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은이-박해미-이경실,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홍종선

| 2018-09-21 09:27:49

물의를 일으킨 남편 때문에 깊은 속앓이 중인 여성 연예인들이 있다. 가수 혜은이, 배우 박혜미, 방송인 이경실의 남편들은 각각 사기, 음주운전으로 인한 상해치사, 성추행 사건으로 구속 중이거나 된 바 있다.

그러나 남편의 잘못으로 촉발된 구설에 휘말린 것은 같지만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이들이 대중으로부터 받아야 했던 것은 달랐다. 누구는 응원과 염려를, 또 다른 누구는 비난을 샀다.

먼저 지난 14일 가수 혜은이의 남편이자 배우 김동현이 억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 가수 혜은이 [KBS1 '아침마당' 캡처]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해 금액이 적지 않고 합의도 안 됐다. 다만 피고인이 돈을 전부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며 법정구속했다.

앞서 김동현은 지난 2016년 피해자 A씨에게 "돈을 빌려 주면 경기도에 있는 부동산 한 채를 담보로 제공하겠다", "해외에 있는 아내가 귀국하면 연대보증도 받아 주겠다"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제로 문제의 경기도 전원주택은 담보 제공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혜은이는 해외가 아닌 국내 거주 중이었고, 김동현은 부인에게 연대 보증 의사를 타진하지도 않은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김동현의 '억대 사기 혐의'로 고통받는 피해자만큼은 아니겠으나 혜은이는 다시 수렁에 빠졌다. 아내인 혜은이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며 울먹였다.

지난 5월 혜은이는 남편의 영화 제작투자 실패, 지난 2014년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동현 때문에 "오랜 시간 돈 되는 일만 했다"며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15년 동안 방송 활동도 못하고 돈 버는 일만 했다. 돈이 생기는 일은 어디든 가서 해야만 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빚이 없는 사람이다. 죽으려고 약을 가지고 다닌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90%의 빚을 갚았다"던 혜은이에게 남편의 법정구속이라는 비극이 다시 한 번 들이닥치자 대중은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75년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데뷔, '진짜 진짜 좋아해', '제3한강교', '후회', '독백', '열정'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남기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혜은이인 만큼, 오랜 세월 빚 갚는 일에 매진해 온 인생이었던 만큼 안타깝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남편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하자면 배우 박해미가 더하다. 돈이 아니라 생사가 오간 일이었다.

 

▲ 배우 박혜미 [뉴시스]


지난달 27일 경기도 구리시 강변북로에서 황민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갓길에 서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황씨 차량의 동승자 2명이 숨졌으며 황민과 다른 동승자 2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 당시 황민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4%로 면허 취소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사고로 숨진 피해자는 박해미가 강의하고 있는 대학의 제자이자 대표로 있는 해미뮤지컬컴퍼니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20대 여성과 음악 및 연출을 담당하던 퍼모머그룹 파란달 소속의 30대 남성이었다. 박해미는 남편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모든 방송·뮤지컬 활동을 중단하고 하차했다. 남편의 사고와는 무관하지만, 도의적 책임감에 스스로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박해미는 지난달 28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내가 사랑하는 제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두렵고 죄송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사죄가 될지 상상도 힘들다. 무섭고 떨려서 현장에 가보지도 못했다"며 "경찰 조사는 물론 장례식과 보상 등의 문제에 있어 모든 것을 내놓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남편에 대해서도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중은 남편의 잘못을 확실히 인지하고 선을 긋는 박해미의 현명한 대처를 높이 샀다. 만일 박해미가 유가족의 양해 하에 용기를 내 복귀한다면 대중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앞의 두 사람과는 사뭇 다른 태도로 화를 자초한 경우도 있다. 방송인 이경실은 남편의 성추행 사실에 분노하며 피해자를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 방송인 이경실 [뉴시스]


이경실의 남편 최모씨는 지난 2015년 지인의 아내인 김모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경실은 자신의 SNS에 "귀갓길에 남편 차로 부부를 집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술에 취한 김씨가 앞에 탄 저희 남편에게 장난했나 보다", "피해자가 쫓겨나다시피 이사를 해야 할 형편이었다", "(내 남편도) 어렵지만, 보증금과 아이들 학원비까지 도와줬다", "김씨가 다음날 남편에게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해 기억이 없어요.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빠르게 확산됐고, 김씨가 돈을 노리고 피해자인 척 위장한 일명 '꽃뱀'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피해자인 김씨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만큼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난 7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김씨가 이경실과 그의 남편 최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남편 최씨가 성추행 혐의로 받은 징역 10개월의 실형 및 이경실에게 내려진 벌금 500만원과 별도로, 최씨와 이경실에게 공동으로 5000만원 및 최씨 단독으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앞서 이경실은 소송이 채 마무리되기 전인 지난 2월 KBS1 TV소설 '파도야 파도야'를 통해 복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에도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제작진은 이경실을 제작발표회에 참석시키는 등 강행했다. 그러나 이경실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재판을 받아온 사실, 이로 인해 거액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까지 최근 전해지자 또 한번 시청자의 비난이 폭주했다.

이상의 사례들로 볼 때, 특히 연예인의 경우 남편의 잘못에 대처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남편의 사건·사고의 경중을 판단해 피해자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현명하게 처신하는 연예인의 대응에 못잖게 중요한 것은 그런 아내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연좌제 심리를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죄를 물을 일이 있다면 그 남편이 아닌 아내 자신이 잘못한 만큼만 비난해야 한다. 동시에 범죄를 저지른 남편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인 경우라면 그 심적 상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일이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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