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진석, 몰랐나 거짓말했나…'VIP격노' 녹취록 존재 가능성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4-08-09 17:51:52

'VIP격노설' 진원지 尹 주재 회의 속기·녹취록 정보공개 청구
대통령실 '부존재' 아닌 '비공개' 통보…"자료 존재 시인한 셈"
"녹취 존재하지 않는다"는 鄭 비서실장 국회 답변과 배치돼
"녹취 없다면 문제 심각"…윤건영 "鄭, 거짓진술 시 사과해야"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 'VIP격노'가 있었다는 바로 그 회의다.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에 대한 격노였다.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해병대 수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경호처 '02-800-7070' 번호로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에게 전화가 간 것도 이 회의가 진행중인 때였다.

 

녹취·속기록이 있다면 '격노 상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회의 중 전화를 위해 이석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제가 아는 바로는 존재하지 않는다"(7월1일 국회 운영위)고 했다. 과연 녹취·속기록은 존재하지 않을까.

 

KPI뉴스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녹취·속기록이 존재할 가능성이 대통령실 답변을 통해 오히려 드러났다. 정진석 실장이 몰랐거나,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이 지난달 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KPI뉴스는 '2023년 7월 3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의 속기록, 녹취록, 회의록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공공기록물법(제17조 2항)과 그 시행령(제18조 1항,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회의는 회의록을 반드시 생산하도록 돼 있다. 경우에 따라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도 남기도록 규정돼 있다.

 

대통령실 답변은 '비공개 결정' 통보였다. 사유로는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내부검토 중인 사항) △공공기록물법 제17조 2항(속기록·녹음기록의 예외적 비공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제18조 3항(속기록·녹음기록의 비공개 기한) 등을 들었다.

 

▲ 대통령비서실이 지난달 29일 KPI뉴스의 정보공개청구에 회신한 답변. [정보공개포털 캡처]

 

다수 전문가들은 '비공개 결정' 자체를 주목했다. 역설적으로 속기·녹취록의 존재를 확인해 준 것이란 해석이 중론이었다. 

 

정보공개법(제11조 제5항)은 공개 청구된 정보가 없는 경우 '부존재'로 답변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공개'라는 것은 해당 정보의 존재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9일 KPI뉴스와 통화에서 "이번처럼 비공개 통보를 받았다는 것은 해당되는 정보가 분명히 있다고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없는 자료'를 요청하면 '부존재' 답변이 돌아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KPI뉴스의 다른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부존재' 답변을 통보한 바 있다.

 

▲ 정보공개청구법상 '비공개'와 '부존재' 답변의 차이. [그래픽=서창완]

 

대통령실이 비공개 결정의 명확한 근거 법령까지 들었다는 점에서 청구 내용을 오인했을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공공기록물법(제17조 제2항)은 경우에 따라 속기록이나 녹음기록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회의록의 비공개 근거는 담고 있지 않다. 이 법 시행령 제18조 제3항은 아예 조항 자체가 회의록과는 무관하게 속기록·녹음기록에 대한 규정이다.

 

정보공개청구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하승수 변호사는 "대통령비서실이 이들 법률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는 것은 '속기·녹취록이 있다'고 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정진임 투명사회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업무 담당관이 법적인 근거까지 찾아가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면 검토 대상이 된 문서가 존재한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PI뉴스는 대통령실이 청구 내용을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재차 입장을 물었지만 "근거에 따라 비공개한 것이고, 통보 내용을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

 

애초 대통령 주재 회의 녹취·속기가 없다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공공기록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회의록 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조영삼 전 서울기록원장은 "대통령 참석 회의는 경호실이 녹음한 다음 대통령비서관실 속기사가 녹음을 정리하는 방식"이라며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속기·녹취록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보고 정 실장의 국회 발언을 문제 삼을 태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정 실장이 속기·녹취록의 존재를 몰랐거나, 알고도 거짓말을 했거나 둘 중 하나"라며 "대통령실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국회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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