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특형' 신하균 "22년차 연기의 신? 항상 두려움 있다"

홍종선

| 2019-05-02 09:27:54

'나의 특별한 형제', 사람과 사람이 기대 人이 되는 이야기
신하균, 목 위만 자유로운 '세하'로 새로운 시각 온몸 표현
"이광수, 이솜, 김경민 호연…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긴장"
▲ 신하균 [NEW 제공]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 제작 명필름‧조이래빗, 제공·배급 NEW)를 보며 2008년 국내 개봉했던 프랑스영화 '잠수종과 나비'가 생각났다. 목 아래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하는 세하를 연기하는 신하균, 움직이는 것이라곤 왼쪽 눈꺼풀밖에 없는 보비를 연기해 세계적으로 극찬 받았던 마티유 아말릭이 겹쳤다.


단순히 지체부자유의 장애인 연기를 현실감 있게 해서가 아니다. 목 위로는 자유자재인 세하, 해맑은 영리함과 달변으로 자신과 '책임의 집' 동생들을 지키며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세하와 잘나가는 패션잡지 편집장으로 표현의 극치를 달리다 이제 눈꺼풀 깜빡임 하나로 세상과 새로이 소통해 가는 보비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유'가 닮아서다.

'나의 특별한 형제'(이하 '나특형')를 보며 생각 난 또 하나의 영화는 한국영화 '증인'이다. '증인'은 자폐아 지우(김향기 분)와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를 보여줬다. '나특형'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한자 사람 인(人 )이 말하는 사람의 본질,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도와야 '비로소 사람이 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유쾌하게 펼쳐낸다.


세하(신하균 분)와 동구(이광수 분)는 사람 인의 두 획인데, 영화 '나특형'은 두 사람을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를 지닌 사람으로 정형화하지 않고 비상한 두뇌와 탁월한 신체 능력을 가진 인물로 그린다. 소주 마시는 사제, 부모가 버리고 세상이 외면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박 신부(권해효 분)의 '책임의 집'에서 함께 자란 세하와 동구. 형 세하는 동구의 몸에 기대고 동생 동구는 세하의 머리에 기대 일심이체의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이보다 완벽한 '人'이 있을까.


▲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 된 연기를 보여 준 배우 신하균. 영화 스틸컷 [NEW]


'나특형'을 그저 그들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얘기로 다가오게 만든 주인공, 배우 신하균을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만났다. 오랜 세월 숱한 배우들을 만나왔기에 더욱 낯설었던 '설렘'. 그 신선한 공기가 제대로 전해질지 모르겠다.

"세하의 실존인물, 최승규 씨를 이 영화 통해 알게 됐어요. 실화 자체가 감동적이었어요. 그렇게 살아가시는 분이 계시다는 자체가요. 현실이 영화랑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넣은 장면이 있지만 많은 부분 그분들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영화가 좋았다고 하자 실제 이야기가 지닌 힘이라며 공을 돌렸다. 신하균은 인터뷰 내내 모든 잘된 것의 공을 '자신 밖'의 누군가로 돌렸다. 의도된 겸양이 아니라는 건 멋쩍어하는 웃음과 아이처럼 반짝이는 눈을 통해 전해 왔다.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말을 아꼈다.

"최성규 씨는 시사회 때 뵈었어요.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본인 얘기이고 본인의 에피소드가 많이 담겨 있으니까 너무 좋아하시고. (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이야기, 어렵지만 필요성 있는 얘기를 했다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봉사 점수 주는 것,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사회복지사시고 본인이 하는 일이니까. 세하가 법정에서 하는 이야기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하셨고요. 동구와 라면 먹는 에피소드, 실제 있었던 일이니까 재미있어 좋았다고 하셨어요. 감독님과 통화하셨는데, 재미있었다 하셨다더라고요."


영화 안에서는 달변인 세하, 영화 밖에선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쉼이 있는 신하균이었다. "시사회 때 처음 뵈었다고요?".

"네, 감독님께서 영화 안의 인물로서 캐릭터를 창조하자고 해서, 저 또한 같은 생각에서 일부러 만나지 않았어요."


▲ 신하균 [NEW 제공]

표현을 업으로 하는 배우에게 목 아래를 쓸 수 없게 하고 연기하라는 건 결코 쉬운 주문이 아닐 터. 지체장애인 연기의 어려움을 좀 쉬운 얘기부터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몸을 못 움직이고 고개도 자유로이 못 움직이니 연기 후에 근육통 같은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라고 물었다. 대번에 "그런 거 없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니터 하러 가고 중간 중간 움직이잖아요."

자신의 연기 고생을 목청 높여 말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하는 모습에 인터뷰 장소엔 웃음의 파도가 일었다. 맞다,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마치 영화 촬영 내내 목 위만 움직이며 지낸 것으로 여겼다.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민망해 하는 기자를 위해 신하균은 자못 진지함을 보태 답을 이어갔다.

"몸에 계속 힘을 주면 아플 텐데 힘을 빼고 연기했어요. 힘이 들어 갈까봐 많이 걱정했어요. 감정이 올라가도 최대한 힘을 빼고 목 위로만 힘을 줬어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몸하고 목 위가 따로 움직이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신하균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칭찬에 멋쩍어했고 영화 얘기엔 열을 올렸다. 세하 연기에 대한 얘기도 인물을 따로 끄집어내 묘사하는 게 아니라 영화 안에서 설명했다. 영화를 고를 때 캐릭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가'를 중요시하는 태도와도 일맥상통했다.

"기존의 (장애인을 다룬) 영화랑 다른 시각이고.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별반 다를 바 없는 우리의 이야기예요.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도와가며 살아가자, 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걸 소리 내 말해 보는 게 좋았어요. 동정의 대상이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다거나 하지 않고 따뜻한 시각을 유지하잖아요. 다른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 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감독님과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그분들은 그렇지 않아요. 실제로 유머가 많으시대요, 감독님도 놀라셨다더라고요. 우리의 편견인 거예요. 본인들은 재미있게 살 수 있고 잘살 수 있는데 세상이 내버려두지 않고 격리시키려 하는 거죠. 몸만 못 움직이지 모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자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시나리오로 보고 슬펐어요. 안타까운 일이, 삶의 무게를 다 짊어진 친구고. 표현되어진 부분들은 세고 거칠지만 동생에 대한 애정 공존하는 캐릭터라 같이 표현하면 좋겠다 생각했죠. 다만 세하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그 말을 어떻게 할까 속도감, 리듬감도 중요했고....많이 해보고 혼자서도 입으로 해보고 세하라면 어떻게 얘기할까 생각도 해 보고,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형제 같은 호흡을 보여 준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오른쪽). 대본 리딩 현장 [NEW]

생각과 실제는 다를 때가 많다. 게다가 신하균, 성이 신씨여서 시작된 '연기의 신'이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최고의 배우라는 의미의 별칭이 된 그가 아닌가. 많은 감독과 제작자, 영화인들은 마치 새로운 과제를 주듯 다양한 캐릭터들을 신하균에게 맡겨 왔다.

"부담감,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두려움은 항상 있어요. 시나리오 읽을 때는 이 이야기가 좋은지, 내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래, 해보자!' 도전의식도 생기는데. (촬영을) 시작하면 두려워요. 그래서 주변에 많이 의지해요. 이번에도 감독님에게, 동료배우 광수 씨에게 의지했고. 연기라는 게 아무리 혼자 뭘 해도 상대방과의 호흡이 안 맞으면 뭐가 나올 수 없어요. 내가 잘 모르는 방향에 대해 감독님이 항상 디렉팅을 주셨습니다."

신하균에게 세하에 관해, 혹은 자신의 연기법에 관해 물어도 항상 나오는 말이 있었다. 감독님, 그리고 광수. 캐릭터를 작품 안에서 찾고, 연기는 상대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실행하고 있는 배우 신하균. 그가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영화라는 작업이 서로 말로 대화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내가 해 보고 감독님 반응 보고, 상대 배우 연기 보고 그에 리액션 하고. 하면서, 감정들이 쌓이면서, '아, 이런 인물이었구나' 깨닫기도 하면서 해 나가는 거예요."

"광수는 아무리 적게 칭찬하려 해도 부족해요. 저에게는 ('나특형'을 통해) 배우 이광수로 완전히 각인이 됐고요. 집중력, 몰입도가 대단해요. 준비성, 성실합니다. 표현력, 아주 표현을 잘해요. 모든 게, 배우로서 너무 좋은 걸 가지고 있어요."

"영화라는 게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현장에서 좋았기 때문에 사적으로 친해진 부분도 있고. 저보다는 동구의 감정이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했고, 감정 잘못 타면 자칫 다른 길로 갈 수 있는데 그걸 적당히, (광수가) 잘 가더라고요. 그래서 관객 분들도 눈물 흘리실 수 있는 것이고. 현장에서 그걸(광수의 좋은 연기를) 먼저 봤죠, 그러면서 나도 긴장하는 거죠, 더 잘해야겠다!"

신하균은 이광수뿐 아니라 함께한 후배 이솜과 김경민, 선배 박철민과 권해효, 모든 배우들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미에는 항상 "그러면서 생각하는 거죠. 아,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 집에 가서 긴장하는 거죠, 더 잘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좋은 상대에 대한 호평도 없거니와 배우 신하균이 정체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이유가 엿보였다.


▲ 영화 '박쥐'에서 송강호(왼쪽), 김옥빈과 호연을 펼친 배우 신하균.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돌아보면 배우 신하균은 영화 '우리형'이나 '웰컴 투 동막골'에서처럼 저 사람만큼은 믿어도 돼, 라는 한없는 따뜻함과 '악녀'나 '극한직업'과 같이 등장만으로도 소름 돋게 하는 차가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도둑들'이나 '박쥐'에서처럼 조연을 해도 주연화 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선함과 악함의 극단을 오가며 혹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또 주연과 조연의 구분 없이 항상 작품 안에서 관객을 위해 연기해 왔다.

"칭찬인 것 같은데"라는 말과 함께 '글쎄'라는 멋쩍은 표정을 짓자 다시 한 번 웃음이 일었다. 기자들의 칭찬을 변함없이 '반사'해 내는 신하균의 화법이 반복되자 어느새 유머코드가 됐다. 그리고 다시 진지 모드.

"캐릭터보다는 이야기가 먼저예요. 앞서 얘기했지만, 이 이야기 안에서 내가 어떤 포지션에 있고 내가 무엇을 해 줘야 이야기가 잘 흘러가겠구나(를 생각하는 거죠). 특별할 거 없는, 어느 배우나 그렇지요."

"주연과 조연,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아요. 전체 이야기 안에서 내가 할 역할이 무엇인가를 찾아야한다고 연기 초반부터 배웠고, 시나리오를 택할 때도 이야기 먼저 그다음이 캐릭터니까 그걸 파악해서 내가 할 몫은 무엇인가를 찾는 게 영화라는 작업일 뿐인 거죠."


▲ 배우 신하균이 전하는 진심,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 색다른 웃음과 감동,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NEW]


인터뷰가 끝날 때쯤 깨달았다. 이 오래되고 익숙한 배우가 일으킨 설렘, 그 긴장미의 수원지는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시작해 22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가 간직하고 있는 초심이었다. '연기의 신'이어서가 아니라 진심을 전하는 배우 신하균의 신작 '나의 특별한 형제'를 많은 분들이 보고 그 신선함을 느끼길 바란다. 그런데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영향권 하에서 개봉을 맞았다. 볼 때 재미있고 보면 행복해지는 우리의 영화가 어벤져스 군단에 밟히지 말기를.

"(영화를 만든) 저희 몫은 아니고 관객 분들 마음이 중요한데요. 너무 다른 영화니까 봐 주셨으면 좋겠고,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대해 주시고 극장에서 봐 주셨으면…". 맺음말 대신 하회탈 같은 만면의 미소와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인터뷰를 마친 신하균의 바람이다.

▲ 신하균 [NEW 제공]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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