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나 '철회' 아닌 '플랜B(지명유보)'도 있다

김당

| 2019-09-08 11:00:13

[칼럼] 사퇴·철회가 최선, 정권 부담이면 차선(플랜B) 찾아야
'지명유보'는 정치권이 검찰에 넘긴 정치 칼자루 되찾는 길
'대통령의 시간'과 '국민의 시간' 일치시켜 정치 복원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결국 불발되었다. 14시간의 청문회가 종료된 6일 자정을 기준으로 '국회의 시간'이 끝나고 '대통령의 시간'이 찾아왔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마치고 선서문을 여상규 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이날 자정이 다 되어서 "대통령의 시간이란 것은 상당히 융통성이 있는 기간이라고 본다. 우리가 꼭 구애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차수변경에 동의가 안 되면 종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여야가 종료에 동의해 청문회는 산회됐고, 청문경과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청문회는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제기된 의혹들은 가족(처와 딸)과 관련된 것이고 본인의 불법과 관련된 의혹은 나온 게 없다는 이야기가 중론이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대로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하지만 결정적 한방이 아니어도 가랑비에 옷이 젖고 잔매에 골병드는 법이다. 여전히 임명 반대·지명 철회 여론이 더 많은 점도 국정운영에 부담이다. 그래서 본인의 불법 의혹이 없어도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기지 않으려고 중도 사퇴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영삼 정부 시절의 박희태 법무장관이 그랬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검 중수부장 시절 국민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대법관까지 지냈으니 불법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한겨레〉의 단독보도로 과도한 전관예우 수임료가 논란이 되어 여론이 악화되자 불법이 아님에도 중도 사퇴했다. 대통령과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 박근혜 정부 시절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영삼 정부 시절 박희태 법무장관은 위법이 없음에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각각 후보자와 장관직을 사퇴했다. [뉴시스]


김영삼 정부는 '문민정부'임을 내걸고 화려하게 출범했다. 그때는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언론의 지상청문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희태 법무장관은 검사 시절 미국 연수 때 낳은 딸이 3살 때 귀국해 이중국적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대학입시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이화여대에 외국인 특례로 편법입학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자 취임 10일만에 사퇴했다.

박희태의 이중국적·편법입학 딸 vs 조국의 이중국적 아들과 편법입학 딸

외국인 특례입학은 당시 대입제도의 맹점을 최대한 활용한 편법이긴 했어도 실정법 위반은 아니었다. 더욱이 김영삼 대통령이 재신임 의사를 밝혔음에도 박 장관이 사퇴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문제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다른 하나는 국적을 관리하는 주무장관의 자녀가 이중국적이어서는 영(令)이 안서기 때문이었다.

조국 후보자도 미국 유학 시절에 낳은 아들(23)이 이중국적을 유지해왔다. 또한 학업과 출입국 등을 이유로 입영을 5회 연기해왔다. 이 때문에 청문회를 앞두고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내년에 입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 후보자 아들의 이중국적 및 병역기피 의혹은 아내와 딸 관련 의혹에 묻힌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인사수석실에서 수석비서관과 비서관으로 일했던 두 사람에게 당시 공직 임용시 이중국적 문제의 처리 기준을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는 동안 이 문제를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정수석 당시 인사수석이었던 A씨는 참여정부 당시 이중국적 처리기준에 대해 묻자 "관련 검증 체크 리스트가 있지만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면서 "대통령이 (지금 상황에 대해) 오죽 답답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당시의 처리기준을 말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곤혹스러움을 에둘러 답한 것이다.

문재인 민정수석 당시 비서관이었던 B씨는 "인사수석실에서 전북 출신 모씨를 정부 산하 기관장으로 추천했는데 문재인 민정수석이 자녀의 이중국적을 문제삼아 탈락시킨 적이 있다"면서 이중국적 자체가 고위 공직자 임용 검증 체크 리스트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시작을 기다리는 가운데 조국 민정수석과 활짝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B씨는 문재인 민정수석의 인사검증 기준으로 보면, 민정수석 재임중에 입영을 5번이나 연기한 자녀의 이중국적만으로도 조국 후보자는 법무장관은 물론, 민정수석도 맡아선 안되는 자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부자격자가 인사검증을 하니, 조국 민정수석 시절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의 고위 공직자 낙마 사례를 기록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딸의 편법입학 건으로 사퇴한 박희태 장관에 견주면, 조국 후보자는 아들의 이중국적 및 병역기피 의혹과 딸의 편법입학, 그리고 아내의 사문서 위조 및 사모펀드까지 '의혹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의혹의 상당수가 민정수석 재임중에 벌어진 것이라는 사실은 공직자에게 필수적인 공사(公私) 구분인식마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조국 "아내 기소되면 거취 고민"→"임명권자 결정에 따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처한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 처했던 상황보다 객관적으로 훨씬 더 심각하다. 박근혜-김영삼 대통령을 압박한 것은 야당과 국민여론뿐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야당과 국민여론 외에도 검찰의 칼이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청문회라는 통과의례가 끝나 '국회의 시간'이 '대통령의 시간'으로 바뀌었다지만, 대통령의 시간은 검찰 수사의 자장(磁場) 속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시간'의 선택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조국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아내가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되면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가정을 전제로 한 답변이지만, 어쩌면 장관 취임 전에 그런 가정이 현실에서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답변이었다. 하지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은 기존 수사 문법을 파괴한 압수수색에 이어 법무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를 기소함으로써 그런 확신과 예상을 빗나가게 했다.

그래서인지 조 후보자는 아내 정경심 교수(동양대 교양학부)가 기소된 뒤에는 "검찰의 기소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며 피의자로서 형사절차상의 방어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거취는 임명권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사실상 검찰 기소로 인해 자진 사퇴하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딸의 입시부정 의혹과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등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은 총 11건이다. 정치권이 검찰에 칼자루를 넘긴 '정치의 사법화'의 결과다. 검찰은 그 가운데서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운 사문서 위조를 첫 기소 사건으로 고른 것이다.

당장 검찰이 기소한 사문서(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만 해도 사문서 위조 행사죄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 교수와 조 후보자가 이 학교 최성해 총장에게 전화해 표창장과 관련해 '외압성 부탁'을 했다는 것은 위증교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 가족이 재산보다 20억 원가량 많은 74억여원을 투자 약정한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이모 대표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조 후보자와 처남의 가족이 14억원을 이 펀드에 투자하게 된 경위, 이 펀드의 총괄대표로 알려진 조 후보자 5촌조카의 실제 역할, 펀드운용사가 투자한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의 관급공사 유치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의 영향력을 이용했는지 등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웰스씨앤티는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44곳에 모두 177건을 납품했다. 정점식 의원은 "2017년 8월 사모펀드가 웰스씨앤티에 투자한 이후 수주액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를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정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아온 한국투자증권 영등포프라이빗뱅킹센터 직원 김모씨와 정 교수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지난달 검찰 수사 직전에 동양대 자신의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자료를 가져온 뒤 컴퓨터를 김씨가 보관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이 컴퓨터를 확보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학교 업무와 피고발 사건 법률대응을 위해 가져왔으나 자료는 삭제하지 않았고, 지난 3일 검찰에 임의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감한 시점에 영주까지 가서 사무실 컴퓨터를 가져온 점과 학교 사무실에서 쓰던 컴퓨터를 자산관리를 맡아온 김씨에게 보관하도록 한 점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김씨와 함께 펀드 투자와 관련된 각종 자료와 이메일 등을 삭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조사중이다.

'대통령의 시간', 검찰 칼끝과 국민정서법의 자장 속에서 선택 제한돼


▲ 검찰 수사로 '대통령의 시간'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환담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두 사람 뒤에 조국 민정수석이 웃고 있다. [뉴시스]


이 모든 사안에는 정 교수와 딸에 대한 소환 조사가 필수적이다.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법무장관 임명 강행 이전이냐 이후냐의 차이가 있을 뿐, 국민은 검찰이 지휘감독권자인 법무장관(후보자)의 아내를 소환 조사하는 또 한번의 '이례적 사건'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가족 사모펀드'가 투자한 업체의 관급공사 유치에 조 후보자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진술이 나오기라도 하면, 조 장관(후보자)에 대한 직접 수사도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정 교수가 남편의 영향력을 부인해도 사람들은 '바늘 가는데 실가는 법'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시간'은 검찰의 칼끝과 국민 정서법의 자장 속에서 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까지 드러난 윤석열 검찰의 수사 의지와 국민 정서(여론)는 조국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지명 철회' 쪽이다. 문제는 국민과 검찰이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 메시지를 발신했음에도 여권 핵심부는 이를 수용할 의사와 실행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치는 차선을 골라 타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의 정치권 인사 C씨는 "조국 사태가 이처럼 커진 데는 청와대에 정무적 판단을 하는 국정운영 사령탑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당장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것은 검찰 수사로 관련 의혹이 '클리어'(해소)되거나 법원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국 후보자의 지명을 '유보'하는 것이다.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가 최선이지만, 사퇴나 철회의 정권적 부담이 크다면 '유보'하는 것이 차선이다. 그것은 '대통령의 시간'을 '국민의 시간'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권이 검찰에 위임한 정치를 되찾아오는 길이기도 하다.

덧글 :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용어의 저작권자가 박희태 전 장관이다. 딸 때문에 장관직을 사퇴했지만 주옥같은 '촌철살인'의 논평을 남긴 당대의 명대변인이었던 그가 말년에 골프장에서 캐디를 '딸 같아서' 성희롱해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은 아이러니다. 또 그를 비판했던 조국 후보자가 자신의 언행 불일치와 위선으로 인해 '조로남불' 신세가 된 것도 아이러니다. 검찰개혁을 마지막 소명이라고 역설한 조국 후보자의 생사여탈이 검찰의 칼끝에 달린 것도 아이러니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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