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프리즘] 남편의 정석, 차인표

홍종선

| 2018-10-15 06:20:48

'가짜학위 논란' 휘말린 아내 위해 장문의 글
'집사부일체' 신애라 VS 프로그램, 누구 위한 미화인가
▲ 자상한 남편이자 절절한 부성애를 지닌 아버지 김용수로 분햇던 차인표 [영화 '크로싱' 스틸컷]


벌써 10년 전이다. 폐결핵에 걸린 아내에게 줄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행을 결심했던 남편 용수. 벌목장에서 일하다 중국 공안에 쫓겨 도망자 신세가 된 사이 어머니를 잃고 홀로 남겨진 열한살 아들 준이를 위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아버지 용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크로싱'. 많을 수 없는 출연료나 척박한 촬영 환경을 떠나 소재 자체가 쉽사리 주연배우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때 온전히 '선의'로 주연을 자청해 촬영을 마친 스타를 만난 때. 출연료 빼고,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근육 빼고, 버릇처럼 부릅떠 힘주던 강렬한 눈빛을 빼고 용수가 되었던 스타배우가 차인표였다.

인터뷰 말미,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만나 이듬해 결혼해 아들 하나에 공개입양한 두 딸과 함께 잘살고 있는 부부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인표에 대한 칭찬의 의미로 건넨 질문이었는데 아내 신애라에 대한 답으로 돌려받았다.

"지금 제 삶에 조금이라도 좋은 점이 있다면 다 아내 덕이에요. 아내가 하자는 대로, 아내가 하는 것을 좇아 살다 보니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돼 있는 거예요. 진심으로 아내를 존경합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만나기도 했고, 흔히 아내에 대한 얘기를 물으면 많은 이들이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차인표는 아내 신애라에게 무한 신뢰와 존중을 보냈다. 남편에게 그런 대우를 받는 신애라가 참 부러웠다.

 

▲ 미국에서 가정사역을 공부 중인 배우 신애라 [예능 '집사부일체' 화면 캡처] 


신애라가 부러운 순간이 불과 6년 뒤 다시 찾아왔다. 2014년 3남매를 데리고 가정사역을 공부하러 미국 유학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사십대 중반, 누구나 한번쯤 직장 사표를 꿈꾼다. 사표가 아니라 해도 늘 해오던 일에 배움의 기틀을 더해 깊이를 더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나이다. 그런데 그는 그것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그것도 삶의 짜증마저 날려줄 것 같은 쾌청한 날씨의 그곳으로, 평생 압박감을 느껴온 영어 스트레스를 조금은 덜어 볼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나만이 아니라 내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만들어서 함께.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지만, 이기고 지는 것 없이 엄청난 부러움조차 나의 일상에 밀려 희미하게 잊어가고 있던 요즘. 신애라가 부러운 순간이 세 번째 도래했다. 물론 시작은 예능 '집사부일체'발 '가짜학위 논란'이었지만, 이를 명쾌하게 해명하고 나선 남편 차인표가 상황을 역전시켰다.

 

▲ 영화 '마이보이' 스틸컷. 작지만 좋은 영화들에 출연하고 무대인사까지 열의를 다하는 배우 차인표


기혼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남편에게 바라마지 않는 중요한 역할, 어려운 시부모-얄미운 시누이와 며느리 사이에서 남편이 균형을 잘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 말하자면 집으로 찾아가는 생활 속의 사부가 무슨 자격조건이 그리 대단해야 한다고 섣부른 '미화'로 원죄를 지은 '집사부일체' 제작진은 온데간데없이, 무서운 시댁 식구들이 된 일부 시청자에게 혼쭐나는 며느리 신애라의 전쟁 양상이 된 상황에서 남편 차인표가 '균형' 잡힌 해명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 석연치 않은 박사 학위(신애라는 아직 박사과정 중이다)로 국내 대학 교수에 임용되는 등의 불상사를 막아보려 한 비판적 프로그램 수용자가 머쓱하지 않게, 예능의 문법대로 조미료 과하게 친 제작진이 너무 민망하지 않게, 무엇보다 아내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촬영 중에 계속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공부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며 아내에 대한 무한신뢰와 존중을 잊지 않은 '균형'이 빛났다.

온건한 소통 속에서도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은 단호했다. 신애라가 다니는 학교가 아직 연방정부 인가 중에 있기는 하나 주정부의 인가는 이미 받은 학교이므로 '가짜 학위'는 아니라는 점, 자녀들이 교육비 혜택이 있는 공립이 아닌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으므로 결코 아이들 학비를 무료로 하기 위해 엄마 신애라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차인표 자신에게 O1 비자가 있어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지만 자신들에게는 신청 의사가 없으며 내년에 귀국해 부모 없는 아이들과 위탁가정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자 계획하고 있으므로 신애라의 계속적 학업이 영주권 신청을 위한 사전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되레, 이 사달의 원인을 신애라에게도 프로그램에도 도움이 안 될 과장 화법을 구사한 제작진이나 상황의 진실을 알기 전에 미래예측형으로 우려부터 제기한 일부 시청자에게 돌리지 않고, "소통이 부족했던" 자신들에게로 돌렸다. 

 

▲ 영화로 제작된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코믹연기가


이번 소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필자는 언제나 그렇듯 대중에게서 답을 찾았다. 기사의 댓글들을 열심히 보고, 여러 블로그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토론들을 살폈다. 어떤 부분들이 시청자를 화나게 혹은 우려스럽게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과정에서 신애라 부부와 한 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밝힌 이의 글을 보았다. 하루 세 개의 도시락을 싸고, 흔히 그 지역에서 그러하듯 아이들 등하교 배웅과 마중을 위해 운전을 하고, 가족을 위해 끼니를 준비하며 자신의 공부를 계속해나가는 신애라를 평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는 내용이었다. 길지 않았고 적극 옹호하지 않아서 더 믿음이 가는 글이었다.

더욱 눈이 간 것은, 우리가 문제제기를 하는 지점이 신애라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를 다루는 방송 제작진의 태도라는 점을 강조한 글들이었다. 실로 성숙한 TV 수용자들의 모습에 기자인 내가 부끄러웠다. 집사부 한 번 되었다가 비난의 화살을 몰아 맞은 신애라가 일심동체 남편 차인표를 통해 사과와 해명을 전한 지금,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집사부일체’ 제작진의 몫일 것이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 다음은 차인표가 14일 밝힌 해명 전문이다.

차인표입니다. 제 아내의 학업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땅히 대답할 곳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이렇게 문의해 주시니 답변 드릴게요. 아무쪼록 잘 읽어주시고 주변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설명을 좀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제 아내가 다니는 히즈 유니버시티 학교 인가 사항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히즈 홈페이지에 나와 있어요.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인가를 받았고, 연방정부 허가는 현재 인가획득 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영어 수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제 아내는 한국어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는 2014년, 제 아내가 유학 가기 전 힐링캠프에 나와서, 엠씨가 영어로 수업을 듣느냐고 질문했을 때, 본인은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공부할 학교는 대부분의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한다고 답변을 한 장면이 그대로 방송이 되었답니다. 혹시 확인을 원하시면 유튜브에 그냥 있으니까 확인 가능하십니다. 제 아내 신애라씨는 영어 잘 못 합니다. 그리고 집사부일체 녹화 당시에도 영어를 잘 못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다만 그 부분이 예능 특성상 전부 편집이 되고, 마치 예전에는 못했는데 지금은 잘한다는 식으로 느껴질 수 있게 방송이 되어서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만 인가하는 학교에서 학위취득 이후, 한국에서 교수 생활 등을 할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부연 답변을 드릴게요. 제 아내 신애라씨는 교수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본인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뿐더러, 원래 가르치는 직업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가정상담연구소 등을 차릴 생각도, 계획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본인이 젊은 시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일을 하느라 공부를 소홀히 했기에, 만학이라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거고, 하다 보니까 재미가 있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겁니다. 이 부분은 백 마디 말하는 것보다 앞으로 저희 부부가 사는 걸 지켜보시면 아시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신애라씨는 내년 한국에 들어오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가정에 잘 입양되도록 하는 일을 할 예정입니다. 꼭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려요.

다음으로 애들 학교 때문에 비자 얻으려고 학교 다닌 것 아니냐는 궁금증에 대해서도 답변 드릴게요. 제 아내가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 체류 중이고, 두 딸은 유학생 자녀 신분으로 체류 중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무료교육을 위해 유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건 아닙니다. 제 딸들은 기독교 사립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제 아들 역시 사립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신분이 O1 비자 소지자입니다. O1비자는 예술가 비자로서 그 소지자의 가족들은 신청할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자동으로 O3비자를 받아 미국 체류 및 교육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은 O3비자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O비자가 대부분의 경우 영주권 획득으로 이어지는데, 저희는 미 영주권을 획득할 생각이 없었고, 신애라씨 학업이 끝나는 내년에 모두 귀국할 예정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비자를 위해 신애라씨가 학업을 한다는 오해는 풀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남편으로서 제 아내 학업에 대해서 한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제 아내가 다니는 학교는 보잘것없고, 작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아내가 크고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것과 진배없이 이 학교에서 학업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아내가 대견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명성과 이름에 관계없이 아내가 이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만족합니다. 그 어떤 좋은 학교도, 국공립 학교가 아닌 이상, 처음에는 교실 한 개, 건물 한 개 에서 시작하지 않았겠습니까? 히즈 유니버시티도 멀리 미국 땅에 한인이 세운 학교이니만큼 우리가 응원해 주고 기다려 주면 자랑스러운 학교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중연예인으로서 그동안 저희 부부가 소통이 너무 부족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소통이 활발했었다면 이런 오해도 초기에 불식되고, 서로 축복해 주고 응원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인데, 아쉽고 죄송합니다. 저는 공개된 곳에 이렇게 긴 글을 써보는 게 처음입니다. 답답한 마음 안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ㅇㅇㅇ님께서 이곳에 글을 남겨주셔서 사실대로 답을 남깁니다. 부디 ㅇㅇㅇ님께서 제 글을 읽어주시고 오해가 풀리셨다면, 주변에 비슷한 오해를 하시는 분들께 꼭 좀 설명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분들 한 분, 한 분께 다 답변을 해드리고 싶은데 직접 소통할 tool(툴)이 없어서 염치없지만, 부탁을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