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누명도 억울한데…" 우체국시설관리단 무리한 해고 논란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3-09-06 11:05:45

박정석 부평우체국 현장소장 사건…1년 반 지나 문제
노조지부장 때 성희롱 혐의로 해고돼…대법 '부당' 판결
朴, '미투' 활용 공작 의혹 의심…사측 '공작 없었다' 반박
사측 인사 3명, '부당노동행위 기소의견'으로 檢 송치돼

지난 4월 13일은 박정석(50) 우체국시설관리단(이하 관리단) 부평우체국 사업소 현장소장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당일 대법원은 '박 소장이 성희롱을 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근거로 박 소장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성범죄자 누명을 4년 만에 벗는 순간이었다.

박 소장은 6일 UPI뉴스와 만나 "대법 판결이 아니었으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난 3월 14일 서울시 광진구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앞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박정석 우체국시설관리단 부평우체국 사업소 현장소장. [박정석 소장 제공]

사건은 2017년 12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우편물류센터 사업소 현장소장이던 그는 미화원 10여 명과 함께 야유회를 갔다. 이 자리에서 화해를 권하기 위해 A씨에게 다른 미화원 쪽으로 와달라고 했다.

A씨는 이동 중 중심을 잃고 박 소장 무릎에 앉았다가 곧 일어섰다. 야유회는 문제없이 이어졌다. 그다음 달 박 소장 근무지는 부평우체국 사업소로 바뀌었다.

1년 5개월이 지난 2019년 5월 A씨는 박 소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야유회 때 자신을 박 소장이 잡아끌어 무릎에 앉힌 뒤 몸을 밀착시켜 2분 정도 붙잡고 신체의 특정 부위를 누르며 맞닿게 하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는 것이다.

또 동료 미화원 B씨가 성추행 목격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관리단은 그해 8월 박 소장을 해고했다. A씨는 강제 추행 혐의로 박 소장을 고소했다. 박 소장은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내고 A씨를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소송전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2019년 11월 인천지방노동위는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인천지검은 강제 추행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이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20년 2월 중앙노동위는 부당 해고라고 판정했다.

관리단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1심)은 2021년 8월 부당 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에 앞서, 2020년 11월 인천지검은 A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의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2심에서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부당 해고라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5대 로펌 중 한 곳이 사측을 대리했으나 최종 결론은 부당 해고였다.

▲ 대법원의 부당 해고 확정 판결 1주일 후인 4월 20일 서울시 광진구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앞에 '관련자 엄중 처벌'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정석 소장 제공]

관리단은 우정사업본부 산하 기관들의 청소, 경비 업무 등을 맡은 공공 기관이다. 약 2500명의 상시 근로자 중 정규직은 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무기계약직 또는 비정규직이다.

2015년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설립한 박 소장은 해고될 때까지 지부장으로 활동했다. 2018년엔 전면 파업을 주도했다. 미화원·경비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관리단의 이익금 일부가 '목적사업비' 명목으로 우정사업본부 직원 복지 등에 쓰이는 것도 비판했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목적사업비가 10년간 260억 원에 달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전면 파업과 국감 지적 이듬해, 박 소장은 성희롱 의혹으로 해고됐다.

박 소장은 대법 승소 계기로 국제우편물류센터 사업소 소속 C씨와 D씨의 '양심선언과 내부 고발'을 언급했다.

당초 '성희롱을 목격했다'고 했던 C씨는 반년 후 '사실은 목격하지 못했는데 박 소장의 후임 사업소장과 목격자를 자처한 B씨의 회유와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담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A씨에게 성추행 의혹 신고를 권했던 D씨는 B씨, 본사 간부 등과 접촉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겨 다수의 녹음 파일을 박 소장에게 건넸다. 2심 재판부는 그 녹취록 내용 중 △A씨가 D씨에게 '있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서 꼬였다'고 한 것 △B씨가 A씨에게 '없는 말이라도 지어내서 해야 된다'고 한 것 △A씨가 신체 특정 부위 추행과 관련해 D씨에게 '그런 적도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말한 것 등이 사실로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또 D씨는 사실확인서를 통해 후임 사업소장이 '없는 사실도 부풀려 만들어서 어떻게든 박 소장을 죽여야 한다'고 늘 말했고 조작한 문건을 근무 시간에 수시로 A씨와 B씨에게 외우게 하고 발표 연습도 시켰다고 증언했다.

박 소장은 관리단 인사 3명(본사 팀장·차장, 후임 사업소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 지부장인 자신을 내쫓고자 기관 차원에서 사실이 아닌 '미투'를 활용해 공작한 것 아니냐고 여겼기 때문이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인천북부지청은 관리단을 압수수색하고 고소된 3명을 2022년 11월 기소 의견으로 인천지검에 송치했다.

대법원 판결 한 달 뒤 복직한 박 소장은 지난달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박 소장이 회식 자리의 러브샷·블루스를 촬영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린 것을 회사가 문제 삼아 재징계했다. 그렇게 올린 것이 성 평등 문화 훼손이라는 법원 판단을 근거로 내세웠다.

박 소장에게 우호적 증언을 한 C, D씨는 관리단을 떠났다. 반면 A·B씨는 물론 송치된 3명도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관리단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관 차원의 공작 같은 건 없었다고 밝혔다. 송치된 3명에 대해선 "법원·검찰의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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