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지훈 "연기 정점? 벼룩 아니다, 갈 길 멀어"

홍종선

| 2018-10-08 09:13:23

'암수살인' 강태오 열연 "첫 악역, 생각보다 시원해"
영화 네 편 이어 연말 드라마까지 '주지훈의 해'
부산영화제 기간 2번 수상에도 '고삐' 당겨

2018년은 '배우 주지훈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개 작품을 연이어 선보여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 배우 주지훈은 관객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인터뷰를 자청해 왔다. [쇼박스 제공]


지난해 말 개봉해 올해 2월까지 사랑받은 '신과 함께-죄와 벌'과 올해 8월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 모두 천만영화에 이름을 올리며 관객 2668만명의 대기록을 세웠다. '공작'은 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았고, '암수살인'은 이미 예고편 공개 순간부터 '미친 연기력'이라는 칭찬 속에 강렬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주지훈은 '신과 함께', '공작', '암수살인'을 통해 각각 하정우, 황정민, 김윤석이라는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하며 한국 영화계를 책임질 차세대 재목으로서의 자양분을 맘껏 흡입했다.  

 

▲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과 함께'에 더해 '공작' 497만, '암수살인'의 7일 현재 스코어 161만명까지 합하면 연관객 3300만명. 계속된 개봉에도 계속해서 관심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관객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주지훈은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인터뷰를 자청해 왔다. 묶어서 한두 번 해도 부족하지 않을 상황, 그만큼 열심히 했고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의미일 터. '암수살인'까지, 2018년의 네 작품을 모두 관객으로 떠나보낸 시점에서 배우 주지훈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관객 분들이 '신과 함께'대로, 또 '공작'대로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무대인사 때 뵈면 저 또한 반갑게 맞아드리는 것, 다음 작품 도 열심히 하는 것 외에 그 감사함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배우 주지훈은 올해 4개 작품을 연이어 선보여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쇼박스 제공]


옷차림은 편했다. 집 근처로 찾아온 오랜 친구를 만나러 나온 차림새. 낡은 면티에 반바지, 운동화 그리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자연스러운 머리칼. 매무새만 아니고 말투도 편안함 자체였다. 멋있어 보이려 꾸미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되도록 정확하고 세밀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뇌세포 표피에 떠도는 생각이 아니라 내면에 저장해 뒀던 기억과 고심들을 끌어내 눈앞에 펼쳐놓고(그래,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 크루즈처럼)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그것들을 가능한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하려 마음을 썼다. 주지훈 앞에 당신이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자.  

 

▲ 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쇼박스 제공]


#1. 연쇄살인마 많았잖아요. ‘암수살인’의 강태오 연기를 해야겠다,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기존에 있던 소재를 또 다시 좋게 재생산하는 걸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타입인데, 게다가 이야기가 새로웠어요. 기존을 피해가려고 하다보면 결이 흔들리거나 기본이 탄탄하지 않을 수 있는데, 새로운데도 굉장히 탄탄하더라고요. 근데 두렵기도 했어요. 배우로서 굉장히 매력적 캐릭터임에는 틀림없지만 결이 일정하지도 않고 울퉁불퉁해요,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도가 있어 좋기도 한 지점이지만요. 사투리를 써야 했어요, 배우에게 있어 (자신에게 편한) 언어를 뺏긴다는 건 무기를 뺏기는 기분이에요, 맨손으로 싸우는 거잖아요. 이야기가 너무 자극적으로만 표현이 돼서 소비돼 버리는 작품이 되면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찰나에 (김)윤석 선배님이 캐스팅 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서적, 정신적 힘이 되더라고요. 선배님 작품 보며 자라왔고 제가 피해 끼치면 안 되지만, 최악의 경우 피해 끼치거나 못 따라가도 윤석 선배님이 버텨주시면 작품이 망가지진 않겠구나. (출연을) 결정하는데 큰 힘이 됐어요. (현장에서) 실제로 큰 힘이 됐고요."

 

▲ 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쇼박스 제공]


세 가지 두려움을 잊게 한 배우 김윤석의 출연 소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졸업식 연설이라든가 반장 선거,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떨림이 있잖아요. 믿는 선배가 전화해서 '너 잘할 수 있어' 해주면 안정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현장에서는 두 달 넘게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함께했어요."

세 가지 두려움 중 하나인 나의 언어를 빼앗기고 사투리를 쓰는 부분에 대한 설명도 보태졌다.

"그렇다고 강태오가 되기 위해 사투리에만 매진한 건 아니고요. 사투리 배우러 갔는데 연극하는 느낌처럼 리허설 현장이 됐어요. (각본 쓴) 곽경택 감독이 작가로 참여하셨고, 사투리 워낙 잘 가르치시잖아요, 그래서 연극 리허설의 결과가 됐어요. 하나하나 디테일 잡아서 했고, 그냥 대본 읽는 리딩이 아니라 마치 카메라 돌아가는 것처럼 리허설을 했어요. 강태오가 라이브 톤을 가지게 된 배경이죠."

 

▲ 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쇼박스 제공]


#2. 아, 그래서 굉장히 연극을 보는 듯한, 배우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함을 제가 느꼈나 봐요.

"접견실 반복되고, 의상도 삭발에 죄수복 반복되잖아요. 다른 걸로 변화를 드려야 했어요, 관객께, 말투든 표정이든 동작이든. 사투리 연습을 하면서 그 디테일이 미리 잡혔어요. 김태균 감독님이 일단 시켜놓고 나중에 편집으로 커버(보완)하자는 주의가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감정의 인물이 담길 수 없다는 거죠. 카메라 돌아갈 때 모든 걸 쏟아내야 했어요. 그런데 그냥 쏟아놓는 게 아니에요. 강태오는 움직임이 많잖아요, 대략 계산된 게 아니라 하나하나 다 잡아놓은 대로 연기한 거예요."

필자가 방송을 하면서 느낀 점 하나, 방송 전 스스로 써놓은 내용임에도 카메라가 돈 후 똑같이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 연기는 오죽하랴. 촬영 전 말투와 표정, 움직임을 세세하게 잡아놓았다 하더라도 아니 세세할수록 그 디테일을 연기로 '진짜' 옮기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연습밖에 없어요. 방에 돌아와서도 또 연습, 연습했죠. 막상 연기할 때는 연습한 거 지우고 라이브 하는 것처럼 하려 했고요.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대단한 선배들과 하다 보면
'호흡 하나를 주고 빼고'로 이게 되는 거예요. 호흡이 바뀌도록 해 주시니까 저는 또 그에 반응하는 거죠. 탁구 치듯이 대화가, 연기가 오가게 돼요."

#3. 사투리 연습이 리허설이 돼 미리 말투부터 움직임까지를 틀어쥐고 시작했다고 해도, 아주 지능적이어서 더 두려운 연쇄살인마 강태오를 연기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강태오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주지훈은 강태오라는 인물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후 캐릭터 접근법을 펼쳤다.

"중요한 건 저 악역 아닙니다. 이놈은 나쁜 놈이에요, 절대로 이런 사람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대전제입니다. 강태오의 범행 장면은 편집의 힘이에요. (살해) 장면 자체를 찍어놓은 건 없어요. 직접적이지만 은유적일 수 있는 방법으로 촬영하고 편집한 거죠. 전체를 조망하는 풀샷으로 보여 주거나 무드 중심, 분위기 중심의 범행이 되도록 의도됐어요."

"강태오에 심플하게 다가갔어요. 극과 현실을 잘 구분하는 편이에요. 초반에 이 대본을 보고 선택하기까지가 고민이었던 것이지, 선택하면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들어간 거니까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결코 캐릭터에 대해 미화, 합리화의 마음이 없어요. 다만 안타까울 뿐이죠. 현실에 이런 비극적 사건이 실제로 많잖아요. 살인자 인터뷰라든가 사건들에 대해 보기는 했죠. 생각보다 이유가 없는 게 많더라고요, 너무 무서웠어요. 강태오만 봐도 모욕감, 치욕감에 치밀하게 복수하는 게 아니잖아요. 손님이 택시에 탔는데 (기사인 강태오가) 친밀하게 말을 걸었는데 반응이 신통찮아서, 길에서 부딪혔는데 제대로 사과 안 해서…, 무서워요. 굳이 국내외 다른 영화들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찾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실에 있다, 눈만 뜨면 뉴스 속에 많잖아요, 재판정에서 웃고 유가족 조롱하고…. 그래서 강태오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있다'라는 전제로 받아들여 연기했습니다."

깊은 분석과 조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로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덧붙였다.

"우리에게 방어기제가 있대요. 피 못 보잖아요, 피를 보거나 신체가 잘못(절단)된 걸 볼 때 기피하거나 구역질이 나고요. 같은 종의 생명을 앗아놓고 똑바로 말하고 인터뷰 하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강태오를 깊게 이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강태오는, 자신이 사람을 일곱이나 죽였는데 감방 안에서 안 먹어준다며 김형민 형사(김윤석 분)에게 허세를 떨고 과시를 해요. 경찰은 알지도 못 하는 여죄를 스스로 불며 변색 선글라스 등의 현품과 범죄 관련 정보 거래를 하고요. 실제로 그 물건이 갖고 싶을 수도 있겠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그가 왜 그럴까에 몰두하기보다는 저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많은 학습이 되고 공부가 된 작품이에요. 김태균 감독님이 직접 쓰셔서(곽경택 감독과 공동 각본) 얼마나 방대한 조사를 하셨겠어요. 저는 배우인데 마치 프리프로덕션 같이 한 것만큼 사전 정보를 이미 많이 받았어요. 요즘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수라' 때도 그랬어요. 또 옛날엔 주인공이 경찰이다 하면 경찰의 삶을 따라갔다면, 이제는 경찰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 끌고 가잖아요. 직업만이 중요요소가 아니고 인물이 지닌 내면과 그를 둘러싼 스토리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해서, 직업에 갇히게 될까봐 오히려 만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4. 많은 배우들이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힘겨움을 얘기해요. 이런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면 더하지 않나요? 물론 캐릭터 자체로 받아들이고 미화의 의지 없이 연기했지만요.

"아주 합리적인 시간과 예산의 분배로 찍은 영화예요. 촬영 기간도 짧았고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몰입도 있게 몰아쳐서 찍었고, 말씀드렸듯 기본적 접근 방식이 '이런 사람이 있다'였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분노를 켜켜이 쌓아서 범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강태오에 갇히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 이 작품 끝나고 바로 드라마 '킹덤'(연출 김성훈 감독) 촬영에 들어갔어요. '암수살인'과 같은 현대물이 아니고 사극이어서 현실적으로 용이했어요. 만약 이 작품 끝나고 3~4개월 휴지기가 있었다면 집에 가서 누워 있으면 생각날 수도 있죠, 강렬했던 기억이니까. 저도 모르게 비슷한 이야기들에 관심이 끌릴 수 있는데, 그래서 관련 영화 등 찾아볼 수도 있는데,(웃음) 너무 빨리 다른 작품에 들어가서…. '킹덤'에서 말이랑 너무 달려서 피로골절이 왔어요, 지금도 계속 치료받고 있고, (강태오에 빠져 있을) 틈이 없네요."

#5. 대선배 배우 김윤석을 가지고 놀 듯하며 호흡을 맞췄어요.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 앞에서 이렇게 연기한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요?

"형사를 갖고 놀고 이런 부분은 나의 형량을 축소하거나 빠져나오려는 그림을 가지고 하는 행동이잖아요. 주도권을 강태오가 쥐고 있어요. 결국 권력의 문제인 거죠. 권력을 쥐면 권력 적은 사람을 갖고 노는 걸 흥겨워하잖아요. 지난 역사를 봐도. (김윤석) 형님을 가지고 노는 것에 그런 부분도 있다, 이것이 극적 재미다 생각했어요. 강태오도 (김형민 형사) 얘를 갖고 노는 게 재미있는 거죠. 의미심장할 수도 있지만."

#6. 주지훈이 보는 김윤석은 어떤 배우인가요.

"아휴, 대선배 배우를 제가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 되고요. 다만 연기할 때 개인적으로 저는 형들이 편해요. 동생이 있으면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제 덩치도 크니까 동생들이 날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애드리브라 할 것은 없지만 슛이 돌아가면 본능적으로 달려간단 말이죠. 최선을 다해 동선과 약속을 지키려 하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한단 말예요. 그럼 저 아이들이 놀라지 않을까, 뒷걸음질 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것 같아요. 동생들에게 내가 더 잘해 주고 싶고, 내가 더 배려하고 싶은 욕심이 있나 봐요. 반면 형들은 제가 뭘 해도 받아 내는 사람들, 그런 믿음이 있어서 그런지 형들이 훨씬 편해요. 몇 년 더 동생해도 될 것 같아요(웃음)."

"베테랑일수록 조심히 연기하시더라고요. 본인들의 의사가 저의 자유의지를 방해할까봐 굉장히 배려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시고요. 나이도 있고 짬도 있는데 신생아 다루듯 조심히 대해 줘요. 그런 부분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7. 김윤석 배우에게서 아무거든 재능을 하나 가져오라고 하면 무엇이 욕심나나요?

선배 배우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러운지 형-베테랑의 일반론으로 응수하는 주지훈, 질문을 바꾸니 김윤석에 대한 구체적 얘기가 나왔다.

"먼저 단호함. 어떤 장면이나 연기가 이 결이 아닌 것 같다, 영화 흐름과 맞지 않다고 할 때 고집이 아니고 우직하게 시간을 내시고 쉬는 시간을 빼서 감독님과 제작진과 회의를 하는 우직함이요. 전혀 무례하거나 매너 없거나 그러지 않고,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정중하게 말해요. 이건 저도 배우의 시간을 쌓아가며 닮을 수 있는 부분이다 싶어요. 그리고 중저음. 저는 깩~깩 하이톤인데, 어마어마하게 신뢰를 주는 목소리가 너무 너무 부러워요. 할리우드에 모건 프리먼이 있다면 한국엔 김윤석이 있는 거죠."

 

▲ 영화 '신과 함께' 촬영 현장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8. 영화가 완성된 시점에서, '암수살인' 출연을 결정했던 건 역시 잘한 일이다 싶은가요?

"최종본 전에, 감독께서 순서대로 편집한 걸 보여 주셨는데 좋았어요. 동시에 (개봉 전까지 수정된 여러 버전을) 처음부터 봤기 때문에 먼저 버전이 개인적으로 더 좋다, 느낌 있다, 이런 생각도 하지요. 하지만 최종본이 훨씬 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좋은 의미의 메시지를 잘 녹일 수 있는 버전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영화에 참여했다 싶어 기분 좋습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탄탄했어요. 많은 분들이 이 얘기를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글을 쓰셨을 거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근데 까봐야죠. 강점이라 생각한 지점이 상업영화로서의 매력도 돼야 하는 것이고, 결국 판단은 관객의 몫이니까요. 모든 현장이 그렇지만 고민 많았어요, 부담됐고요. 그런 것들이 관객 분들께는 좋은 에너지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9. '암수살인'의 강태오를 두고 주지훈 연기의 정점이라고 극찬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의 정점을 낮게 보지 말아 주세요.(웃음) 저는 굉장히 큰 꿈이 있는 사람이에요. 높이 뛰고 싶은데 ‘벼룩’으로 규정하시면, 하하하하. 아직도 학생의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어떤 큰 꿈을 꾸고 있나요?) 청사진을 그려놓지 않은 게 큰 꿈이에요. 형들에게 들었는데요, 배우는 굉장히 긴 싸움이다, 타인과가 아니라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일희일비 하지 말아라, 길게 보고 담대하게 나아가라! 저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그러니 벌써 정점이면 안 되죠. 나의 40대, 50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요. 여든 넘어서도 이끌어가는 대선배 분들 계시잖아요,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있어요, 관객들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우려도 되고 걱정도 되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렵지만, 적응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기대가 생기는 거죠."

강태오를 벼룩 정도 뛰어오른 것으로, 물론 벼룩이 자신의 신장 대비 굉장히 높이 뛰는 동물이지만 그 너머를 바라보는 주지훈의 모습에서 호연지기가 느껴졌다. 작품의 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년에 네 작품을 선보이며 파죽지세로 대중을 사랑을 받으면서도 아직 목마른 듯했다.

"누구랑 붙었다, 붙고 싶다,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지금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있고 그게 너무 행복해요. 게임으로 따지면 '치트 키'를 쓴 기분이랄까요, 달려가면 따랑 따랑 따랑 소리가 나며 제게 다 주어지는 거죠."

"배우는 선택자가 아니에요. (제작사, 투자배급사, 감독 등의) 선택을 당한 후의 2차 선택자죠. 선택 받는다는 것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래선지 대본 받았을 때 체력적으로 쉬고 싶다, 이런 생각 들지 않아요. 쉬는 것도 온전히 노력해야 하더라고요, 여행? 생각보다 귀찮아요. 계획 잘 짜서 휴식해야 되더라고요. 그러니 감사한 상황이죠, 작품 들어오면. 좋은 작품이 들어오고 있고, 장르도 다르게 캐릭터도 다르게 들어오니까 걱정보다는 기대가 큰 상황인 거고요. 생각해 보면 쉬지 않고 일했어요. 사람들은 오래 쉰다 했는데 저는 쉬지 않고 일했어요, 개봉일이 올해로 몰린 것뿐이죠." 

 

▲ 영화 '공작'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0. 사실 질문을 다시 하지 않았다. 주지훈의 말이 계속되었지만, 관객을 가슴에 품고 오늘을 배우로 살아가고 내일을 배우로 꿈꾸는 태도를 선명히 전하고 싶어 구분한다.

"그럼에도 결국 주도하는 분은 관객이잖아요. 올해 여러 작품이 몰린 저를 이상하게 보지 않으시고 즐겨 주시니 정말 다행이에요. 관객이 그리 생각하시니 만드시는 분들이 저를 계속 써주시는 것 같아요, 다 감사한 상황입니다. 저는 관객 반응에 민감해요, 오늘의 저는 관객 분들이 만들어 준 자리잖아요.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신과 함께'와 '공작'에 큰 사랑 주셔서 더 편히 얘기하는 걸 수 있는데, (영화 간격이) '밭아서 걱정이다'가 아니라 '장르도 캐릭터도 달라서 다행이다'라는 상황, 신나고 기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 감사해요. 원한다고 해서 오지 않으니까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11. 아직 정점은 아닌^^, 그러나 열심히 달린 '암수살인',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시길 바라나요?

"어떤 이미지 하나로 각인되면 그것도 장점이 될 수 있는데, 제 취향이 여러 가지를 다 재미있어 해요. 다른 맛과 매력으로, 다른 장르와 캐릭터로 만나고 싶어요. 그런 연장선상에 '암수살인'이 있고요. 관객 분들이 이 작품마저 사랑해 주신다면, 저라는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에 한정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뮤지컬도 했었지만 오랜만에 연극한 기분이에요, 굉장히 세밀한 작업이었어요. 삭발도 하고, 외관적으로도 변화를 줬고요. 하나의 인간으로서는 삭발이 쉽지만 배우로서는 전작의 홍보와 다음 작품 촬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잘 지나가서 다행이고요. '아수라' 때부터 악역 얘기 들었는데, 이게 첫 악역이에요. (난감해 하며) 아, 아까 악역 아니라고 나쁜 인간이라고 말한 거랑 배치된다 하실지 모르겠는데, 독자 분들이 잘 헤아려 들어 주시겠죠.(웃음) 강태오는 상황에 따라 변해 가는 인간군상이었는데, 첫 악역 한 느낌도 시원~하네요, 생각보다."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주지훈의 작품은 '넷'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어 멋지게 말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드라마 '킹덤'이 11월 말이나 12월 초 글로벌 영상콘텐츠 온라인서비스 넷플릭스에 공개될 것이라는 게 주지훈의 전언이다. 내년 1월말에는 국내 지상파TV M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 배우 주지훈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보너스12. 인터뷰 기사 정리를 다 마치지 못한 시점,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부일영화상에서 주지훈은 영화 ‘공작’의 북한 보위부 요원 정무택 과장 연기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지난 5일 당일 밤 해운대 한 주점에서 주지훈을 조우했는데 "부끄럽습니다. 정무택 연기를 잘하면 얼마나 잘했겠습니까. '신과 함께'로부터 '암수살인'까지 이어진 일련의 작업들에 대해 격려해 주시는 의미로 새기려 합니다"라고 겸허히 말했다.

같은 날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상을 받은 것까지 축하를 얹자 "상을 받았는데 기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죠.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제게 말합니다. 기쁨에 심취하지 말자, 나는 갈 길이 멀다, 오래도록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요"라고 답하며 진지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주지훈의 오늘에 박수를, 내일에 응원을 보낸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