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없어 아직도 '살인 리프트'를 탑니다"

강혜영

| 2019-01-10 13:34:12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159대 운영중…"전량 철거해야"
서울시, 22년까지 '1역 1동선' 확보 약속…16곳 불가능
장애인단체 "엘리베이터 설치 통해 2동선은 확보돼야"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휠체어 리프트는 "윙-"하는 소리와 함께 아파트 3층 높이(9.07m)의 계단 꼭대기에서 출발했다. 내려다보이는 계단이 아찔했다. 운행되는 2분40여초 동안 의존할 수 있는 보호 장치라곤 쇠로 된 안전바 하나뿐이었다. 리프트에 올라타면서부터 자칫 중심을 잃어 휠체어가 계단 밑으로 떨어질까 노심초사했다.

 

▲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가 출발하고 있다. [강혜영 기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2017년 10월20일 지하철1·5호선 신길역 환승장에서 장애인 한경덕씨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고 버튼을 누르는 과정에서 계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한씨는 98일 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1월25일 사망했다.

지하철 '살인 리프트' 159대 운행중…"전량 철거해야"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 사고는 신길역이 처음이 아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한 사고는 총 13건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13명 중 5명이 사망했고 5명이 갈비뼈 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다.
 

장애인단체는 리프트 전량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휠체어 리프트는 사고가 제일 크게 발생하는 살인 리프트"라면서 "모든 역사에서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서교공)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호선 9대, 2호선 12대, 3호선 6대, 4호선 15대, 5호선 27대, 6호선 34대, 7호선 43대, 8호선 13대 등 총 159대의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 돼 있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계단에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독자 이종일씨 제공]

 

서울교통공사 측은 리프트 철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광흠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부장은 "현재 많은 역에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리프트를 당장 없애면 이동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대책이 세워지기 전까지 전량 철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2022년까지 '1역1동선' 확보 약속…16곳 불가능

앞서 서울시는 관련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5년 12월3일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에서 2022년까지 서울 시내 307개 전 역사에 1역 1동선(지하철역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동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 확보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3년하고도 한 달이 더 지난 현재까지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27개 역사 중 1곳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지난해 11월 건대입구역이다. 서교공은 2019년까지 2개역, 2020년까지 7개역에 엘리베이터를 짓기로 했다. 결국 27개역 중 11곳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예정인 것이다.  

 

 

나머지 16곳은 설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구조적인 문제'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교공에서 제공한 '엘리베이터 설치 불가 사유(16개역)'에 따르면 16개역 중 4개역(종3, 구산, 남구로, 마천)은 환기설비 저촉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8개역 (강동, 상일동, 상월곡, 봉화산, 광명사거리, 청담, 수락산, 새절)역은 섬식 승강장 종방향 거더가 저촉돼 붕괴 위험이 있다. 섬식 승강장은 하선, 상선 지하철 이용객이 가운데 승강장에서 함께 기다리는 승강장을 가리키는데, 이 승강장 간격이 좁을 경우 거더(대들보)를 잘라야만 엘리베이터 설치가 가능하다. 또 나머지 4개역(까치산역, 대흥역, 고속터미널, 복정역)은 지상부 보도폭이 협소해 사유지 매입 등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들은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약속불이행이라고 말한다. 문애린 활동가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예산 문제"라면서 "가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예산이 더 필요한 것 일뿐"이라고 반박했다. 장차연에 따르면 구조적인 문제로 수년간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는 지난 2014년 11월부터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가 진행된 바 있다.

장차연은 또 환승구간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7개역 8개소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환승구간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서교공에 따르면 영등포구청역은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예정이이며, 모란역은 대합실을 우회해서 환승이 가능하다. 충무로역은 엘리베이터 설계 단계며, 신길역은 공사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3개역은 설치가 불가해 용역 단계다.

장애인단체 "1개역 2동선은 확보돼야"

조한진 대구대학교 대학원 장애학과교수는 "이동하는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예산을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라며 리프트 철거와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한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문애린 활동가는 "장애인 외에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고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매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소한 1개역 2동선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동선이 확보되기 전까지 지하철 입구에서 직원을 호출해 승강장까지 안내하는 '원스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차연에 따르면 서울시측은 인력 문제로 이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다만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또타지하철' 앱을 통해 교통약자가 역사에 전화를 걸어 휠체어 리프트 탑승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조한진 교수는 "매번 직원을 호출해서 편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여느 시민처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 가능한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혼자서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시설이 설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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