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기간에 ‘가짜뉴스’도 판쳤다
김광호
| 2018-09-23 02:12:55
보수 언론과 야당에서 제기한 ‘NLL 포기’ 논란도 뜨거워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열렸던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수많은 가짜뉴스가 양산돼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깎아내리는데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보수 언론과 유튜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금도 이런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또는 근거가 있는 주장처럼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대표적인 가짜뉴스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설’ 등 신상에 관한 내용이다. 정상회담 첫날인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군 의장대를 공동으로 사열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잠시 사열 방향을 착각하자,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자리를 바로 잡아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해프닝을 두고 한 인터넷 방송사는 “고사총에 죽을 뻔하다 살아난 문재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방송의 운영자는 “대통령이란 사람이 이렇게 정신줄을 놓았으니 이거 정말 망신은 망신이지만 중요한 건 문재인의 정신건강이 의심스러운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이 방송의 유튜브 채널에는 “나라를 돌보는 대통령이 정신이 이상있으니 나라정치도 이상하게하구 국민들도 이상한데를 끌고 간다”, “정신이 이상한게 확실하다. 사진이고 어디고 보면 얼굴표정에 다 나와있는데 딱 정신나간 얼굴이다”, “치매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문 대통령 건강이상설’ 외에 일부 보수 언론과 야당에서 제기한 ‘NLL 포기설’도 가짜뉴스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보수 언론은 지난 21일 "군 안팎의 소식통들은 '특히 공중·해상 적대행위 중단은 사실상 북한 뜻대로 됐다. 해상의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민감하게 걸려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뜻대로 흘러갔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국방부 당국자'가 "내일모레 추석인데 추석 밥상에 NLL 팔아먹었다고 (언론에) 나와버리면 안 돼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이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NLL 기준으로 아래 쪽(남측)으로는 상대적으로 길게, 위쪽(북측)으로는 상대적으로 짧게 '서해 적대 행위 중지 구역'이 설정됐다는 부분이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육지와의 거리' 등 우리 측에 유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군사 분야 합의서 어디를 봐도 'NLL 포기' 문구는 없다. 합의서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NLL논란’과 관련해 지난 19일 교통방송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한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NLL 일대라는 건 NLL이 존재했을 때 일대가 나오는 것이지, NLL 없이는 일대가 안 나오기 때문에 (북한이 NLL을) 인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전까지 북한은 NLL을 단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었다.
아울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북한에서 국민연금 200조원을 요구했다’는 글이 널리 확산돼 왔다. 이 글은 유튜브에 게시된 ‘남북한 국민연금 통합?’을 근거로 하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에는 “8월 19일 김영철 부위원장이 남한의 국민연금 800조 중 200조를 북측에 넘겨야 한다고 비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국민연금의 조기인상과 연금지급시기 연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등의 근거없는 루머들이 담겨있다.
이를 보수 성향의 인터넷 언론사가 그대로 옮겨 지난달 21일 ‘유체이탈화법으로 책임회피하는 문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보도해야 함에도 루머를 의혹으로 표현하면서 마치 그럴 법한 이야기처럼 확전했다.
이처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전후에 다양한 가짜뉴스가 생산되는 배경에는 남북 평화 무드에 위기감을 느낀 일부 극우 진영이 가짜뉴스를 적극 활용해 우호적 여론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공간에서 가짜뉴스를 둘러싼 논란과 극우-진보 진영간의 대결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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