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강타한 '북한 변수'…여론전 격화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6-09-29 16:56:36

北 관련 지뢰 사고·포로 송환·영화 놓고 여야 공방
李 "지뢰사고 신속조사…음모론 부추기는 일 없어야"
與, 北 규탄 속에 대응 신중론…국힘 "늑장조사" 공세
野 의원 "2030 불안 해소 안되면 與에 큰 악재될 것"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지난주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생한 지뢰 사고로 3명의 장병이 큰 부상을 입었다"며 "부상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리고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군 당국은 유엔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그 진상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지난 21일 경기 파주시 육군 25사단 관할지역 내 남측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8일 만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북한 눈치보기', '늑장 조사' 등의 공세가 거세자 직접 정면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지뢰 사고에 대한 군의 현장조사는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합참과 유엔사가 현장 지휘관들의 건의를 고려해 순전히 군사적 판단에 의해 계획하고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뢰 폭발 사고는 군의 현장조사가 즉각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을 불렀다. 여기에 북한군 포로 2명이 국내에 송환됐다는 사실이 지난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깜짝 발표로 드러나 의구심을 키웠다. 

 

이 대통령은 23일 새벽 유엔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 청사진'을 제시하며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등은 현장조사 지연과 정부의 포로 송환 비공개가 '대북 제재 완화'를 제안하는 이 대통령 연설의 설득력이 떨어질 걸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몰아세웠다. 여권은 "음모론", "정치공세"라고 받아쳤다. 여야 공방은 추석 연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 변수'가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여론전이 격화하는 형국이다. 

 

군 당국은 지난 24일 합동참모본부 주도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와 합동조사 TF를 구성해 27, 28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사고 발생 엿새만이다. 당초 국방부는 29일 합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가 야당의 문제제기로 일정을 당겼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24일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즉각 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군은 전날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또 북한 매설 지뢰로 최종 판정되면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전협정 위반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책임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필요한 방책을 가지고 있고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과 유엔사는 이날 3일차 합동 현장조사를 벌였다. 합참은 "폭발 현장 근처에서 북한의 수지(플라스틱)반보병지뢰 1발을 발견했다"라고 발표했다. 이 지뢰는 지난 21일 폭발 상황 당시 작전 참가 장병들이 목격했다고 진술한 지뢰와는 다른 것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지뢰 폭발 사고는 민감하고 뜨거운 사안이다. 젊은이들이 국방 의무를 이행하는 군대에서 여러 사람이 다친 건 불안, 불만을 키우기 마련이다. 사고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와 원인 규명, 재발방지는 정부의 기본 책무다. 제반 조치가 미흡하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율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젊은층의 반여정서가 더 번질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대여 공세의 고삐를 조이는 배경이다. 안보에 민감한 강원지역의 한 의원은 "이번 사고는 여권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여지껏 입을 다물고 있다가 메시지를 낸 건 심각성, 위험성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국무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을 규탄했다. 동시에 국민의힘 공세에 적극 반격했다.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여겨진다. 

 

다만 최종 결과를 지켜본 뒤 대북 대응 수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강하다.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된다는 우려가 읽힌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지뢰를 매설한 사실이 최종 확인된다면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지뢰에 다친 장병들 앞에서 국민의힘의 총구는 왜 끝까지 북한이 아니라 우리 정부와 군을 향하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심었다고 단정하기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북한의 지뢰 매설 같은 것들이 방어적인 목적이라고 한다면 군사적 대응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입장을 내놨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존재 자체로 우리 안보의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우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즉각 대응한 바 있다"며 "정부는 철거했던 대북 확성기부터 즉시 재설치하고 대북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북한이 재미삼아 지뢰심었다'는 말인가"라며 "진성준 위원장은 북한 국방위원장인가, 대한민국 국방위원장인가"라고 직격했다.

 

지난 23일 개봉된 영화 '암살자(들)'도 여야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는 것처럼 묘사해 도마에 올랐다. "역사 왜곡"이라는 보수 진영과 "표현의 자유"라는 진보 진영이 충돌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 등 제작진은 역사를 왜곡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선동)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은 물론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로 반드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2년 부천국제만화축제가 고등학생이 만든 만화 '윤석열차'로 인해 떠들썩했지만 그때도 '만화는 만화일 뿐이다'고 했듯이 '암살자(들)'도 논픽션이 아닌 픽션영화"라고 응수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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