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심사 시작…구속 기로에 선 운명의 날

박지은

pje@kpinews.kr | 2023-09-26 11:06:58

영장심사 '3분 지각'…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혼자서 오른손엔 지팡이·왼손엔 우산들고 입장
8시30분쯤 녹색병원 출발…지지자에 손 인사도
'증거인멸 염려' 최대쟁점…27일 새벽 결정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운명의 날을 맞았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그가 구속되면 자신은 물론 민주당도 큰 정치적 위기에 빠지게 된다. 구속되지 않으면 리더십 회복 등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3분 늦은 10시3분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서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으로 들어갔다. [뉴시스]

 

이 대표는 홀로 차에서 내려 수행원에게서 우산을 건네받았다. 이어 왼손으로 우산을 든 채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법원으로 걸어갔다.

 

이 대표는 예고한 대로 이번 출석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기자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한말씀 부탁드린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어떻게 방어하실 건가요", "김인섭씨랑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인가"라고 잇달아 물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 청사에 입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이 대표는 법원으로 출발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30분쯤 중랑구 녹색병원 응급실을 나섰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장기간 단식을 한 탓에 힘든 듯 지팡이를 짚고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같은 정청래·고민정·서영교 최고위원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대기중인 차량에 올라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나온 이 대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 앞에 나온 지지자들은 "대표님 힘내십시오"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떠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표님 눈이 총기가 좀 있으셨지만 나오는데 앞에 사람을 보다 휘청하시더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이 대표 지지자, 반대자들이 속속 모여들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강성 지지자는 궂은 날씨에도 전날 저녁 이 일대에서 촛불 집회를 앞두고 밤샘 노숙을 했다.

더민주혁신회의와 촛불연대 등 이 대표 지지단체 회원 약 150명은 이날 오전 우의를 입은 채 법원 입구 앞 법원로에 있는 정곡빌딩 북관·남관 앞 인도와 1개 차로를 차지하고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죄가 없다. 구속영장 기각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트럭 전광판을 설치하고 현수막을 흔들었다.

정곡빌딩 서관·동관 앞에서는 대한민국애국순찰팀 등 반대단체 회원 30명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피의자 이재명이 몸통이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선 이 대표와 검찰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쟁점은 '증거인멸 염려'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실질심사에 앞서 총 16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유창훈 부장판사에게 제출했다. 7~10명의 검사가 나서 물증을 제시하며 증거인멸 염려를 상세히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앞세워 검찰측이 주장하는 구속사유를 반박하며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해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백현동 개발 사업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에게 북한에 500만달러,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혐의 등도 있다.


이 대표 구속 심사는 사안이 복잡하고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역대 최장 심사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만큼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오는 27일 새벽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최장 영장심사 기록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5분이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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