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공사 사장 "'부동산 카르텔' 깨부수라는 것이 尹대통령 집값 안정화 의지"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0-16 14:54:49
"서울에 '30평에 4~5억' 반값아파트 많아지면 압구정 아파트도 잡힐 것"
"문 정부 5년 분양아파트 원가 공개해야...미친집값 원인 국민들 알아야"
"지금까지 주택정책은 '공급자 중심'…이제 '소비자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으로 방향 전환한 것일까.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던 '미친집값'은 올해 들어 하락을 멈추더니 다시 상승 흐름이다. 시장과 언론에서 “바닥을 확인했다”, “상승 전환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공 깊은 몇몇 전문가들은 “턱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데드캣바운스(주가 급락뒤 일시적 반등)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등 원인으로는 정부 돈풀기를 지목한다. 정부가 금리 혜택이 큰 정책모기지로 집값을 떠받쳤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들어 ‘특례보금자리론’ 약 40조 원을 풀었다.
불쏘시개 역할하던 이 정책모기지도 소득제한 없는 일반형 대출은 9월로 끝났다. 결국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전망의 주요 근거는 미미한 거래량이다.
김헌동 SH서울주택공사 사장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김 사장은 “요즘 서울 주택 거래량이 월 2000~3000건이다. 정상거래량의 20%도 안된다. 게다가 매물이 쌓여간다”고 했다. 김 사장은 자타공인 내공 깊은 주택 전문가다. 2021년 11월 취임 전까지 20여 년을 시민운동가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살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부동산 이권카르텔과의 대결이었다.
김 사장의 주택정책 철학은 ‘소비자 중심’이다. 건설업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SH공사는 이미 그렇게 바꿔놓았다.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직접시공제, 설계도면공개 등등이 모두 소비자 중심의 정책들이다. 김 사장은 “천만 서울시민 80~90%가 원하는 정책을 잘 안다. 그대로 하면 집값은 안정된다”고 했다.
강고한 부동산 이권카르텔에 균열을 낼 무기는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 ‘백년주택’이다. 김 사장은 “서울에 25평이 3억, 30평이 3억5000만 원이면 얼마든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강남인데, 그 초고가 아파트 즐비한 곳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을까. 김 사장은 “가능하다. 몇 년 걸리겠지만 구룡마을에 2,3천 가구 공급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서울에도 30평 아파트가 4억, 5억에 계속 나오면 압구정동도 50억 갈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 사장은 “백년주택의 지속적 공급이 공고한 부동산 이권 카르텔에 균열을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모든 건 미친집값 때문이다. 미친집값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결말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수인데, 여전히 엉터리가 적잖다. 수요를 억눌러 집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거짓말이다. 주택정책이 실패한 건 수요억제가 아니라 투기조장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신고만 하면 집을 100채, 500채, 1000채까지 살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빌라왕, 건축왕 같은 사기꾼들이 등장하지 않았나. 그 게 어떻게 수요억제인가, 투기조장 정책이지.”
김 사장은 “이준구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2년차부터 ‘투기꾼에 꽃길 깔아줬다’고 계속 경고했다”면서 “소비자와 국민 편에서 제대로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별로 없는 건 (그런 전문가들은)부동산 카르텔에서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최근 저서 ‘부동산과 정치’에 대해선 “반성은 없고 변명만 늘어놨더라”고 일갈했다. 김 전 실장은 저서에서 "저자가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2019년 6월까지는 과잉 유동성에 따른 세계적 부동산 가격 급등 속에 한국이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음 해부터 코로나 대응을 위한 돈 풀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사상 초유의 상황이 있었지만, 정책과 실책에 실기가 있었고, 여론이나 포퓰리즘에 떠밀린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의 ‘반성’엔 임대사업자 특혜라는 투기조장 정책에 대해선 한마디 말이 없다. 김 사장은 “핑계 대기 위해 책을 쓴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 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수서 SH공사 사무실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대담 = 류순열 편집인
ㅡ집값이 잡히는 듯 하더니, 올해 2분기 이후 다시 꿈틀거린다.
"일부 지역에서 약간 올랐을 뿐이다.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통계 보면 집값 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겁나서 못 산다. 이러니 지난 정부의 '통계조작 사태'가 난 것이다. 부동산원은 몇 프로(%) 올랐다고만 발표하지, 근거 데이터가 없다. 일반 시민이나 언론이 발표된 숫자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김 사장은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를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5년간 아파트 가격이 90% 이상 올랐다고 했다. 당시 정부에서 발표한 집권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은 3년차 11%, 4년차 14%, 5년차 17%였다. 결과적으로 김 사장이 제시한 수치가 현실에 훨씬 가까웠다. 이번엔 반대 상황이다. 부동산원 통계는 반등을 가리키지만, 김 사장은 하락 중이라고 했다.
ㅡ추세 상승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
"거래량이다. 서울만 봐도 400만 채 주택이 있다. 보통 20년에 한번씩 이사 다닌다고 하면 서울의 연간 거래량이 한 20만 개 돼야 한다. 그런데 현 수준은 정상 거래량의 5%~20% 수준이다. 지금 어떻게 보면 '돈을 좀 꿔 줄테니 집을 사라'는 정책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집을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집값이 쭉쭉 오를 것 같지 않으니 안 산다."
ㅡ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책임자였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최근 책을 펴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수요억제 정책을 폈지만,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급증하는 바람에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집값 폭등을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성이 전혀 없다. 핑곗거리를 찾기 위해 책을 냈는데, 진단도 엉터리다. 수요를 억제했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김 전 실장 본인이 실토했듯 임대사업자 신고만 하면 집을 100채, 500채, 1000채까지도 살 수 있게 해 줬다. 그래서 '빌라왕', '건축왕' 같은 사기꾼들이 등장했다. 투기꾼들이 버스를 대절해 전국을 투어했다. 매물이 나오면 임장도 없이 싹쓸이하듯 사들였다. 그런 정책이 어떻게 수요 억제 정책인가?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투기꾼에게 꽃길을 열어줬다'면서 문재인 정부 2년차부터 계속 경고했다."
ㅡ정책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실패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할 텐데 보수나 진보나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부동산 이권 카르텔'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정치인, 관료, 학계 모두 기존 틀의 수혜자들이기 때문에 깨지길 바라지 않는다. 소비자와 국민 편에서 시장을 제대로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없다. 그런 전문가들은 카르텔 속에서 생계가 불가능하다."
ㅡ'김헌동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후분양제',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는 매우 진보적, 개혁적인 정책이다. 정작 진보 정부에서는 왜 이런 걸 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중심 주택정책'이냐 '공급자 중심 주택정책'이냐의 문제다. 소비자의 시각으로 봐야 보인다. 지금까지 주택정책은 공급자인 주택업자와 건설업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관료 입장에서)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김 사장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주택업자, 건설업자, 그리고 부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돈을 투자한 금융사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거기에 소비자를 위한 것이 뭐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ㅡ어떻게 했어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었을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토지 강제수용권을 갖고 있다. 정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 1평당 100만~300만 원짜리 땅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할 수 있다. SH공사는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서울에서 25평짜리 아파트를 짓는데 건축비가 2억 원, 땅값 1억 원 해서 총 3억 원 정도다. 30평대 아파트라면 총 3억5000만~4억 원 정도 된다."
ㅡ문제는 새 아파트를 어디에 공급하느냐 아닌가?
"SH가 실제 결과물을 보여줬다.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이른바 '반값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강서구 마곡지구에서도 청약이 시작된다. 25평 건축비와 토지임대료를 전체 분양가로 환산하면 5억 원에 못 미친다. 이런 아파트가 서울·경기에 계속 나온다면 압구정동 아파트 값이 50억 원씩 할 수 있겠는가?"
ㅡ우리나라 집값 문제의 '끝판왕'은 결국 서울 강남인데, 가능한 사업지가 있나?
"있긴 있는데 권한을 가진 분들이 결정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강남구 개포동의 구룡마을만 해도 2000~3000가구가 있다. 금방 될 일은 아니고, 몇 년 이상 걸릴 것이다. SH공사는 그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ㅡ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별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다. 윤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것이 '이권 카르텔 깨부수기'다. 직접 부패 수사를 해 보니 기득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카르텔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아직 윤석열 정부는 남아 있는 기간이 3년 반이나 된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김 사장은 주택시장의 기득권이 건설사나 시행사 등 '공급자'에 있다고 봤다. 이들의 눈높이와 이해관계에 맞춰 만들어낸 정책이 시장가격을 왜곡하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야기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이것을 깨부수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의지"라며 "단지 그것을 실행하고 작동시킬 사람이 많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ㅡ시장과 기업을 강조하는 여당의 철학적 지향점과 SH공사의 개혁이 충돌하진 않나?
"내가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까지만 해도 반시장적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작년 말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한 이후로 그런 말들이 사라졌다. 적어도 공개적으로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실이나 국토부에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국민여론조사에서 거의 90% 지지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90%짜리 정책이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ㅡSH공사 '반값아파트'만으로 거대한 주택시장에 균열을 만들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
"맞다. 약하다. 결국 LH가 공공부문에서 공급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집권 5년간 50만 호의 '뉴:홈'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공급물량은 2만 호가 채 되지 않는다. 연평균 10만 호 공급물량 중 SH공사가 차지하는 것은 1.3%뿐이다. "
ㅡ지금 LH는 여러 사건·사고로 손발이 묶인 것 같다.
"그래서 3기 신도시에 SH공사가 진출하려는 것이다. 지금 LH는 '사면초가'다. SH공사가 사업을 해 보겠다고 국토부와 LH 쪽에 제안했다. '반값아파트'는 경쟁률이 40~50대 1 나올 만큼 인기상품이다. 이 방식을 수도권까지 확대해서 윤석열 정부가 계획한 50만 호 상당수를 공급하자는 것이다. 수도권과 전체 시장의 집값 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ㅡSH공사는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인데, 서울을 벗어난 다른 권역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나?
"할 수 있다. 누구나 잠재적인 서울시민이다. 경기 권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서울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법을 바꿀 필요도 없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택지개발 사업자를 선정할 때 SH공사를 끼워주기만 하면 된다. 거꾸로 SH공사는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 10년, 문재인 정부 5년간은 서울에 있는 택지개발사업도 LH에 뺏겼다."
ㅡ만약 LH 사장이라면 어떤 일을 할 것 같은지?
"지금은 치료에 좋은 기회다. '이권 카르텔'을 깨부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나라면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분양한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겠다. 왜 집값이 폭등했는지 국민들이 원인을 알아야 한다. 박수를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도 아닌 전임 정부에서 한 것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국민들도 윤석열 정부를 좋게 볼 것이다."
ㅡ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광역단체 책임자인 경기도 지사나 인천시장, 그리고 공무원들이 이제라도 제발 소비자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소비자 중심 정책은 현재 SH공사가 실행하고 있다. 저는 시민운동가로 20년 활동했다. 시민의 눈으로 정책을 바라봤다. 시민 80~90%가 원하는 정책을 알고 있다. 그대로만 하면 집값은 안정될 수 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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