랫폼 '기브파이(GiveFy)'와 원화(KRW) 연동 스테이블코인 '케이빈(K-Bean)'의 구상은 대강 이렇다. 우선, 둘 다 웹 3.0의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으로 투명한 신뢰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웹 2.0 시절, 중앙정부나 중앙서버로 집중됐던 공신력을 참여자가 나눠 인증하는 민주화 신뢰체계이다.

기브파이는 가치적립형 다이내믹 임팩트 토큰이다. 쉽게 말하면 성장하는 공익 돼지저금통이다. 처음 받을 때 가치 '0'이던 토큰에 어떤 공익적 행동(실천)이 쌓이면 경제적 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장학금을 학생에게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로 주면 도서관 출입, 온라인 강의 수강, 자격증 취득 등 학습 활동이 인증될 때마다 가치가 적립돼 목표금액 달성 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게 된다. 친환경 기업이 환경 NFT를 발행하면 사용자는 텀블러나 전기자전거 이용, 페트병 반납 등 탄소중립 실천행동을 저축해 탄소 마일리지가 쌓이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 계약으로 연동하면 마일리지 일부를 기후난민 구호단체로 기부할 수도 있다.

더 넓게 국가행정에 도입하면 복지의 패러다임이 확 바뀐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가칭 해피패밀리 토큰을 발행한다 치자. 자녀 예방접종 완료,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 부모 교육 이수 등 인증 액션이 적립될수록 국공립 어린이집 우선 입소, 육아용품 할인율 증가 등 베네핏이 늘어난다. 청년 실업수당도 마찬가지다. 직업교육 수강, 도서관 방문, 면접 응시 등 구직활동이 확인되면 토큰의 사용처가 식비와 교통비에서 현금 인출로 확장되게 설계할 수 있다.

요지는, 공동체 목표인 공익 기여 실천을 블록체인 기술로 투명하게 인증해 경제적 보상으로 돌려주는 '공유지의 희극' 구조이다. 착한 행동을 하면 부자가 된다. 중앙집중화 시절에는 공유지의 비극이 생겼었다. 주인 없는 목초지는 아무도 돌보지 않아 황무지로 변했다. 권 이사장은 "자본주의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공공의 선(Public Good)을 위해 재설계하는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케이빈(K-Bean)은 K-콘텐츠의 디지털 기축통화로 발행하는 원화(KRW)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말한다. 기브파이 생태계를 국내 행정이나 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려면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고유 결제체계가 있어야 한다. 한류 문화상품에 케이빈 금융 시스템을 결합해 디지털 문화화폐 패권까지 장악하자는 참신한 제안이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이 음악, 게임, 관광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케이빈을 쓰도록 하면 록인(Lock-in)과 록업(Lock-up) 효과가 생긴다. 예를 들어, 한국 아이돌 팬이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 스트리밍 청취, 뮤직비디오 시청 100회를 인증하는 등의 미션을 달성하면 앨범 구매 및 콘서트 티켓팅 권한에서 우선권을 준다. 미션을 많이 수행할수록 토큰의 등급이 올라가서 일반 예매권에서 대기실 팬미팅 확정권, 친필 사인 NFT처럼 희귀템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상승한 등급이 아까워 떠나지 못하고 충성고객이 된다. 외국인들이 외화를 원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케이빈으로 환전해 블록체인 지갑에 보관하면 한국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외환보유고가 넉넉해지는 거시경제적인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더욱이 구글, 애플 등 빅테크 인앱결제가 아니라 우리 원화코인 결제망을 쓰므로 수수료 유출 없이 소비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 주권과 결제 주권이 확립됨으로써 K-콘텐츠 글로벌 시장의 디지털 기축통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여기까지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생각을 현실로 만들려면 풀어야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큰 것부터 몇 개만 들어보겠다. 첫째, 공공 선에 경제적 이득을 준다는데 국민 전체가 합의할 수 있을까. 약자를 돕거나 공동체의 공익에 기여하는 행위를 보상하는 순간 그 자체도 시장으로 변한다. 과연 봉사와 기부에 노동처럼 환금성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어떤 봉사와 누구의 기부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매겨야할까. 착한 선행이 화폐가 되는 순간 상품사회의 온갖 부작용도 반복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둘째, 도덕 유인(誘因) 시스템 역시 또 하나의 전체주의 사회로 갈 위험이 있지 않을까.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사회신용 포인트는 교통위반이나 채무불이행 등에 감점을 주고 나중에 취업, 공공주택 분양에서 불이익을 입는다 해서 서구 언론으로부터 감시사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빅브라더 공포를 피하기 위해 행동만 증명하고 개인정보는 가리는 영(零)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기술을 개발한다고 스스로 밝혔지만 더 고민해보면 좋겠다.

셋째, 케이빈 스테이블코인을 민간에서 발행한다고 하면 원화와 연계된 지불준비금의 기초자산을 충분한 신뢰로 확보할 수 있을까. 이른바 코인 런(run)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 금융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체계 설계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기브파이와 케이빈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 중인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민간이든 공공이든 누가 발행해도 준비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그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 검증될 것"이라며, "더 중요한 점은 코인 유통을 뒷받침하는 처리속도와 확장성, 스마트 계약 보안이 담보되느냐 하는 기술적 요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시사회 우려, 블록체인 그랜드 레이어(Grand Layer) 인프라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 등 비판 의견도 알고 있다"면서 "기브파이와 케이빈 생태계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정부나 기업에서 채택할 수 있는 더 저렴하고 편리한 가치배분의 대안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대한 구상은 처음에 꿈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기성질서를 깨고 새로운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파괴적 혁신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고통으로 보이니까. 지금의 한국 정치·경제 엘리트가 기득권을 버리고 새 판 짜기에 돌입할 능력과 마음가짐이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넷과 인공지능 사회로 진입할 때 세계 1위에 오를 기회를 놓쳤지만, 우리 블록체인 기술로 패권적 플랫폼 창설이 가능하다는 업계의 신선한 제안에 대한 답장이 아마 한국사회의 현주소일 것이다.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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