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제2의 이회창일까 고건-반기문일까

김당

| 2019-01-16 00:15:20

'정치인 말 번역기'로 돌려본 황교안의 입당 일문일답
지지율 높지만 국정농단 공범 꼬리표∙'친박 프레임' 한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예정대로 자유한국당에 정식 입당하고 신고식을 가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진영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및 지지도 1위로 지목돼온 황 전 총리가 입당함에 따라 당장 내달 27일로 예정된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일단 황 전 총리는 자신의 말처럼 “오늘 정치에 첫 발을 내딛는 정치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친박’ 계파 논란, 박근혜 탄핵과 사면복권, 보수통합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노련하게 답했다.

먼저,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입당 첫 날이다. 한국당원,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님들 말씀, 국민들께서 바라는 점들을 듣고 그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모범답안을 냈다.

하지만 ‘정치인 사전’의 번역기를 돌리면, 이는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두루 듣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자유우파와 함께 국민 속에서 답을 찾겠다”

그는 한국당에 입당한 이유를 묻자 “밖에서 당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마음으로 성원하고 당 밖에서 우리 자유우파와 당에 도움이 될 일이 무엇일지 방안을 찾으며 최선을 다해왔다. 이제는 당과 이런 일들을 함께 하기 위해 입당했다”고 답했다.

그동안 당 밖에서 하던 일을 당 안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입당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국민 속에서 답을 찾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 속에서 지혜를 얻고 우리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시는지 이야기를 진솔히 들으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결국 국민의 뜻을 받들어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이럴 경우 당권에 뜻이 없는 정치인의 ‘워딩’이라면 ‘당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가 모범답안이다. 그런데 그는 그런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2, 3주 전만 해도 입당에 유보적이었는데 갑자기 마음 바뀐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여러 분들의 많은 의견을 듣고 여러 생각을 했다. 지금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 않느냐. 자영업자, 회사원, 청년, 중년, 노년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힘들고 어렵다는 고통의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올바로 할 수 있다면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해 입당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힘들고 어렵다는 고통의 목소리, 즉 자신에게 나서 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자 대통령권한대행까지 했다. 그가 공공부문에서 갈고 닦은 재능 기부를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면 그의 소임은 당권과 대권뿐이다.

“文정부와 맞서 싸우려면 계파싸움 할 시간도 없다”

그의 입당으로 당내에 친박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는 “오늘 정치에 첫 발을 내딛는 정치신인”이라면서 “계파를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차단막을 쳤다. 이어 “한국당이 지금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력한 야당이 되는 게 첫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것도 바쁜데 계파싸움을 할 시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시즌2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저는 계파를 떠난 바른정치에 함께 하기 위해서 입당했다. 계파와 관련된 말을 하거나 그런 입장에 서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이란 의혹이 있는데 대국민 사과 없이 정치를 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에는 “지난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는 지낸 사람으로 국민들에게 심려 가지게 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다만 그로 인해 함께 일한 모든 공무원이 적폐란 이름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 주자로서 다른 주자와는 지지율 차이가 나지만 ‘친박 프레임’이란 단점이 있다는 지적에는, “국민 지지에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넙죽 받았다. 이어 “어떤 점 때문에 보수우파의 후보로 지지하는지 면밀히 잘 살펴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남 없도록 하겠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말을 많이 듣는 게 답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자들은 끈질기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물었다. 박 전 대통령 면회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묻자, 그는 ”신청이나 거절이나 그런 단어가 적절치 않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절히 해왔다”고 피해갔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질문에 감사하다”면서도 “보수와 진보를 떠나 자유우파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다”고 핵심을 피해갔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사면이란 건 형사 절차이기도 하지만 정치 측면도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 국민이 통합하고 화합하는 관점에서 판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복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황교안, 정우택 의원에게 “형님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과의 보수통합에 대해서는 “자유우파가 단합, 화합 그리고 통합해야 한다는 큰 방향을 잡고, 그러한 관점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황 전 총리가 통합을 강조하자 한 기자가 가정법을 써서 “만약 전당대회에 나오시면 친박-비박을 어떻게 아우를 생각이냐”고 다시 물었다. 이럴 경우 대개는 “가정을 전제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답(?)인데, 그는 전대 출마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당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난 직후 여러 분들이 전화도 하고 저도 전화드렸다”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누가 친박인지 비박인지 구분 없이 연락했다. 계파 구분은 구시대의 정치다. 이젠 새로운 정치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내에 들어온 것이다.”

당대표 출마 예상자인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시 상당구, 4선)도 그가 전화한 사람 중 1인이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YTN에 출연해 “지난 토요일(12일) 황 전 총리로부터 ‘형님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미리 연락을 못드려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경기고-성균관대 법대 직계 선배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 의원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은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를 결심했다는 의미다. 정 의원도 그 뜻을 알기에 그에게 “신중하게 결정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그의 입당은 환영하면서도 “당대표는 내년 총선을 지휘해야 하는데 선거 경험이 없어 당권은 아직 이르다”며 이렇게 견제구를 날렸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전당대회가) 대권주자 경선장이 돼서는 안된다. 그러면 사당(私黨)화 될 수 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표의 확장성이 필요한데, 민주당에 의해 ‘도로친박당’, ‘박근혜 시즌2’ 올가미가 씌워질 것이다. 현재 친박·비박이 희석화돼 있는데, 이 분(황 전 총리)이 오면서 계파가 다시 활성화돼 심각한 대립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론조사 1위…제2의 이회창이냐 고건·반기문이냐

하지만 후보군이 즐비한 진보진영과 달리 범보수진영에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가운데 황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호도 및 지지도가 가장 높은 보수진영 후보다. 그가 2월 27일 전대를 앞둔 현 시점에 입당한 것은 여론조사 1위의 기세를 몰아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 한때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회창·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부터) [뉴시스]


이런 행보는 한국당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 입문 및 당권 장악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회창 총재는 대법관 시절의 ‘대쪽’ 이미지로 김영삼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신한국당에 입당해 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으로 선거를 지휘하고, 여론조사 1위 지지를 바탕으로 이듬해 신한국당 총재로 당권을 장악하고 대선후보까지 파죽지세를 달렸다. 그런 점에서 같은 법조인-총리 출신인 이회창은 그의 롤모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대권 후보 선출을 위한 전대가 아니고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고 승리를 이끌어낼 당 지도부를 뽑는 전대다. 그래서 황 전 총리가 범보수진영 여론조사에선 1위를 달리지만 당내 기반과 중도 확장성이 없기 때문에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헛물만 켜다가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고건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 때 국무총리, 김대중 정부 때 민선 서울시장에 이어 노무현 정부 때도 국무총리를 지낸 ‘행정의 달인’이다. 노 대통령 탄핵소추로 대통령권한대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상당 기간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범여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부터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내주면서 관료 출신의 한계 때문인지 뒷심 부족으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대선에서 한때 중도층을 중심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정치적 세(勢)가 없어 정치세력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중도사퇴했다. 그는 8년간의 유엔 사무총장직 수행과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치에 도전했지만, '정치신인 반기문'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시작된 실수와 견제, 흔들기를 견디지 못하고 정치 입문 20일만에 스스로 포기했다.

정치 경험이나 선출직 경력이 전무한 황 전 총리 또한 지금은 여론조사 1위이지만 ‘꽃가마’만 타고온 관료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더욱이 그는 당내에서조차도 국정농단의 공범이란 꼬리표와 ‘친박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껏해야 무구공산(無主空山)인 친박의 ‘얼굴 마담’으로서 ‘제2의 고건’이나 ‘반기문 시즌2’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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