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중립성 훼손한 포스코의 초호화 해외 이사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4-01-14 08:24:47

5성급 호텔에 수천만 원 식사, 전세기도 동원
비용출처도 계열사 돈을 사용한 편법 드러나
문제는 사장 후보 추천권 쥔 사외이사의 중립성

포스코홀딩스의 초호화 해외 이사회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식사비와 숙박비 골프비용은 물론이고 전세기와 전세 헬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사회 참석자인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사외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고발장을 지난달 14일 이첩 받아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지난해 8월6일부터 12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진행했다. 해당 기간 전세기, 식대, 골프 등 비용 총 6억8천만원 가량 들어갔는데 그 비용 중 일부를 자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칸이 나눠서 집행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배임 논란 만이 아니다. 사외이사에 대한 과잉 접대 이유, 배경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에서는 사외이사가 CEO 선정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외이사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한 끼 식사 비용만 2천만 원이 넘고 5성급 호텔에 골프, 전세기까지

 

해외 이사회에 대해 회사 측은 해외 사업장에 대한 이사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일정 2일 차인 7일 오후 한 차례 열렸고 나머지 대부분 일정은 트레킹, 투어, 골프로 채워져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 무려 6억8천만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비용지출 내용을 보면 타락한 졸부(猝富)의 해외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대로 모두 1억 원을 지출했는데 밴쿠버 한 중식당에서 지출한 비용을 보면 술값 1070만 원을 포함해 무려 2242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0일에도 밴쿠버의 한 해산물 식당에서 최고급 와인 비용 1670만 원을 포함해 2460만 원을 지출했다.

 

캐나다에 머문 5일 동안 5성급 호텔을 이용해 1인당 하루 평균 숙박비가 175만 원에 달했다. 캐나다 내에서 도시 간 이동을 할 때도 전세기와 전세 헬기를 사용해 전세기 4681만 원, 전세 헬기 1억6960만 원을 지출했다. 이밖에도 친목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2차례 골프를 쳤는데 여기에 들어간 비용도 985만 원에 달했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 3연임 도전은 국민연금이 공정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대통령과 함께 하는 해외경제사절단, 경제계 행사 등에 최 회장을 배제하는 등 노골적인 퇴진 압박을 가해왔다.[UPI뉴스 자료사진]

 

경찰, 비용출처와 관련한 배임+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조사

 

이러한 흥청망청 이사회가 알려진 것은 비용출처에 불법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당연히 포스코홀딩스가 비용을 집행해야 했지만, 자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코의 캐나다 법인인 포스칸(POSCO-CANADA)이 비용의 절반 정도를 분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배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해외 현장을 방문하는 이사회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사외이사 가운데 현직 교수의 직분을 가진 사람은 청탁금지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사외이사들은 240만 원을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3연임 포기했지만, '세습' 노릴 수도

 

더 큰 문제는 이번에 해외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추천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이다. 당시 해외 이사회가 열린 시기에는 최정우 회장이 3연임을 노린다는 시각이 우세한 때였다.

 

이후 최정우 회장은 차기 회장 도전 의사를 꺾었지만, 사외이사들에게 자신이 미는 인물을 선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습'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 걱정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KT의 차기 회장 선정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유분산기업, 사외이사 위주의 사장 후보 추천 개선돼야

 

포스코를 비롯해 KT, KT&G 등 소위 소유분산 기업의 CEO 선정과 관련해 항상 문제가 됐던 것은 사외이사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들 기업은 하나 같이 사장 후보 추천위원회 등 거창한 기구를 만들어 공정하게 사장을 뽑는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사실상 사외이사 중심으로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데 사외이사는 결국 기존 사장과 한 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에 선정되면 엄청난 연봉은 차치하고라도 한 달에 한두 번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사장과 인간적 친분을 쌓게 된다. 또 회사 행사, 이사회 일정을 핑계로 각종 혜택이나 편의를 제공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기존 사장에 기울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기존 사장 입장에서도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사외이사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포스코홀딩스의 초호화 해외 이사회는 이러한 의혹을 확인시켜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소유분산기업의 사장 후보 추천 과정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중심의 운영에서 탈피해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