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손 검사 새 변호사는 '사법농단' 논란 전직 판사
전혁수
jhs@kpinews.kr | 2024-04-19 15:30:12
검찰과 법원의 '권력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공통점
林, 재판 개입 무죄 받았지만 1심 재판부 "위헌적 행위"
孫·林,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경험도 '공통분모'
'고발사주'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장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판사 출신 임성근 변호사를 새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법조계 '권력 남용'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두 사람이 고발사주 사건의 피고인과 변호인으로 함께하게 된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손 검사장의 탄핵심판 변론도 임 변호사가 맡았다. 임 변호사 본인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됐던 경험이 있다.
고발사주 사건 항소심이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 심리로 지난 17일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31일 손 검사장에게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손 검사장의 주 변론을 맡은 변호인은 임 변호사다. 그는 지난달 11일 재판부에 변호인 선임계를 냈다. 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로 30년을 판사로 근무한 베테랑 법조인이다. 법조계에서는 "실력이 매우 뛰어난 법조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손 검사장과 임 변호사가 각각 검찰과 법원의 '권력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손 검사장은 '검찰권 남용' 논란이 된 고발사주 사건, 임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의 일부인 '재판 개입 의혹'에 연루됐다.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20년 4월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전 의원 등 여권 정치인들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고발해달라고 사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이 사건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며 손 검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임 변호사는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인 지난 2015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사건 재판 △쌍용차 대한문 집회 사건 재판 △삼성라이온즈 원정 도박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실제 재판에서 관여 사실 자체는 인정됐지만, 임 변호사의 행위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에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런 행위는 구체적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절차 진행에 간섭한 것"이라며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두 사람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를 정지당한 공통점도 있다. 공교롭게도 임 변호사는 헌재의 손 검사장 탄핵심판 변론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국회에서 고발사주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손 검사장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열린 본회의에서 총투표수 180표 중 찬성 175표, 반대 2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헌정사상 두 번째로 가결된 검사 탄핵소추안이다.
임 변호사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법관이다. 지난 2021년 2월 4일 국회는 재적 300명 중 179명의 찬성으로 임 변호사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1심 판결에서 그의 재판 개입에 대해 "위헌적 행위"라고 인정한 것이 탄핵소추안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임 변호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각하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각하 의견, 3명이 인용, 1명이 절차종료 의견을 냈다.
탄핵은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는 것인데, 당시 임 변호사는 판사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 2021년 3월 퇴직했기 때문에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게 주된 각하 사유였다.
임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손 검사장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고발사주 사건) 항소심 결과까지만 보고 나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의견"이라며 탄핵심판 절차를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임 변호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고발사주 사건 2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9일 임 변호사가 손 검사장의 변호를 맡은 것에 대해 "공교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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