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정면충돌 초읽기…4년 만에 의사 총파업 가능성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2-12 11:50:17

전공의, 밤 9시 파업 여부 결정…설문조사선 찬성 90% 육박
의사 휴진·사직 등 집단행동 예상…"정부, 의사 이길 수 없다"
정부 "업무복귀 안하면 면허 박탈"…"타협 없다" 초강경 모드
복지장관, 의대 증원 정당성 호소…"지속가능한 병원 만들겠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5년간 의대 입학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설 연휴가 끝나면 의사들은 4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면허 취소'라는 초강경 대응도 검토 중이다. 밥그릇이 달린 의료계도, 4·10 총선이 코 앞인 정부도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치킨게임' 같은 양측의 '벼랑 끝 대결'에 국민 불편과 고충이 가중될 전망이다.

 

▲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전국의 전공의 1만5000명이 가입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2일 밤 9시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의 선택은 전체 의사 파업에 중요 변수인 만큼 주목된다.

 

대전협은 앞서 전국 140여개 수련병원 회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8.2%가 '의대 증원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업 불사가 대세인 셈이다.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은 이미 대전협 결정에 따르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의견 수렴 중인 서울성모병원도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빅5' 병원 전공의 수는 2300여명. 전체 전공의의 25%에 달한다.


전공의는 교수의 진료와 수술을 보조하며 환자를 체크하는 의료의 중간 허리 역할을 한다. 이들이 집단으로 파업하면 병원은 업무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전공의 과정을 밟는 사람들은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반대 파업에 참여해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이 대다수다. 이 때문에 이들이 파업에 돌입하면 반발과 저항 강도는 거셀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사단체들은 대 정부 경고 성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응급 전문의로 구성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동은 정부가 초래한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 단계를 맞이해 적극 대응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위원장에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여는 데 이어,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재앙은 시작됐다"며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가 철회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타협은 없다"며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각오다. '2020년과 같은 의료대란은 없다'며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 계획 발표 직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꾸려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경계'로 발령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9일 의사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과 전공의 등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파업 참여 의사에 대해 의료행위에 필요한 면허를 박탈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휴업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명령을 위반한 의사는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업무 개시 명령은 명령서를 개인에게 송달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일부러 명령서를 받지 않는 편법을 대비해 각 수련병원별로 현장점검팀을 보내 명령서를 직접 전달하도록 하고 연락처를 확보해 문자메시지로도 명령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조규홍 장관은 전날 복지부 공식 페이스북 등에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파업 논의를 겨냥한 사전 차단 조치로 읽힌다.


조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현장에서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는 점도 잘 안다"며 "그러나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은 의심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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